방학까지 103일 남은 오늘의 괴담

내가 산타를 믿었던 순수한 여섯 살 소녀일 시절, 우리 엄만 항상 크리스마스에 받고 싶은 선물 목록을 쓰면서 산타한테 보낼 편지도 같이 쓰라고 말해주곤 했어. 난 삐뚤빼뚤한 초딩 글씨로 산타 할아버지에게 짧고 다정한 편지를 썼지.

 

 

산타 할아버지에게,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밀리예요! 저는 정말 크리스마스가 조아요. 올해는 착한 아이 리스트에 있으면 좋겠는데 엄마는 저보고 계속 말 안 들으면 나쁜 애 리스트에 드러갈 거래요. 크리스마스에 꼭 쿠키를 마니마니 내노토록 노력할개요. 우리 아빠가 몃개 먹을 수도 있어서 제송해요. 사랑을 담아 밀리가.

 

 

틀린 글자들이 거슬린다면 미안. 여섯 살 때였으니까. 아무튼, 그날 엄마, 아빠, 오빠랑 나는 우리 가족 크리스마스 엽서를 친척들한테 보내러 우체국에 갔어. 우리 오빠랑 나는 사탕과 루돌프와 선물 상자가 그려진 특별한 우체통에 산타할아버지한테 보내는 편지들을 넣을 수 있었지. 우린 엄청 신나하면서 편지봉투를 우체통 속의 수많은 다른 편지들 사이로 밀어넣었어. 나가는 길엔 우체국장 브래들리 아저씨가 엄마아빠와 악수를 하곤 나랑 오빠한테 막대기 사탕도 줬어.

 

 

이틀 뒤에 나랑 오빠는 산타할아버지로부터 답장을 받을 수 있었어! 우린 정말 기뻤지. 다시 되돌아보면, 좀 복붙한 느낌의 답장들이었어. " 호 호 호! [이름]아, 메리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이브에 날 위해 쿠키랑 우유 내놓는 것 잊지 말렴!" 이런 거 말야. 게다가 손글씨에 산타할아버지가 직접 싸인까지 해 줘서 우리같이 순진한 애들은 그냥 믿어버리기 쉽상이었지. 선명하게 기억나는 점은, 내 편지 밑에 산타할아버지가 나보고 다시 편지를 쓰라고 적었다는 거야. "우체국에 넣어두고 오기만 하면 내가 곧바로 답장을 해 줄 거란다, 밀리!"

 

 

처음엔 오빠는 나와 달리 그런 메시지가 없다는 것에 투정을 부렸지만 곧 잊어버렸어. 부모님은 그냥 그 편지를 쓰는 누군가가 실수로 빠트린 거라고 여기고, 오빠도 다시 편지를 써도 된다며 달랬어. 다음날 부모님이 우릴 다시 우체국에 데리고 가서 우린 예쁜 우체통에 또 봉투를 넣었어. 부모님이 우표를 좀 산 후에 우린 다시 나갔어. 예전처럼 브래들리 아저씨는 사탕을 나눠주며 우체국 손님들에게 웃음을 짓고 있었지. 우리도 사탕을 받고는 다시 집에 갔어.

 

 

바로 다음 날, 나는 답장을 받았지만 오빠는 받지 못했어. 오빠는 꽤 짜증이 났는데 또 몇 분 만에 잊어버리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어. 이번엔 엄마가 별 말 없이 그냥 나한테 편지를 건네주고는 일하러 나갔어. 엄마는 아마 저번 편지처럼 보편적인 답장일 거라고 여겼던 것 같아. 이번엔 이렇게 써 있었어.

 

 

밀리에게,

 

북극에서 인사를 보낸단다! 중요한 날 2주 전인데 항상 즐겁게 보내고 있으면 좋겠구나. 크리스마스 말이야! 나는 이 편지를 쓰면서 내 순록들에게 세계 일주 준비를 시키고 있단다. 댄서, 프랜서, 또... 너도 순록들 이름은 다 알고 있지? 네가 가장 좋아하는 순록은 누구니? 크리스마스 이브에 너에게 한두 마리를 소개시켜 주고 싶구나. 다음을 기약하며, 산타 클로스.

 

 

나는 곧바로 답장을 썼어.

 

 

산타 할아버지에게,

 

산타 할아버지 고마어요, 네! 저는 크리스마스 전이라서 정말정말 좋은 날들을 보내고 이써요. 제가 재일 조아하는 순록은 루도프안데 왜냐하면 루도프는 빨간 코가 있는대 가끔씩 제가 아프면 제 코도 빨개지거든요. 산타할아버지가 선물 주러 오실때 제가 순록을 쓰다듬게 해주면 조켔어요. 그러면 정말정말 멋질 거 같아요. 사랑을 담아 밀리가.

 

 

2~3주동안 우리는 계속 편지를 주고받았어. 한 주에 두 번씩. 편지 하나에서는 내가 마지막으로 쓰는 거라고 썼는데, 왜냐면 "우리 엄마가 맨날 우체국에 데려다 주는 데 지쳤기 때문"이었어. 12시간도 안 돼서 나는 산타에게 답장을 받았는데 이번 건 뭔가 정형적이지 않고 약간 정신없이 쓴 것 같아 보였어. 손글씨도 급하게 쓴 느낌이었고.

 

 

그럴 필요 없단다 밀리. 그냥 네 편지를 현관 매트 밑에 끼워놓으면 내가북극으로부터 엘프를보내서 나한테 가져오게 할 수 있단다. 엄마한테 혼나는게 싫으면 엄마한테말할필요도 없단다. 나한테 계속 편지를 쓰면 크리스마스선물을 미리 주마. 산타클로스로부터

 

 

여섯 살인 나로서는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었기에 나는 그의 말대로 했지. 나는 학교에서 돌아오면서 산타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를 현관 매트 밑에 끼웠고 그 다음 날 편지는 사라져 있었어. 순진했던 나는 산타의 마법 엘프도 진짜였구나! 하는 생각밖엔 하지 못했어.

 

 

다음 날 23일, 현관 매트를 들춰 보자 산타가 보낸 답장이 있었어. 이렇게 써 있었어:

 

 

밀리에게, 답장을 보내줘서 너무 고맙구나! 너는 내 친구니까, 내년까지 편지를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정말 슬펐단다. 너는 정말 좋은 친구니까, 내가 크리스마스 이브에 선물을 돌리러 가기 전 오늘 밤에 너와 만나고 싶구나. 너에게 줄 특별한 선물도 준비했단다! 그리고 그거 아니? 네가 쓰다듬을 수 있게 루돌프도 데려갈 거란다! 밤이 어두워지면 집을 나와서 공원으로 오면 된단다. 거기서 나와 만날 수 있단다! 곧 보자꾸나. 사랑을 담아, 산타가.

 

 

나는 정말 신이 났어! 나는 그날 밤 비닐봉지를 구해 쿠키를 가득 채웠어. 거기다 생수병에 든 물을 전부 버려 거기에 우유를 가득 채우기까지 했지.

 

 

엄마아빠가 잘 자라고 뽀뽀를 해줄 때까지 나는 베개 밑에 쿠키 봉지와 우유 병을 숨기고는 잠든 척을 했어. 얼마나 기다렸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집안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을 때까지 절대 움직이지 않았지. 나는 천천히 이불을 치우고, 까치발을 한 채 침대에서 나와 베개를 들추고 쿠키와 우유를 집어들었어. 천천히 나는 현관문 앞까지 다가갔어. 너무 신나서 부엌 불이 켜져 있는지도 모른 채 말야. 현관문 잠금 장치를 풀자마자, 엄마가 부엌에서 나왔어. "밀리? 뭐 하는 거니?" 나는 깜짝 놀라 뒤를 돌고는 충격에 빠져 가만히 서 있었어. 벌써부터 혼날 준비를 하고 있었지.

 

 

"저 산타할아버지 만나러 가요." 나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어. 엄마는 웃음을 참으며 빨리 다시 침대로 들어가라고 말했지. 부엌을 흘깃 훔쳐봤는데 색색깔의 포장지에 싸인 선물들이 있었어. 내 친구 산타를 더 이상 보지 못한다는 것에 슬프지는 않았어. 산타할아버지가 벌써 들러서 날 위해 선물들을 두고 간 게 분명했으니까. 나는 웃으며 잠에 들었어.

 

 

그게 벌써 19년 전이야. 어제, 산타 클로스인 척을 하며 50명이 넘는 여자애들을 꼬셔 13명을 성추행하고 살인한 남자가 무기징역 선고를 받았어. 나는 알라스테어 브래들리를 만나지 못했거나 만나지 않기로 한 운좋은 애들 중 한 명이었지. 브래들리는 우체국에서 일하면서 산타에게 편지를 보낸 모든 여자애들에게 답장을 썼어.

 

 

그날 밤, 1999년 12월 23일, 브래들리는 산타의 썰매를 모방하기 위해 빨강, 초록, 금색으로 칠해진 밴을 타고 동네 공원을 돌아다녔다고 해. 훔친 산타 옷과 가짜 수염까지 달고 말이야. 그날 밤 동안 그 놈은 열세 명의 어린아이를 납치해 그가 살고 있는 숲속의 외딴 집으로 데려갔어. 방 하나짜리 오두막은 그놈에게 침실이자, 화장실이자, 부엌이자, 고문실이었지.

 

 

아이들을 죽이기 전에 그놈은 입에 담을 수도 없는 짓을 했는데, 몇몇은 그로 인해 도중에 사망했다고 해. 그 끔찍한 짓을 모두 끝낸 후 그놈은 아이들을 모두 죽이고 시체를 그 오두막 바닥 밑이나 근처 지역에 묻었어.

 

 

진술 도중 그놈은 가장 좋아하는 아이들을 집 바닥 밑에 묻었다고 했는데 왜냐하면 "걔들의 냄새를 맡으면 여전히 걔들이 내 곁에 있는 것 같아서 안정감이 들었기 때문" 이었대. 경찰은 오두막 바닥 아래에서 5명의 시체를 발견했고 주변에서 나머지 8명 중 4명만의 시체를 찾았다고 해. 그놈은 재판 내내 전혀 자신이 저지른 짓에 대한 후회는 보이지 않았어.

 

 

내가 진술을 하러 갔을 때 그놈은 내 말을 끊고는 이렇게 말했어. "아 맞아, 널 우체국에서 몇 번 본게 기억나네." 그놈이 웃었어. "널 좀 오래 살려두고 니가 제일 좋아하는 순록을 만나게 해 주려고 했는데, 니가 안 와서 참 아쉽네."

 

 

 

 

 

https://moonshapedpool.tistory.com/m/78?category=5940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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