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괴담

피로 물든 욕조

몇 년 전 내가 아직도 컬리지에 다니고 있을 때, 내가 가게 될 대학교 근처에 끔찍한 사건이 있었다. 나이 든 여성분이 욕조에서 손목을 긋고 죽은 채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소름돋는 건 발견됐을 당시 그녀는 이미 죽은 지 3개월이 지난 후여서, 다 굳은 피 속에서 홀로 썩어가며 몇 달이고 앉아 있었단 말이다. 듣자하니 냄새가 너무 심각해서 이웃들이 참다못해 항의하러 갔다가 자살한 걸 발견했다고 한다.

그 집은 곧 치워지고, 물건들은 팔렸고, 욕조는 교체되었다. 얼마간 부동산시장에 집이 나와 있었지만, 거기서 일어난 비극을 중개인이 전혀 숨기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도 집을 사고 싶어하지 않았다. 내가 졸업할 때쯤엔 가격이 꽤나 많이 떨어져 있었고 난 마침 룸메이트랑 사이가 나빠지고 있던 참이라 운이 좋다고 여기고 집을 샀다.

나는 귀신이 있다고 믿는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다행히도, 이 여자의 귀신이 집에 붙어있다는 생각은 별로 무섭지 않았다. 불쌍하기만 했지, 악의에 차 있다거나 하진 않을 거라고 느꼈다. 이상한 일들은 곧 일어나기 시작했다. 여기 놔둔 물건이 저기 가 있고, 방을 나가면 안에 있는 전자제품들이 갑자기 켜지거나 꺼지거나 하곤 했다. 별로 신경쓰진 않았다. 그저 이 여성분이 죽은 지 너무 오래돼서 지루하구나, 하고만 생각했다. 난 기꺼이 그녀와 집을 공유했고, 항상 그녀가 올 때마다 환영해 주었다.

거기 살기 시작한 지 3개월이 지나서 그 꿈들을 꾸기 시작했다.

항상 똑같은 꿈이었다: 욕실 구석에서 여자가 울고 있는데, 훌쩍임 사이로 "지하실"이라는 단어를 계속 반복했다. 그녀는 하도 말라서 거의 쪼글쪼글해질 지경이었고, 욕조는 피로 가득 차 있었다. 이 꿈을 처음 꾼 다음날 아침에 욕실로 갔는데 욕조에 녹이 슨 듯한 색깔의 얼룩이 있는 걸 발견했다. 몇 시간이고 욕조를 문질러 닼고, 표백제를 써 보기도 했지만, 얼룩은 사라지지 않았다. 아마 초자연적 현상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귀신이 갑자기 이런 행동을 하니까 혼란스러웠다. 말이 되질 않았다. 특히 꿈이. 이 집은 지하실이 있지도 않았단 말이다.

하지만 그걸 빼면 평소같은 현상들이 계속되었다. 귀신을 위해서 뭔가 작은 것들을 남겨두기 시작했다. 차라던가 음식 같은 것들을. 아침이 되면 그것들은 없어져 있었다.

그 해 나중에 졸업을 했고, 집을 비울 준비를 했다. 수납장을 치우고 있는데 내가 마구잡이로 쌓아둔 박스들 아래 바닥에 문이 하나 있었다. 난 별 생각 없이 문을 열어서 안에 있는 사다리를 타고 밑으로 내려갔다.

처음 눈치챈 건 냄새였다. 냄새가 아주 심각했다. 두 번째 눈치챈 건 안에 가구들이 있다는 거였다. 거기엔 오래된 침대, 의자들 몇 개, 그리고 전등이 하나 있었다. 아마 예전에 살던 사람이 남겨두고 간 거겠지 했다. 뒤돌아 나가려고 하는 순간 발 밑에 무언가가 밟혀 으스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자세히 보니까 그게 뭔지 알아챌 수 있었다.

내가 가지고 있던 작은 도자기 그릇이었다.

빠르게 거길 더 둘러보자 내 물건들이 더 나왔다. 그릇들, 식기들, 옷가지들, 심지어 포장 껍데기들이나 먹다 남긴 음식들까지 찾았다. 갑자기 구역질이 나서 최대한 빠르게 지하실을 빠져나갔다.

그날 밤은 친구랑 같이 보냈다. 지하실 일을 경찰에게 신고했더니 다음 날 경찰서로 오라고 했다.

경찰들은 처음엔 누군가 거기 살고 있던 것 같다고 했지만, 아무도 찾지 못했다. 당연히 난 화가 났다. 누군가 다른 사람이 내 집에 있었다는 걸 생각만 해도 사생활이 완전히 침해당하는 기분이었다.

경찰들이 그 다음으로 말해준 걸 듣고는 화가 났던 기분은 전부 사라지고 뼛속까지 소름이 끼쳤다. 지하실 바닥 밑에서 20개의 시체가 발견된 거다. 전부 깔끔하게 비닐로 싸여 있어서 썩은내가 퍼지는 일이 없었다고 한다. 시체는 전부 여성이었고, 피가 전부 빨려나간 상태였다. 피해자들은 지하실에서 뒷마당 옆의 숲까지 연결되어 있는 터널로 끌려온 것 같아 보였다.

끔찍한 일이었지만, 내가 깨달은 점이 더 끔찍했다.

그 여자는 자살한 게 아니었다. 그녀는 숨겨진 룸메이트에게 살해당한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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