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까지 63일 남은 오늘의 괴담

설탕의 가격

내가 어린 소녀였을 시절, 누군가 내게 장래희망을 물어본다면 절대 '밥 굶는 예술가' 라고는 안 했을 거다.

아마 '공룡'이나 '우주비행사' 같은 걸 얘기했겠지. 그리고 좀 커서 어린애들이 공룡으로 변하거나 뉴질랜드에서 온 까만 피부의 여자애들이 우주비행사가 되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은 후에는, '선생님' 이나 '간호사'라고 말했을 것이다.

학교에 들어가서는 영어와 미술을 제외한 모든 과목에서 점점 성적이 떨어지기 시작했지만, 십대에는 이모가 동네 병원에서 청소부 알바 자리를 알아봐 줬다. 그때는 시급이 별로 나쁘지 않다고 여겨졌고, 해보니 내가 잘하는 일이기도 했다. 나는 청소하는 걸 좋아했다. 가끔은 폭풍 설사나 피 섞인 구토를 치워야 한다고 해도 말이다.

좀 하다 보니까 대부분의 냄새에는 익숙해졌다. 뭐, 클로스트리듐 다이피셀만 빼면 말이다. 줄여서 시디프라고도 하지. 하지만 다행이도 그런 환자들의 뒤처리를 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결국 최저시급 월급을 모아 나는 학교를 그만두고 콘크리트 주택가에 있는 작고 곰팡이가 핀 방 하나짜리 집을 빌릴 수 있었다. 일을 하거나 잠을 자지 않는 시간에는 미술작품을 만들었고, 그걸 토요일에 열리는 시장에서 팔았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가난한 파트타임 예술가가 되었다.

가난한 사람들은 자기들마다 꼭 찬장에 채워두는 음식들이 있다. 내 경우에는 감자와 쌀이었다. 둘 다 껌값인데다, 여러 가지 음식으로 해 먹을 수 있는 것들이었다. 가난한 부모님과 강한 성적 고정관념 아래 자라온 나는 어릴 때부터 엄마에게 어떻게 하면 최대한 많은 끼니를 해결해 주는 요리를 만드는지 배워 왔다.

"쌀은 정말 좋단다." 엄마가 말했다. "아침엔 달게 해 먹고 점심이랑 저녁엔 밍밍하게 해 먹을 수 있잖아."

그리고 양상추. 모든 요리엔 양상추가 들어갔었다.

하지만 그 작은 방에서도 누릴 수 있는 작은 사치들은 누리고 살았다. 땅콩버터 한 병, 북부에 사는 삼촌이 보내준 야생 마누카 벌집꿀, 그리고 내가 차에 넣어 마시는 커다란 비정제설탕 한 병.

그러니 내가 집에 개미가 들어오기 시작했을 때 짜증이 난 걸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정말 작은 것들이었다. 내가 본 것들 중 가장 작은 개미들 같았다. 그것들은 미세한 음식 부스러기에 몰려와서는, 여러 조각으로 나눠서 든든한 흑갈빛 몸에 지고 자기들 집으로 다시 여정을 떠났다.

처음엔 별로 싫어하지 않았다. 나도 배고픈 기분이 뭔지는 아니까. 그리고 나는 내가 흘린 것들을 걔들이 치워 준다는 것에 감사할 줄도 알았다.

하지만 내 여분의 설탕 봉지를 갉아먹고 구멍을 내 놨을 때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붕사와 설탕을 섞으면 집에서 만드는 개미 살충제가 된다는 것을 알아냈다.

내가 일하는 곳엔 붕사가 들어간 청소 용품이 많았다. 배수관을 뚫거나 잘 안 닼이는 오물을 녹여내기 위한 것들이었다. 그래서 나는 인터넷이 알려준 대로 약물을 섞어 보았고, 작은 종지에 담아 부엌에 있는 식탁에 올려두었다.

우리집의 불청객들이 그것을 찾는 데에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한 시간 후에 개미 두 마리가 하얀 표면 위를 걸어가다 종지를 발견했다.

내가 알아본 바에 따르면, 그것들은 그걸 먹어보고, 집으로 가져가고, 그러면 다른 개미들도 운반에 참여해 얼마 후면 개미집이 독극물로 가득 차게 된다고 한다. 전부 잘 되어가고 있었고, 일주일 안에 그것들은 전부 죽어서 나는 더 이상 해충 문제로 고생하지 않을 것이었다.

그래서 개미 한 마리가 독극물을 먹고 종지그릇 모서리에 다른 개미와 함께 멈춰섰을 때에는, 내가 약을 너무 독하게 타서 개미를 곧바로 죽여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계속 지켜보자 그것은 살아 있음이 분명했다. 더듬이와 다리를 연신 닼으며, 뭔가 친구 개미의 감시를 받고 있는 것 같았다.

가만히 있는 개미를 관찰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이용해, 스케치북을 꺼내 의자에 앉아 걔들을 그리기 시작했다.

하품을 하고 침대에 눕고 싶어질 때쯤에도, 개미들은 여전히 그 종지그릇 모서리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아침에 샤워를 하고 차를 한 잔 마시기 위해 나왔을 때도, 그릇은 여전히 손대지지 않은 채 있었고 독극물을 먹은 개미의 시체만이 남아 있었다. 작은 다리들이 몸 쪽으로 말려들어간 채 이상할 만치 태아의 모습을 한 자세를 하고 있었다.

개미집을 독극물로 채우려던 시도는 실패하고 말았다.

그 다음 주, 개미들은 설탕 봉지에 또 구멍을 내 놓았다. (비닐 봉지에 이중으로 싸 뒀는데도 말이다). 내용물은 반이 사라져 있었다.

화가 단단히 난 나는 설탕 봉지를 빨랫줄에 집게로 걸어 놓았다.

다음 날 아침, 빈 봉지는 바닥에 처량하게 놓여 있었고 설탕은 단 한 알도 남아 있지 않았다.

나는 진이 다 빠져서 결국 슈퍼에 가서 제대로 된 개미 미끼를 샀다. 설탕 한 봉지와 함께. 집에 가서는 미끼를 찬장 바닥에 둔 후, 설탕 봉지는 깊은 그릇에 넣고, 더 큰 사발그릇에 물을 가득 채운 후 그 안에 설탕봉지가 든 그릇을 놓았다.

설탕 도둑 가족이 이제 마땅한 벌을 받을 차례였다.

나는 화를 떨쳐내지 못하고 잠에 들었다. 침실 방문을 활짝 열고, 작은 침입자들의 소리가 들리지 않을까 집착하며 귀를 곤두세운 채 말이다. 속으로 그것들이 나를 상대로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생각까지 들었고, 커다란 개미들이 내 찬장 사이를 기어다니며 유리와 플라스틱을 갉아내 모든 음식을 먹어치우는 꿈까지 꾸었다.

결국 나는 잠을 자지 못하고 일어나 물을 마시러 부엌으로 갔다.

불이 깜빡이며 켜지는 순간, 나는 무언가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설탕 봉지가 그릇에서 나와서 식탁 위에 옆으로 뉘여져 있었다. 개미들은 부엌 카운터 위에 미친 듯이 흩어져 있었고, 틈새나 갈라진 곳 하나라도 찾아내려고 잽싸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입에는 분명 내 설탕이 한가득 들어 있었다.

빠르게 머리를 굴려 나는 싱크대에서 유리컵을 하나 집어 돌아다니고 있던 개미들 중 한 마리 위로 올려두었다. 거의 비어 가는 봉투 안에서 기어나오던 놈이었다.

그 조그만 도둑들 중 하나를 잡은 것이다.

그것은 분명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내가 어디로 움직이든, 그것은 유리 사이로 내가 잘 보이는 곳으로 자리를 이동했다. 내가 가까이 가 그것을 쳐다보면, 개미는 다리를 들고 일어나 멀쩡한 더듬이 한 쪽을 이용해 유리를 톡톡 쳤다. 다른 한 쪽은 유리컵을 내려놓을 때 틈새에 껴서 굽어져 버렸다.

"난 너 안 놔줄 거야." 내가 말했다. "니들이 내 설탕 그만 훔치기 전까진 절대 안 놔줘."

톡, 톡, 톡.

순간 그것이 우리집에 처음 들어왔던 개미들보다 훨씬, 훨씬 큰 덩치를 가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건 윤기가 나고 검은빛이었는데, 무슨 구두약으로 광을 낸 것 같았다. 커진 부위들 때문에 그것의 얼굴을 쳐다보자 무언가 인간 같음이 느껴져서 유리 안에 그걸 가두는 것이 불편해지기까지 했다.

"난 널 죽일 수도 있어." 내가 계속했다. "하지만 그러지 않을 거야. 약속을 하지. 내가 밤에 깨끗한 설탕 한 그릇을 현관문 밖에 놔 둘 테니 그걸 먹어. 내 물건은 건드리지 말라고."

개미가 유리를 통해 나를 쳐다보았다.

"알겠어?"

톡, 톡, 톡.

한숨을 쉬며, 나는 유리컵을 들어올렸다. 개미의 멀쩡한 더듬이 한 쪽이 화가 난 듯이 1초간 꿈틀댔는데, 곧바로 기계처럼 걸어가 식탁과 가스렌지 사이의 틈새로 사라져 버렸다.

내 말을 정말 알아들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바깥에 두는 먹이 그릇은 효과가 있었다.

밤이 되면 개미들은 그릇 주변에 모여 그 모든 내용물을 자기들 집으로 운반해 갔다. 이 합의에 만족했는지, 그것들은 내 부엌을 건드리지 않았다.

나는 그 모든 일을 생각하며 웃었다. 무슨 쪼끄만 곤충 마피아도 아니고. 내가 규칙적으로 걔들 몫의 설탕을 챙겨 주면, 걔들은 날 건드리지 않는 거였다.

하지만 내가 그 합의에 만족한 것과 별개로, 다른 누군가는 마음에 들지 않아했다.

내 이웃 찰스였다.

유럽 계통의 노신사 찰스는, 나같은 사람들을 상대하기 싫어했다. 내가 싸구려 이동식 오디오를 너무 크게 틀어두면, 그는 내가 소리를 줄일 때까지 우리집 문을 지팡이로 두들기곤 했다. 나는 TV를 괜찮은 볼륨으로 볼 수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내 거지같은 핸드폰으로 불법 다운로드한 영화를 헤드폰을 낀 채 봐야 했다.

바깥에서 들리는 시끄러운 소음에는 분명 찰스가 크고 짜증섞인 목소리로 소리지르는 것이 섞여 있었다.

문을 열자 찰스가 서 있었고 부서진 설탕 그릇이 콘크리트 도로 중간까지 발에 차인 채, 우리 집 현관 매트 위에는 뚱뚱한 개미 시체들이 짓이겨지고 널부러져 있었다.

"이 멍청한 깜둥이 같으니," 찰스가 성을 냈다. "이 바보 같은 야생인 같으니라고!"

"좋은 저녁이네요, 찰스."

"개미 밥은 왜 주는 거야, 이 멍청한 여자야?"

"우리 집 밖으로 내몰으려고 하는 거예요." 나는 설명을 시작했지만, 찰스가 말을 끊었다.

"내가 집주인한테 다 말할 줄 알아. 걔가 널 가만 안 둘 거다. 넌 이번 주 안에 쫓겨날 거야, 잘 알아둬."

"안녕히 주무세요, 찰스." 나는 입을 꾹 닫은 채 웃으며 찰스의 면전에 문을 닫아 버렸다.

찰스는 잠시 더 소리를 지르다가, 조용해지더니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아침이 되자 개미 시체들은 사라져 있었고 완전히 고쳐진 설탕 그릇이 우리집 현관 매트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집주인이나 찰스가 나에게 뭐라고 하러 오진 않았다. 문제를 일으키고 싶진 않아서 개미들에게 감히 더 먹이를 주진 않았다.

그 일이 있고 한 3주 뒤, 뚱뚱한 개미 한 마리가 혼자 부엌 식탁에 찾아오더니 내 찻잔 옆에 앉았다.

멀쩡한 안테나 한 쪽으로, 그것은 내 컵 표면을 두드렸다.

톡, 톡, 톡.

그리고 그것은 다시 조용히 걸어가, 나왔던 틈새로 다시 들어갔다.

그날 밤 현관문 앞에 설탕을 채운 그릇을 놔 두었고, 아침이 되자 깜짝 선물이 놓여져 있었다.

빈 그릇 안에 새하얀 펜던트 하나가 놓여 있었다.

나도 뼈 조각품을 시도해 보긴 했지만, 내 미적 감각에도 불구하고 잘 하진 못했다. 누가 만든 건진 모르겠지만 분명 진정한 예술가가 만든 것이 분명했다. 그것은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이중 나선 모양에 섬세하게 새겨진 소용돌이와 무늬가 덮여 있었다. 나의 조상님들이 가지고 다니던 것과 비슷했다.

그리고 그날 이후 매일 아침, 새로운 뼈 조각품이 도착했고, 항상 전날 것과 다름없이 아름답고 세밀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펜던트들은 시장에서 아주 잘 팔린다.

내 작은 친구들에게 평생 설탕을 줄 수 있을 만큼.

경찰은 찰스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절대 알아내지 못했다. 과학 수사대에서도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다. 강제 출입 흔적도 없고, 몸부린친 흔적도 없고. 그저 늙은이가 하룻밤만에 사라져 버린 거나 마찬가지였다.

토요일에 새 이웃이 도착했다. 떫은 얼굴의 늙은 여자. 첫날밤부터 그녀는 내가 TV를 켰다고 벽을 두드리며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그녀를 마켓에 데려갈 날이 너무나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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ㅗㅜ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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