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까지 62일 남은 오늘의 괴담

채식주의자 친구

내 친구 얘기야.

친구랑 나는 엄청 친한 건 아니었지만

유치원 때부터 고등학교, 그리고 취직한 회사도 같은 곳이었어.

친구는 나와 달리 쾌활하고 정의감이 강해서 언제나 걔 주변에는 사람들이 모였어.

그런 걔는 취직한 회사에서도 동기인 나를 포함해서 다른 동료들과는 차별화된 존재였어.

선배와 상사한테도 바로 전력으로 쓰여서 여러 일들을 맡았어.

걔가 약점이 있다면 굳이 말하자면 채식주의자라는 것.

그때는 지금처럼 수많은 라이프 스타일이 존중받던 시대가 아니었어.

 

10 :9:2012/08/08(水) 19:50:03.00 ID:790MwQme0

회사 회식과 거래처랑 식사할 때 그게 좀 핸디캡이 될까 싶었는데

걔는 자신의 자랑인 인품으로 그런 자리를 이겨내는 것 같았어.

그런데 회사에서 회식을 했을 때 선배 중 한 명이 장난을 쳤어.

친구가 자리를 비운 그 틈을 타 걔가 먹고 있던 월남쌈에 

찬푸루 안에 들어있던 얇은 고기를 넣어 둔 거야.

나랑 다른 동료들이 막으려고 했지만 선배는 말을 듣지 않았어.

[내가 고기 맛을 알려주겠어.]

우리도 뭐, 입에 넣고 눈치채면 뱉겠지 이 정도밖에 생각을 안 했어.

 

11 :9:2012/08/08(水) 19:51:44.46 ID:790MwQme0

화장실을 다녀온 친구가 다시 자리에 앉았어.

애초에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던 음식 중 걔가 먹을 수 있는 건 한정되어 있어서

걔는 바로 그 월남쌈을 반 씹었어.

그리고 잠시 씹다가 위화감을 느낀 건지 씹은 부분을 주의 깊게 살피다가 

얇은 고기가 들어있는 걸 보더니 눈을 휘둥그레 뜨고 월남쌈 안을 살폈어.

[야, 어때 맛있지?

너무 편식하면 행복도 모른 채 사는 거야.

내가 먹여줬으니 이젠 멋있는 척하면서 채식주의자 같은 소리 하지 마.]

선배의 말에 친구는 눈을 부릅뜬 채 선배를 쳐다봤어.

그리고 조용히 입안에 들어있던 것을 다시 접시에 뱉더니

무시무시한 목소리로 선배에게 물었어.

[네가 한 짓이냐?]

 

12 :9:2012/08/08(水) 19:53:00.04 ID:790MwQme0

나조차도 본 적 없는 모습에 주변 분위기가 얼어붙었어.

친구는 당황한 선배의 얼굴을 때렸어.

그리고 그대로 선배의 멱살을 잡는 거야.

우리가 서둘러 막으려고 해도 완전히 정신이 나간 건지 힘이 장난이 아니었어.

친구는 코가 부러져서 피투성이가 된 선배의 멱살을 계속 잡고 흔들며 소리쳤어.

[왜 이딴 짓을 해!!!!!]

그리고 그 손이 이윽고 선배의 목을 조르기 위해 힘을 주려고 했을 때가 되어서야

겨우겨우 걔를 떼어놓을 수가 있었어.

다음날 친구는 사직서를 냈어.

나랑 같이 그 현장에 있던 동료가 상사에게 있었던 일을 설명했고 

걔가 회사에 남을 수 있도록 조치를 해줄 수 없냐고 부탁했지만 

친구 자신의 의사가 너무 확고해서 결국 걔는 회사를 나갔어.

 

13 :9:2012/08/08(水) 19:54:30.72 ID:790MwQme0

그 선배는 상처가 낫는 동안 요양이라는 이름의 근신 처분을 받았고,

그 후 아무 일 없었다는 양 복귀했어.

친구에 대한 원한을 나한테 쏟거나 그런 적은 없었지만 반성하는 것처럼 보이진 않았어.

몇 개월 후, 그 사건을 모두가 잊었을 즘,

선배의 시체가 회사 근처 쓰레기장에 버려져 있었어.

얼굴은 원형이 남아있지 않았고 입안에는 음식물 쓰레기가 꽉 차있었대.

 

 



 

2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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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는 순한맛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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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제에 찌들어 있어서 그런가 이 괴담보다 남은 과제가 더 무섭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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