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까지 52일 남은 오늘의 괴담

영화는 어땠나요

나는 친구가 없다.

남자친구뿐만 아니라 같은 여자친구까지도.

사교성이 부족한지, 남들과 어울리는데 에너지를 쏟는 것이 너무나 피곤하다.

그래서인지 영화 보는 것이 좋다.

그저 스크린을 바라보면 되니까.

주말마다 영화관에 간다.

멀티플렉스 같은 영화관도 가지만 주로 가는 곳은 인디영화 상영관이다.

사람이 적은 한적한 객석에서 앉아 있는 것이 행복이다.

어느 주말, 평소처럼 영화관에 갔다.

티켓을 받고 기다리고 있는데, 선글라스를 낀 남자가 말을 건넸다.

낯선 사람, 게다가 남자였기에 경계하며 뒷걸음쳤지만 남자는 환한 얼굴로 말한다.

"저기요, 실례지만 제가 이 영화 찍은 감독입니다. 혹시 보고나서 감상평을 들려주실 수 있나요?"

"네? 아, 네……. 네."

갑작스러운 일로 당황했다.

평소에 남자와 이야기할 일도 없는데, 더욱이 감독이라니.

남자의 미소에 매료되어 얼굴이 빨개지는 걸 느꼈다.

그날 본 영화는 B급 공포영화다.

주인공인 여자가 남자에게 납치되어 창문도 없는 밀실에 감금되는 내용이다.

영화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고어적인 연출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자의 미소가 계속 떠올라 남자에게 뭐라 말할까 계속 그 일만 생각하게 되었다.

영화가 끝나고 자리에 일어났다.

밖으로 나오자 남자는 미소를 지으며 이쪽을 보고 있었다.

고민 끝에 말을 골라 감상평을 이야기하려 하자, 남자가 먼저 말을 건넨다.

"이 근처에 제 사무실이 있어요. 차기작을 위해 설문조사 겸 감상을 이야기해주실 수 있나요? 데뷔작이라 여러모로 신경 쓰이네요. 물론 길게 시간 쓰지 않아요. 시간 내주신 것에 대해 사례도 드리고 싶어요."

남자는 영화를 제작하면 겪은 일에 대해 즐겁게 이야기해주었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며 영화관에서 조금 떨어진 건물로 안내한다.

엘리베이터가 20층에 올라가는 중, 남자가 쑥스러운 듯 물었다.

"아까 제 영화 어땠나요? 아깐 사람이 많아서 대답 듣기가 왠지 쑥스러웠네요. 여기라면 아무도 없으니 솔직하게 이야기해주셔도 되요."

"단순한 이야기지만 오히려 공포영화라서 직설적인 것이 좋았어요. 하지만……. 음, 여자가 결국 밀실에서 괴로워 하다가 죽는 내용이라, 감독님의 의도가 궁금하네요. 뭘 전달하고 싶으신 거죠?"

땡!

마침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

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여전히 부드러운 미소를 띤 채 문 앞에까지 데려왔다.

문에는 제작사 이름이 새겨져있다.

남자는 열쇠로 문을 열며 나를 사무실 안으로 이끌었다.

사무실은 어두컴컴했다. 낮임에도 불구하고 방에는 커튼이 쳐있었다.

그녀가 뒤돌아보자 남자는 자신의 몸으로 문을 지탱하며 핸드폰을 받고 있었다.

"아, 미안해요. 작업 관련해서 연락이 왔네요. 조금만 기다려줘요."

남자는 속삭이듯 내게 말한다.

다시 실내를 둘러본다.

사무실에는 별다른 가구가 없다.

책상 하나와 의자 몇 개 뿐.

이상하게 주방이나 화장실도 보이지 않는다. 원룸 하나 뿐.

생각해보니 처음 왔는데 묘하게 낯익은 방이다.

창문이라도 열까 해서 창가에 다가섰다.

커튼을 젖히자 벽이 있었다.

뒤돌아 남자를 쳐다봤다.

그는 처음에 봤을 때 보여준 그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현관 밖으로 가자 조용히 문을 닫았다.

순간 당황스러워 손에 있던 가방을 떨어뜨렸다.

현관 문 안쪽에는 손잡이가 없었다.

그제야 생각이 났다. 이 방이 왜 낯익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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