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까지 23일 남은 오늘의 괴담

남는 엿

어릴 적 내가 직접 겪은 실화다.

어느 여름, 동네 신사 축젯날.

수많은 포장마차가 길 옆으로 나란히 늘어서 있는 와중, 잉어엿을 파는 포장마차가 있었다.

엿은 작은 것만 있는 줄 알았던 나에게, 예쁘게 색이 든 잉어엿과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달큰하게 퍼지는 냄새는 두근두근 매력적인 것이었다.

같이 구경을 나왔던 부모님은 [엿이 참 예쁘네.] 라는 말은 하셨지만, 충치가 생긴다느니, 이렇게 큰 엿은 어차피 다 못 먹는다니 하면서 결국 사주지 않으셨다.

하지만 잉어엿의 매력에 푹 빠진 나는, 그 다음날부터 매일 포장마차를 구경하러 혼자 신사에 놀러가곤 했다.

며칠동안 계속 된 축제도 끝나, 마지막 날이 되었을 때였다.

매일 같이 찾아오다보니 어느새 낯이 익어버린 엿장수 아저씨가, 나에게 작은 봉투에 조그만 자투리 엿조각을 넣어서 [다 먹고 꼭 이빨 닦아야 한다.] 라면서 건네주셨다.

잔뜩 신이 난 나는 어디 걸터앉아 엿을 먹으려고 신사 안을 기웃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 때, 어디선가 다른 아저씨가 다가와 [이것도 먹으렴.] 하고 조각난 엿이 가득한 봉투를 건네줬습니다.

신사 한구석에서 선물로 받은 엿을 먹고, 나는 집으로 가기로 했다.

잉어엿 포장마차 앞을 지나가며, 아저씨에게 힘껏 손을 흔들었다.

아저씨는 포장마차를 정리하며, [벌써 다 먹었니?] 라며 웃으며 말을 건넸다.

나는 [아직 이만큼 더 있어요!] 라며 조각난 엿이 든 봉투를 보여줬다.

그러자 아저씨는 봉투 안을 슬쩍 보더니, 황급히 이리 오라고 손짓했다.

봉투 안에는 깨진 유리 파편이 가득했습니다.

만약 조각난 엿부터 먹었더라면...

그 후 아저씨의 신고로 경찰이 왔고, 엿장수 아저씨와 소식을 듣고 달려온 어머니까지, 경찰서에 같이 가야만 했다.

나는 엉엉 운 기억만 나고 제대로 대답도 못 했던 것 같다.

나중에 듣기로는 다른 포장마차 아저씨가 [이상한 남자가 봉투를 들고 서성이고 있었습니다.] 라는 증언을 했었다고 한다.

범인이 잡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도 축젯날이 되어 포장마차가 거리에 늘어서면 종종 떠오르는, 어릴 적의 소름 돋는 기억이다.

 

 



 

2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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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넘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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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거기ㅣ기ㅣ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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