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까지 83일 남은 오늘의 괴담

당신은 최소한 네 시간은 족히 운전만 하고 있었다.

 

창 밖으로 보이는 선인장은 변함이 없다.

 

세갈래로 갈라진 모양으로 길 왼편에, 아까부터 계속 왼편에만.

 

악마의 삼지창이 모래 속에 처박혀 있는 모습 같다.

 

쉴만한 곳이 보이면 잠깐 차를 세우기로 결심한다.

 

아무 것도 없는 이 곳에 작은 술집 하나가 콕하니 박혀있다니.

 

느긋한 불빛이 가게 앞쪽과 유리문 안쪽에 보이는 신문까지도 비추고 있다.

 

수돗가에 차를 세우고 가게 안으로 들어가 본다.

 

 

"아이구, 어서오슈! 우리집 첫 손님이시네, 그래!

 

이름은 어찌 되시나? 한 잔 하실려?"

 

 

풍채 좋은 바텐터가 넉살을 떠는 모습을 보니 당신을 보고 기분이 한껏 들뜬 모양이다.

 

정중하게 소개를 마치고 술은 거절한다.

 

대신 이 곳에서 하룻밤 묵을 수 있는지 물어본다.

 

 

"물론이지. 이보쇼. 첫 잔은 내가 사겠수다. 형씨가 첫 손님이라니까. 나도 한 잔 같이 하게."

 

 

공짜술을 어색하게 받아들고선 손님도 없이 어떻게 가게를 꾸려가냐고 묻는다.

 

 

"에... 그게... 내가 여기를 직접 지었는데. 마누라랑 둘이서 말이요.

 

가게세도 안나가고 관리한다고 귀찮게 하는 본사도 없고. 그렇다오.

 

여기서 혼자 산지는 엄청 오래 됐고.."

 

 

당신이 아내에 대해 묻자 바텐더가 인상을 찌푸린다.

 

 

"진즉에 저주받은 이 곳을 떠났지.. 여긴 아무도 안오거든.

 

원래 상황이 안좋다 싶으면 있던 사람도 떠난다 이 말이야.

 

그래도 어쨋든 가게는 열어놔야 하지 않겠수."

 

 

위스키를 두 모금 정도 마시고 위로를 건넨다.

 

 

"됐수다. 그 편이 나았지. 내가 등 떠밀어 보냈다니까. 행복해지려면 그 방법 뿐이었거든."

 

 

바텐더는 입이 찢어질 듯 섬뜩한 미소를 짓는다.

 

 

"침실은 위층이요. 먹을 것도 좀 있으니 알아서 드슈. 나는 어딜 좀 가봐야 해서."

 

 

옷걸이에서 코트와 모자를 집어든 바텐더는 유리문을 잠근다.

 

당신은 의자에서 일어..났는데 느낌이 좋지 않다.

 

문 손잡이를 잡아보니 어째선지 아주 굳게 잠겨있다.

 

정말 미친 듯이 심장이 요동치지만 바텐더는 그저 태연히 신문을 펼져든다.

 

신문을 읽는 중얼거림이 어렴풋이 들려온다.

 

 

'2015년 12월 11일..? 갑자기 50년이 지난거야?'

 

 

문을 열어달라고 아무리 소리를 쳐도 눈길 한 번 주지 않는다.

 

다만 침잠한 그의 두 눈 속에 슬픔이 가득하다.

 

 

"여기는 저주받은 곳이라고 했던 내 말 기억하슈? 누군가는 여기 남아서 가게 문을 열어놔야지."

 

 

죄책감이 어깨를 짓누르는지 바텐터의 어깨가 축 쳐졌다.

 

이윽고 발길을 돌려 어둠으로 향한다.

 

 

"뭐 이제 더 할 말 없으면. 난 이제 그만 가볼라오."

 

 

 

 



 

0개의 댓글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공지 [2023 대동제] 2023 대동제 축제 후기 이벤트!! profile 금오사이 2023.05.19 2394 0
공지 [종료된 이벤트] 🌸🌸🌸 2023 벚꽃 이벤트 당첨자 발표🌸🌸🌸 profile 금오사이 2023.04.08 2193 3
공지 2022 대동제 축제 후기 이벤트 당첨자 발표 profile 금오사이 2022.09.20 4562 0
공지 2022-2 개강 이벤트 종료 profile 커뮤니티운영팀 2022.09.20 3264 0
공지 금오위키 관련 공지 profile 금오사이 2022.09.19 2426 3
공지 "의좋은 형제 & 의상한 형제를 찾습니다!" 당첨자 발표 1 profile 커뮤니티운영팀 2021.05.28 4224 3
공지 금오사이 수강후기 당첨자 발표입니다! 9 profile 금오사이 2020.07.20 4471 5
공지 비방/욕설/음란 등 게시판 정책에 위반되는 글을 삭제 될 수 있습니다. profile 금오사이 2018.05.24 4676 3
1866 내일 기사치는 분들 모두 화이팅 하얀 까마귀 2021.03.06 995 0
1865 수강신청도 아니고 선넘네 ㅋㅋ 화난 까마귀 2021.03.12 1580 1
1864 코로나19 검진 비용 정보 명랑한 까마귀 2020.02.28 1569 0
1863 [홍보] 멋쟁이사자처럼 11기 LIKIT 운영진 모집 profile 멋쟁이사자처럼 2022.11.29 1800 3
1862 [소식] 신종 코로나 17번 환자 대구 이틀간 머물러…동선 파악 중 국밥부장관 2020.02.05 1327 2
1861 리더십과 커뮤니케이션 결의가 굳은 까마귀 2020.04.27 1043 0
1860 [정보] 학식 잔반제로 이벤트 profile 푸름관4동 2019.12.05 1524 1
1859 [홍보] STL 오늘 영업시간 STL 2019.12.06 691 1
방학까지 83일 남은 오늘의 괴담 익명_02690208 2019.09.29 93 1
1857 STL + 배민 어제도 밤샌 까마귀 2020.02.15 1500 1
1856 [스터디] 혹시 토익스피킹 하고 계신 분 계신가요 걱정스러운 까마귀 2022.03.15 1096 1
1855 [홍보] [교내행사] 2024년도 금연지원서비스 제공 및 금연캠페인 이서현 2024.04.19 409 0
1854 [질문] 도서관 근로 연락오신분...? 거만한 까마귀 2021.02.24 1093 0
1853 [유머] 김종민 올타임 레전드.mp4 profile Horizen 2019.05.22 117 0
1852 방학까지 96일 남은 오늘의 괴담 익명_82509094 2019.09.16 102 1
1851 방문조사원과 사이비를 구별하는 Tip) 익명_77258695 2019.09.20 261 1
1850 [분실물] 오름2동 필사적인 까마귀 2020.06.13 704 0
1849 컴공은 기본반 언제나와요? 익명_97046340 2019.03.05 83 0
1848 학생식당 분식당 평안한 까마귀 2020.06.18 1320 0
1847 [홍보] kobs 점심방송에서 신청곡을 받습니다! profile 신문방송사KOBS 2019.10.10 357 5
서버에 요청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