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혹시 나 치즈케익 남은거 좀 갖다주지 않을래?"
그 말을 듣고 나는 아내에게 윙크를 날렸다.
"그쯤이야 간단히 해주지. 자기 뭐 또 먹고 싶은 거 있어?"
"그럼 캡슐커피도 내려줄래? 디카페인으로. 당신 보통 이시간에 커피 마시잖아요. 그 김에 나도 내려줘. 우유는 하프앤하프 타주고."
아내 말을 끝까지 듣고 웃으며 부엌으로 갔다. 디카페인 캡슐을 두 개 꺼내 기계에 넣고 버튼을 누르자 이윽고 커피향이 부엌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내 커피는 그대로 잔에 붓고, 아내 잔에는 우유를 타 한번 젓고 냉장고에서 치즈케익을 상자째로 꺼내 거실의 아내에게 넘겨줬다.
아내는 우리 집 습관대로 "먹지 마시오"라고 적힌 포스트잇을 떼고 상자를 열었다.
우리 집에서는 항상 자기가 먹을 음식을 냉장고에 넣어둘 때는 "먹지 마시오" 포스트잇을 붙였다.
생활패턴이 잘 맞지 않는 아들에게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오늘 치즈케익 상자는 비어 있었다.
"뭐야, 다 먹었잖아."
아내 목소리에는 화가 묻어 있었다. 나는 한숨쉬며 아들 방 문을 노크했다. 아들은 답이 없었다.
그래서 핸드폰을 꺼내 아들 번호를 눌렀다. 신호가 세 번 울리기도 전에 아들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빠!"
"아들, 우리 여러번 이야기했지. 먹지 마시오라고 붙어있으면 처먹지 말라고."
아들은 한동안 말이 없더니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
"그거 혹시 엄마나 아빠가 먹은 거 아니에요? 잘 생각해보세요."
그 말이 내 화에 불을 지폈다.
"야이 쌍놈새끼야 너 나랑 장난쳐?"
"아빠, 그럼 일단 전화 끊지 말고 엄마랑 뒷문으로 나오고 문 잠가요. 여친이 지금 경찰서 전화했어요."
"너 미쳤어? 네가 지금 그럴 나이야?"
"아니....아빠 한번만 내가 말하는 대로 해보세요. 나가면 이야기해줄테니까 전화 끊지 말고 꼭 엄마랑 같이 나가요."
그래서 일단 나는 아내를 데리고 밖으로 나와 문을 잠갔고, 도대체 이게 무슨 사단인가 아들에게 물었다.
"그래서 도대체 뭐때문에 나오라고 한거야?"
"아빠, 나 이번주에 여친이랑 커넥티컷으로 놀러왔어요. 집에 들어간 적도 없는데 어떻게 그걸 먹어요.
경찰서에서 다시 전화왔네. 이따 다시 전화할게요, 아빠 사랑해요. 경찰 도착하면 다시 전화할게요."
이윽고 경찰이 도착해 집을 수색했고, 지하실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남자를 끌어냈다.
남자는 우리 옷 몇 벌을 훔쳐 제 것인양 입고 아내가 찾던 치즈케익 부스러기와 음식물로 연명해 왔다고 했다.
그리고 주방에서 빼낸 푸주칼도 한 자루 옷에 싸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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