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까지 73일 남은 오늘의 괴담

"여보, 혹시 나 치즈케익 남은거 좀 갖다주지 않을래?"

그 말을 듣고 나는 아내에게 윙크를 날렸다.

"그쯤이야 간단히 해주지. 자기 뭐 또 먹고 싶은 거 있어?"

"그럼 캡슐커피도 내려줄래? 디카페인으로. 당신 보통 이시간에 커피 마시잖아요. 그 김에 나도 내려줘. 우유는 하프앤하프 타주고."

아내 말을 끝까지 듣고 웃으며 부엌으로 갔다. 디카페인 캡슐을 두 개 꺼내 기계에 넣고 버튼을 누르자 이윽고 커피향이 부엌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내 커피는 그대로 잔에 붓고, 아내 잔에는 우유를 타 한번 젓고 냉장고에서 치즈케익을 상자째로 꺼내 거실의 아내에게 넘겨줬다.

아내는 우리 집 습관대로 "먹지 마시오"라고 적힌 포스트잇을 떼고 상자를 열었다.

우리 집에서는 항상 자기가 먹을 음식을 냉장고에 넣어둘 때는 "먹지 마시오" 포스트잇을 붙였다.

생활패턴이 잘 맞지 않는 아들에게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오늘 치즈케익 상자는 비어 있었다.

"뭐야, 다 먹었잖아."

아내 목소리에는 화가 묻어 있었다. 나는 한숨쉬며 아들 방 문을 노크했다. 아들은 답이 없었다.

그래서 핸드폰을 꺼내 아들 번호를 눌렀다. 신호가 세 번 울리기도 전에 아들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빠!"

"아들, 우리 여러번 이야기했지. 먹지 마시오라고 붙어있으면 처먹지 말라고."

아들은 한동안 말이 없더니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

"그거 혹시 엄마나 아빠가 먹은 거 아니에요? 잘 생각해보세요."

그 말이 내 화에 불을 지폈다.

"야이 쌍놈새끼야 너 나랑 장난쳐?"

"아빠, 그럼 일단 전화 끊지 말고 엄마랑 뒷문으로 나오고 문 잠가요. 여친이 지금 경찰서 전화했어요."

"너 미쳤어? 네가 지금 그럴 나이야?"

"아니....아빠 한번만 내가 말하는 대로 해보세요. 나가면 이야기해줄테니까 전화 끊지 말고 꼭 엄마랑 같이 나가요."

그래서 일단 나는 아내를 데리고 밖으로 나와 문을 잠갔고, 도대체 이게 무슨 사단인가 아들에게 물었다.

"그래서 도대체 뭐때문에 나오라고 한거야?"

"아빠, 나 이번주에 여친이랑 커넥티컷으로 놀러왔어요. 집에 들어간 적도 없는데 어떻게 그걸 먹어요.

경찰서에서 다시 전화왔네. 이따 다시 전화할게요, 아빠 사랑해요. 경찰 도착하면 다시 전화할게요."

이윽고 경찰이 도착해 집을 수색했고, 지하실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남자를 끌어냈다.

남자는 우리 옷 몇 벌을 훔쳐 제 것인양 입고 아내가 찾던 치즈케익 부스러기와 음식물로 연명해 왔다고 했다.

그리고 주방에서 빼낸 푸주칼도 한 자루 옷에 싸들고 있었다.




 

0개의 댓글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공지 [2023 대동제] 2023 대동제 축제 후기 이벤트!! profile 금오사이 2023.05.19 2485 0
공지 [종료된 이벤트] 🌸🌸🌸 2023 벚꽃 이벤트 당첨자 발표🌸🌸🌸 profile 금오사이 2023.04.08 2261 3
공지 2022 대동제 축제 후기 이벤트 당첨자 발표 profile 금오사이 2022.09.20 4635 0
공지 2022-2 개강 이벤트 종료 profile 커뮤니티운영팀 2022.09.20 3332 0
공지 금오위키 관련 공지 profile 금오사이 2022.09.19 2495 3
공지 "의좋은 형제 & 의상한 형제를 찾습니다!" 당첨자 발표 1 profile 커뮤니티운영팀 2021.05.28 4290 3
공지 금오사이 수강후기 당첨자 발표입니다! 9 profile 금오사이 2020.07.20 4540 5
공지 비방/욕설/음란 등 게시판 정책에 위반되는 글을 삭제 될 수 있습니다. profile 금오사이 2018.05.24 4746 3
3246 까드림에 신소재 학생회장님의 의견 표명글이 올라왔습니다. 6 익명_98643332 2019.03.04 438 2
3245 [질문] 원스톱서비스 학적부 수정 6 걷는 걸 좋아하는 까마귀 2020.03.08 1626 0
3244 대구 통학은 대학근처에서 술 어떻게 마시나요?? 6 미적감각이 있는 까마귀 2020.03.18 1095 0
3243 [질문] 학점 2.3이면 국장 못받나요.. 6 준비된 까마귀 2021.01.05 2590 0
3242 학식당 반계탕 몇시부터팔아요? 6 익명_91676223 2018.10.26 110 0
3241 집에 있으면 아무것도 안해서 6 익명_50238515 2018.10.22 103 2
3240 너는오늘 스벅 아아가 땡긴다 6 행복한 까마귀 2020.06.14 761 0
3239 오티와 새터 6 신입 2019.01.28 475 1
3238 아 엠티가는데 6 익명_15983219 2019.03.21 337 1
3237 니크롬선 비저항 10^-6아니냐 6 생기있는 까마귀 2020.10.22 1830 0
3236 온라인강의 6 gold50 2020.03.18 945 0
3235 A+ 받는사람 6 과제를 까먹은 까마귀 2020.04.29 952 0
3234 이렇게 된 이상 카카오공부법을 노린다 6 익명_37781469 2018.10.29 222 0
3233 너무심심한데 파이썬 과제 모르는거 있는사람 6 평화로운 까마귀 2020.05.22 1534 0
3232 곱창 전골vs구이 6 익명_49966594 2018.10.08 86 0
3231 부엉이가 물어 빠졌을 때 내는 소리는? 6 싸구려커피 2019.04.26 267 3
3230 전자출결 6 분식당에 서식하는 까마귀 2020.03.16 1408 0
3229 시험 6 야식을 주문한 까마귀 2020.06.07 1460 0
3228 물리 문제풀이 좀 도와주실분. 6 애걸복걸하는 까마귀 2020.04.25 2260 0
3227 저만 일부글에 달린 댓글 안 보이나요 6 profile 댕댕yee 2020.03.09 1342 3
서버에 요청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