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까지 70일 남은 오늘의 괴담

태양계에서 외계인 선단이 발견되었을 때 백악관은 뭘 하고 있었냐면, 완전히 공황상태에 빠져 있었다.

아마 역사가들은 또 다른 얘기를 하겠지만 그 자리에 직접 있었던 사람 자격으로 말하자면, 정확히는 대통령 스피치라이터 보좌관 자격으로 말하자면 우린 죄다 혼이 빠질 지경으로 놀랐고 첫 연락에 대한 답신을 작성하는 내내 거의 백악관 웨스트 윙이 내 집인양 살다시피 하며 어떡할 것인지 종일 논의했다.

도대체 뭘 어떡해야 할지 선례가 없다는 점이, 가장 완벽한 답이 없다는 점이 정말 미칠 노릇이었고 바로 그때문에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백악관 최고의 지성인의 절반쯤은 외계인이 지구를 침략 목적으로 방문해 죄다 노예로 삼아버릴 것이다, 아니면 그냥 인간을 소탕하고 그 다음에 지구를 처리할 것이다하며 침을 튀겨대기 바빴다. 그들이 무사히 착륙하게 두기도 무서웠고 착륙하기 전에 핵폭격을 가하기도 너무나 무서웠고, 심지어 핵폭격이 탱탱볼마냥 그대로 튕겨나올 거란 예측에 말도 못할 정도로 무서웠다.

하지만 그들은 몹시 평화롭게 착륙해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인류와 외계인은 7주가 넘도록 내내 건설적이고 평화로운 대화를 이어나가며 철학과 법, 도덕관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 인류와 외계인의 평화롭고 지속적인 소통과 향후 무역 등에 대한 기본 법안과 그 기틀을 마련하는 데 힘썼다. 너무 평화롭다 못해 어디선가 큰일이 날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실제로 8주가 채 되지 못해 그들은 지구를 영영 떠나버렸다.

외계인이 모든 대화를 거부하고 지구를 영영 떠난 건 관해 사설과 미디어는 연일 말도 안되는 소리를 지껄여대고 있다. 종교 때문이다, 외계인에 대한 온라인 밈이 그들을 자극했다, 외계인들이 인류의 피에 얼룩지고 더럽혀진 역사에 질려 지구를 떠났다....하지만 그쪽의 외교 특사와 있었던 회담 자리에 직접 참석한 자격으로 말하자면 그들은 그딴 것따위 얼마든지 알고 있다며 한큐에 모든 것을 받아들였다.

그들을 떠나게 만든 건 인류의 신비주의 철학도 아니었고 핵전쟁의 가능성도 아니었고 딥웹에 도사리고 있는 무궁무진한 악행 때문도 아니었다. 외계인들이 일언반구도 없이 떠나도록 한 것은 바로 인류가 일상적으로 꿔온 악몽이었다.

"그러니까....인류 중 어느 정도가 이 무의식적인 공포에 떨고 있단 말입니까?" 외교 특사가 인류어 통역사에게 질문했다.

"아 뭐, 살면서 다들 한번쯤은 꿔봤을 걸요. 전부 다요."

"그럼 얼마나 오랫동안 이 문제를 간과하고 지냈단 말입니까?"

"역사에 기록된 바에 따르면....고대 전설에도 악몽을 꿨다는 내용이 있고, 뭐 역사 이래로 내내 겪은 일 아닐까요? 대개 이런 건 살다 보면 견뎌야 하는, 누구나 겪는 일 정도로들 생각하죠."

그리고 그들은 주저없이 등을 돌려 지구를 떠나버렸다. 식사 중이었던 외계인 기술자 일부는 심지어 식사도 도중에 멈춘 채 떠나버렸다.

대통령이 위기대처위원회를 소집해 발표 내용을 궁리하는 사이 나는 그들이 남긴 마지막 메시지를 읽어내려갔다. 단 세 마디밖에 안되는 그 메시지를.

"가능한 빨리 지구를 떠나십시오. 최대한 잠은 자지 않기를 추천 드립니다. 행운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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