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까지 67일 남은 오늘의 괴담

나는 누워서 침대에 파묻힌 채로, 부드러운 실크 이불의 따듯한 감촉을 즐기며, 들어본 적 없는 허접한 TV 타큐멘터리를 보고 있었어. TV를 꺼버리고 싶었지만 쿠키 아이스크림 통을 든 채로 입으로 퍼 나르는데 두 손을 모두 쓰고 있는터라 그럴수가 없었지. 모두가 외출하고 나만 남아있는 이런 밤은 흔치 않아. 그래서 맘껏 만끽하고 있었어. 아침까지 아무도 돌아오지 않을거라고 생각했지. 그런데 1층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크게 들렸어.

너무 당황스러워서 이불 아래서 조용히 빠져나오다가 바닥에 깔린 하얀 새 카펫에 아이스크림을 온통 흘려버렸어. 침대 옆에 있는 옷장의 삐걱거리는 문을 열었지.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고 일부러 내는 듯 한 조심성 없는 쿵쿵거리는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어. 나는 헐떡거리면서 좀 전까지 쓰던 스푼을 집어들었어. 발자국소리는 점점 커졌고 난 옷장 속 좁디좁은 공간 속으로 몸을 우겨넣고는 문을 닫자마자 1초도 안 되어 누군가가 방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어.

옷장 틈 사이로 내다보자 낯익은 얼굴의 남자가 보였는데 정확하게 어디서 봤는지는 기억나지 않더라. 그 남자는 바닥에 떨어진 아이스크림 자국을 발견하곤 머리를 두리번거리며 내 방 안을 훑어봤어.

"누구 있나?" 무서운 목소리는 아니었지만 난 예전에 비슷한 경험이 있었어. 그래서 절대로 좋은 사람인지 아닌지를 목소리만으로 판단하진 않아.

남자는 침대 아래를 들여다봤어. 젠장, 누군가를 찾고 있구나. 난 울음을 삼키면서 스푼 머리부분을 잡고 뒤로 구부렸어. 이걸로 여차할 때 저 남자의 이마를 때리면 이길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갖고. 그렇게 스푼을 구부리다가 끼릭거리는 소리가 났고 남자가 머리를 들었어. 옷장으로 걸어오는 걸 보며 떨고 있었지. 제발 열지 마, 제발 열지 마, 제발 열지 말라고!

문이 양쪽으로 열리고 그 남자와 눈이 마주쳤어. 우린 놀라고 무서워서 서로 비명을 질러댔지. 난 망설이지 않고 남자에게로 뛰어들어 날카로운 숟가락 뒷부분으로 남자의 살점을 찔러댔어. 남자는 고통속에서 꽥꽥거렸지만 난 거기서 멈추지 않고 가슴과 목을 찔렀어. 한번 더, 한번 더. 움직이지 않을 때까지. 내가 그 남자를 죽인거지.

욕지기가 치밀어오르고 눈물이 나와서 아래층으로 달려내려가 집을 빠져나왔어. 충분히 멀어질 때까지 거리를 내달렸지. 다음 순간 주저앉아서 숨을 헐떡이다 결국 평정을 되찾았어. 핸드폰을 꺼내서 트위터에 '#파티'를 검색했지. 부디 이번에는 밤 새고 들어온다고 해놓고 멋대로 돌아오는 구라쟁이들이 아니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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