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까지 66일 남은 오늘의 괴담

단 4문장으로 괴담을 써보았다

 

 

 

SporkDeprived 264 points

알람소리에 깨어나고 보니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이다.

더듬더듬 알람을 끄고 비척비척 창문으로 향한다.

단번에 커튼을 열어젖히자, 따스한 햇볕이 느껴진다.

여전히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이다.

 

 

 

 

i_ate_the_drugs 214 points

눈 앞의 여자가 입가에 흐르던 피를 핥아 먹는다.

여자 손 안엔 내 딸이 몇 점인가 들려있다.

여자 뒤에 있던 아들이 지르는 소리가, 어째서인지 내 등 뒤에서 들린다.

거울에서 눈을 떼며, 아직 디저트 먹을 배가 남아있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TheGreatPastaWars 279 points

미친 듯이 파고, 파고, 손톱이 벗겨지고 손 끝에서 피가 나오도록 파고, 파고, 또 판다.

내 비명 소리가 묘지 속에서 공허히 울려퍼진다.

울부짖던 내 얼굴을 타고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지는 순간, 깨닫는다.

여태까지 반대 방향으로 파고 있었다는 걸.

 

 

 

 

oxy-mo 168 points

울타리는 철가시를 두른 산이 되어 우리를 내려다본다.

줄무늬 옷 속에는 벼룩이 가득해 간지럽기 그지없다.

아무 것도 먹지 못한 채로 벌써 며칠이라 너무도 배가 고프다.

단체로 샤워실에 들어가라는 명령이 들린다.

 

 

 

 

coldasgrave 59 points

이마에 난 혹이 이제는 야구공 크기가 됐다.

다들 암이라고 했지.

아니.

거미다.

 

 

 

 

Groundfighter/r/groundfighterwrites 118 points

창문 너머의 남자가 당연한 줄로만 알았다.

누구에게나 한 명 쯤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어렸을 때부터 나를 쭉 지켜봐온 그 남자가, 요즘 들어 밤마다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눈을 가늘게 뜨면 어렴풋이 얼굴이 보일 것도 같다.

 

 

 

 

 

StasisNation 60 points

마치 노리고 있었다는 듯, 갑작스레 지진이 일어나더니 나를 수 마일 밑으로 집어삼켰다.

내가 떨어지는 동안 흔들리고, 쪼개지고, 꿈틀대던 석벽이 마침내 한 줄기의 햇살마저 남기지 않고 지워버렸다.

그리고 용해된 암석과 재와 함께 꼼짝없이 굳은 이 순간,

소중함을 망각하고 불필요하다고 여겼던 산소를 맛볼 수조차 없을 정도로 옴짝달싹 못하는 지금 이 순간, 깨달았다.

불로불사라는 소원은 빌지 말았어야 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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