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까지 61일 남은 오늘의 괴담

난 가끔씩 Chatroulette(채트룰렛) 이라는 랜덤화상채팅사이트에서 시간을 죽이는 일이 있어.

엄청나게 좋아해서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집에서 나가지 않은 상태로 다른 사람들과 소통을 할 수 있으니까 하는 거라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하지.

난 룸메이트와 살고 있는데 꽤 좋은 녀석이거든?

근데 그녀석의 어머님이 편찮으셔서 몇달동안 나 홀로 이 집에서 살고 있었어.

어느 날,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온 후,

침대에 누워서 웹서핑을 하다가

어느새 평소처럼 채트룰렛에서 재밌는 대화상대를 찾고 있었어.

뭐랄까, 랜덤채팅이라는 게 변태들이 차고 넘치잖아...

그런 인간들을 만날 때마다 빛의 속도로 [다음상대] 버튼을 누르는 패턴을 무한반복하고 있었지.

그렇게 몇분동안 스킵을 누르고 있었을 때,

상대방의 모습이 나오는 부분에서 어떤 여자애가 나타났어.

울고 있었던 것 같았는데

입을 손으로 막고 필사적으로 어떤 소리도 내지 않으려는 것 같더라고.

몇초동안 그녀를 보다가 난 다시금 스킵을 하려고 했지.

*ouTube에서 랜덤채팅 몰카의 희생양이 되버린 내 비디오가 뜰 것 같은 느낌이 들었거든.

그때, 여자애가 키보드를 두들겨가며 뭔가를 적어넣었어.

[제발]

[제발 도와주세요]

그녀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자,

오타를 만발해가며 나에게 119를 불러달라고 애원해왔어.

집에 들어와보니 누군가가 침입한 흔적을 찾았다는거야.

너무 무서워진 나머지 옷장 안에 숨어있다고.

자신의 핸드폰으로 119에게 연락을 취하려고 했는데 배터리가 죽어있어서

가방속에 있던 노트북을 열자마자 열려있던 창이 채트룰렛이었대.

가장 처음 떠오른 상대방이 나였고.

난 순간 망설였어.

내가 몰카의 희생양이 되버린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진절머리가 났었거든.

그런데 만약, 이 여자애가 진짜로 위험해 처한 거였다면?

결국 난 119에 전화를 해보기로 했어.

하지만 그 전에 그 여자애에게 이름과 집주소를 말해달라고 했지.

[린다]

그녀가 주소를 적고 있는 동안, 폰의 잠금상태를 해제하고 119번호를 누르고 있었어.

[XX도로 1608번 집]

그걸 읽은 난 통화버튼을 누르려다가 동작을 멈췄어.

린다가 적어준 주소는 내 집주소였거든.

등줄에 소름이 좌악 돋는 느낌이었어.

너무 당황한 나머지 폰마저 떨어뜨려버렸으니까.

정말 말로 표현하기에는 어려운 감정들이 나를 덮쳤어.

내 핸드폰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내 노트북의 스피커에서부터 들려온거야.

린다가 보이는 화면으로부터.

그걸 들은 난 한동안 가만히 선 채로, 그녀를 바라보았아.

린다는 여전히 눈물범벅인 채로, 나에게 119를 불러달라고 적어왔어.

난 2-3분동안 넋을 잃고 있다가,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든 정리하기로 결심했어.

내 노트북을 한손으로 든 채,

나는 내 방의 옷장을 열어제꼈어.

옷장 속에는 아무도 없었어.

노트북에 비치는 린다라는 여자애는 여전히 울고 있었어.

난 아무 말 없이

내 룸메의 방으로 걸어가기 시작했어.

그녀의 화면에서부터 나의 발소리가 점점 커지는 걸 느꼈어.

난 그녀가 룸메이트의 방속 옷장에 있다는 걸 알아차리고,

룸메의 문을 빠른 속도로 열어제꼈어.

여자의,

아니 린다의 비명소리가 옷장에서부터 들려왔어.

난 화면 속의 린다에게서 눈을 절대로 떼지 않은 채,

옷장 문을 열었어.

그때,

린다가 비춰지던 화면이 새하얗게 변하고는

채팅이 끝나버렸어.

옷장 안에는 아무도 없었어.

난 노트북을 집어던지고 집밖으로 달려나갔어.

내 숨이 한계까지 차와도 난 멈추지 않고 달렸어.

뭔가가 나를 쫓아오는 기분이었어.

그녀의 비명소리가 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았어.

너무 많이 달린 나머지 쓰러질 것 같았지만, 난 멈추지 않았어.

멈출 수가 없었어.




 

1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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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치
2019.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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