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까지 58일 남은 오늘의 괴담

볼에 로션을 바르는 도중, 선반에 올려뒀던 핸드폰이 울렸다.

"사진 하나 보내 줘 ;)" 라이언이었다. 나는 어이없어하면서도 쿡쿡대며 그에게 답장을 보냈다.

"이제 거의 퇴근 아니야?" 핸드폰을 놓고 하던 걸 마저 했다. 1-2분 지났을까, 핸드폰이 다시 울렸다.

"야근 좀 할 것 같아 :(" 미처 답장할 새도 없이, 다른 문자가 도착했다.

"내가 집에 빨리 도착할 수 있게 동기부여를 해주는 건 어때?" 잠시 로션을 내려놓고 고민했다. 하필 타이밍도 좋게 이제 막 샤워를 하려던 참이었다. 그래, 뭐 어때?

"기다려 봐,"라고 답장했다. 그리고 입고 있던 헐렁한 스타워즈 티셔츠를 벗고 혹시 모를 플러스알파를 위해 안에 입었던 파란색 레이스 브래지어까지 벗었다. 창문을 등지고 여러 각도로 사진을 찍은 다음 가운뎃손가락을 치켜든 사진을 마지막으로 '빨리와 ;)'라는 내용과 함께 그에게 보냈다.

새어 나오는 웃음과 함께 얼굴 세정을 마치고 전라 상태로 샤워실에 들어갔다. 델 만큼 뜨거운 물이 판에 박혀 찌들어버린 하루의 때를 벗겨내자 몸이 슬슬 풀리는 게 느껴졌다.

샤워실 바깥 선반에서 다시 핸드폰이 울렸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잠시 샤워실에 앉아서 물줄기를 즐기며 따뜻한 물이 내 목과 몸을 따라 흐르는 기분을 만끽했다. 다시 한번 핸드폰이 울렸지만, 그마저도 무시하기로 했다.

몇 분 뒤, 샤워실에서 나와 타월로 몸을 감쌌다. 수건 하나를 더 꺼내서 머리를 감은 뒤 핸드폰을 들었다. 부재중 전화 3통. 모두 라이언이었다. 이것저것 확인해 보니 라이언이 보낸 문자도 눈에 들어왔다.

"침대 밑에 총 있으니까 챙겨서 당장 숨어. 경찰에 바로 신고할게." 문자를 읽는 동안 두려움이 엄습했다. 대체 무슨 일인데 이렇게 난리야?

"니콜, 당장 전화 받아! 나 지금 가고 있으니까 조금만 버텨." 문자 하나가 더 왔다. 완전히 패닉에 빠진 나는 그에게 답장했다.

"무슨 일인데?" 답장을 기다리는 동안 그에게 보냈던 사진을 다시 살펴보기로 했다. 분명히 이 사진을 보낸 후 이 사달이 난 것 같았으니까. 사진을 훑었지만, 어둠 외에는 보이지 않았다. 천천히 뜯어보는 순간 강철이 내 심장을 후려친 것처럼 가라앉는 기분이 들었다. 사진에 찍힌 화장실 창문 바깥 너머로, 어둠과 거의 하나가 된 듯한 남자의 얼굴이 보였던 것이다. 그것도 아주 굶주린 채 가학적인 미소를 띤 상태로.

손이 주체할 수 없이 떨려서 그만 핸드폰을 놓치고 말았다. 핸드폰이 다시 울리며 화면에 라이언의 이름이 떴다. 핸드폰을 주우려는 순간, 내 뒤에서 화장실 문이 천천히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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