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딸은 날 때부터 죽음이 예견된 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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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소견으로는 소아 백혈병이란다. 그저 운이 나빴던 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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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몸에 있는 백혈구는 감염과 싸우는 대신 아이 몸을 공격했고, 안에서부터 몸을 갉아 먹었다. 딸을 보호해야 하는 부모, 나와 내 아내 역시 딸을 구할 방법을 찾지 못한 채 아이가 서서히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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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이름은 비브였다. 비비안을 줄여서 부른 이름. 프랑스어로 '살아있다'라는 의미를 가진 이름이었다. 반항심으로 지은 이름이었다. 하지만 결국 그 이름은 이름값을 해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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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비브의 다섯 번째 생일에 아이를 묻어주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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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브가 살아있던 5년 동안 고통에 찌들었던 우리를 지켜본 친구와 가족은 마침내 비브가 사망했을 때 우리가 차라리 마음을 편하게 먹었기를 바랐다. 하지만 우리의 고통은 끝나지 않았다. 전보다 더하면 더한 고통과 숨 막히는 괴로움이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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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강령회를 열고 향을 피우며 심령술 점괘를 사용했다... 비브를 살릴 수 있는 무언가라도, 아니, 아이의 작은 일부라도 살도록 남길 방법은 전부 찾았다. 사실 전부 시간 낭비였고 우리도 그 사실을 뼈저리게 알았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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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아침, 샤워를 끝내고 나온 나는 화장실 거울에 서린 김 위로 작게 그려진 하트 문양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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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씻는 동안 아내가 그린 것으로 생각했지만 침실로 들어간 나는 아직 자는 아내를 발견했다. 하트를 발견한 것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그냥 내가 꿈꾼 것이라고 믿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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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이후로 하트 모양은 여기저기에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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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 내린 눈 위에 그려진 하트 주변으로 어떤 발자국도 찍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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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금 비닐을 벗긴 노란색 공책에 볼펜으로 그려진 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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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꺼낸 미트로프 위에 완두콩으로 그려진 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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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브는 우리가 글을 가르치기도 전에 사망했다. 하지만 하트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는 충분히 자각했다. 바로 사랑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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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곳곳에서 보이는 하트의 의미를 다양하게 받아들였다. 아이가 안전하다는 것을. 아이가 행복하다는 것을. 아이가 아직 우리와 함께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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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침내, 이 사실을 아내에게 말할 용기가 생겼다. 하지만 아내는 내 말을 잘 받아들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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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첫 반응은 불신이었다. 곧이어 나타난 분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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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간 발견한 하트 문양을 찍은 사진을 아내에게 보여주었다. 물론 누가 그린 것인지 그 출처까지 찍어낼 순 없는 터. 내가 혼자 그리고 찍은 것일 수도 있지 않느냐며 아내는 반박했다. 아내는 내가 자신의 감정을 가지고 노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아내의 반응도 이해가 갔다. 아내는 아직 잡고 있는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딸이 죽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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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내에게 소리 질렀고, 차려진 저녁 식사를 다 엎어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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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화가 난 채 집을 나갔고, 나는 그런 아내를 잡지 않았다. 그 순간, 나는 그것을 느꼈다. 짧은 숨결. 내 왼팔에 느껴진 마비. 가슴에 느껴지는 날카로운 통증. 나는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지며 내 실수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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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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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브는 내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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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브는 내게 경고를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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