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까지 56일 남은 오늘의 괴담

우리 딸은 날 때부터 죽음이 예견된 아이였다.

의사 소견으로는 소아 백혈병이란다. 그저 운이 나빴던 거라고 했다.

아이 몸에 있는 백혈구는 감염과 싸우는 대신 아이 몸을 공격했고, 안에서부터 몸을 갉아 먹었다. 딸을 보호해야 하는 부모, 나와 내 아내 역시 딸을 구할 방법을 찾지 못한 채 아이가 서서히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해야 했다.

딸의 이름은 비브였다. 비비안을 줄여서 부른 이름. 프랑스어로 '살아있다'라는 의미를 가진 이름이었다. 반항심으로 지은 이름이었다. 하지만 결국 그 이름은 이름값을 해내지 못했다.

우리는 비브의 다섯 번째 생일에 아이를 묻어주어야만 했다.

비브가 살아있던 5년 동안 고통에 찌들었던 우리를 지켜본 친구와 가족은 마침내 비브가 사망했을 때 우리가 차라리 마음을 편하게 먹었기를 바랐다. 하지만 우리의 고통은 끝나지 않았다. 전보다 더하면 더한 고통과 숨 막히는 괴로움이 계속됐다.

우리는 강령회를 열고 향을 피우며 심령술 점괘를 사용했다... 비브를 살릴 수 있는 무언가라도, 아니, 아이의 작은 일부라도 살도록 남길 방법은 전부 찾았다. 사실 전부 시간 낭비였고 우리도 그 사실을 뼈저리게 알았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샤워를 끝내고 나온 나는 화장실 거울에 서린 김 위로 작게 그려진 하트 문양을 발견했다.

내가 씻는 동안 아내가 그린 것으로 생각했지만 침실로 들어간 나는 아직 자는 아내를 발견했다. 하트를 발견한 것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그냥 내가 꿈꾼 것이라고 믿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 하트 모양은 여기저기에서 보였다.

♡. 막 내린 눈 위에 그려진 하트 주변으로 어떤 발자국도 찍히지 않았다.

♡. 방금 비닐을 벗긴 노란색 공책에 볼펜으로 그려진 하트.

♡.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꺼낸 미트로프 위에 완두콩으로 그려진 하트.

비브는 우리가 글을 가르치기도 전에 사망했다. 하지만 하트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는 충분히 자각했다. 바로 사랑이라는 것을.

나는 곳곳에서 보이는 하트의 의미를 다양하게 받아들였다. 아이가 안전하다는 것을. 아이가 행복하다는 것을. 아이가 아직 우리와 함께라는 것을.

그리고 마침내, 이 사실을 아내에게 말할 용기가 생겼다. 하지만 아내는 내 말을 잘 받아들이지 못했다.

아내의 첫 반응은 불신이었다. 곧이어 나타난 분노까지.

나는 그간 발견한 하트 문양을 찍은 사진을 아내에게 보여주었다. 물론 누가 그린 것인지 그 출처까지 찍어낼 순 없는 터. 내가 혼자 그리고 찍은 것일 수도 있지 않느냐며 아내는 반박했다. 아내는 내가 자신의 감정을 가지고 노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아내의 반응도 이해가 갔다. 아내는 아직 잡고 있는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딸이 죽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나는 아내에게 소리 질렀고, 차려진 저녁 식사를 다 엎어버리고 말았다.

아내는 화가 난 채 집을 나갔고, 나는 그런 아내를 잡지 않았다. 그 순간, 나는 그것을 느꼈다. 짧은 숨결. 내 왼팔에 느껴진 마비. 가슴에 느껴지는 날카로운 통증. 나는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지며 내 실수를 깨달았다.

♡.

비브는 내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게 아니었다.

비브는 내게 경고를 했던 것이다.

https://m.blog.naver.com/iamsuekim/221673544300




 

0개의 댓글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공지 [2023 대동제] 2023 대동제 축제 후기 이벤트!! profile 금오사이 2023.05.19 2399 0
공지 [종료된 이벤트] 🌸🌸🌸 2023 벚꽃 이벤트 당첨자 발표🌸🌸🌸 profile 금오사이 2023.04.08 2195 3
공지 2022 대동제 축제 후기 이벤트 당첨자 발표 profile 금오사이 2022.09.20 4563 0
공지 2022-2 개강 이벤트 종료 profile 커뮤니티운영팀 2022.09.20 3264 0
공지 금오위키 관련 공지 profile 금오사이 2022.09.19 2428 3
공지 "의좋은 형제 & 의상한 형제를 찾습니다!" 당첨자 발표 1 profile 커뮤니티운영팀 2021.05.28 4225 3
공지 금오사이 수강후기 당첨자 발표입니다! 9 profile 금오사이 2020.07.20 4472 5
공지 비방/욕설/음란 등 게시판 정책에 위반되는 글을 삭제 될 수 있습니다. profile 금오사이 2018.05.24 4679 3
19026 불매운동..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68 익명_46338628 2019.07.20 1235 6
19025 [질문] 화학 과제 하신분??ㅠㅠ 48 기운이 난 까마귀 2020.03.11 1592 0
19024 여러분들 닉네임 뜻이 뭐에요? 44 profile 유규 2019.05.07 676 0
19023 심심하니까 전자과 질문받는다 43 붕붕 2019.02.24 2573 1
19022 푸름2동 2층화장실 쓰레기통에 라면용기버리는놈 42 시간이 부족한 까마귀 2020.12.13 1752 0
19021 전자 여학우 요즘도 군기잡음? 38 익명_29368075 2019.03.02 1001 3
19020 기숙사 질문드리며 인사 오지게 박겠읍니다 38 ㅇㅇ 2018.12.13 735 1
19019 다들 수능성적이 어느정도인가요?? 37 수능 2019.02.16 1356 0
19018 글 중에 코골이 죽이고 싶다고해서 한번 적어봅니다. 37 익명_57308555 2018.10.25 10129 4
19017 금오공대 어떤가요 35 쾌활한 까마귀 2020.12.03 3379 0
19016 진짜 오름1동 너무 살기싫다 ㅋㅋ 35 profile 리르 2020.08.05 1570 0
19015 우리 학교 융통성에 대해 35 하.. 2019.02.08 1709 1
19014 중간공부 힘들어서 잠시 들렀어여 마이 홈그라운드 34 말이 많은 까마귀 2021.04.15 1580 0
19013 대학 34 졸고있는 까마귀 2020.09.26 1482 0
19012 심심해요.. 34 외로움을 못견디는 까마귀 2020.07.28 1031 0
19011 우리도 호칭 정했음 좋겠다!! 34 profile 유규 2018.11.26 391 0
19010 안자는사람 33 연구실에 갇힌 까마귀 2020.03.04 1518 0
19009 학교 고양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33 거만한 까마귀 2020.02.20 2154 4
19008 화소융 여학우 똥군기 33 익명_63496501 2019.03.03 842 1
19007 대학생 한달 용돈 33 ㅎㅅㅎ 2019.01.14 2173 2
서버에 요청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