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까지 47일 남은 오늘의 괴담

중학교 때 딱 1년, 개를 키웠었다.

아버지가 지인한테서 받아온 잡종이었다.

지인이 세상을 떠났는데, 개를 좋아하던 아버지가 어디 갈 곳 없는 개가 불쌍하다며 데려온 것이었다.

얌전한 늙은 개였다.

딱히 개를 좋아하는 건 아니었지만, 나도 종종 데리고 산책하러 나가곤 했다.

아버지가 다니는 산책 코스랑은 다르게, 강가에서 바다 제방까지 1시간 거리.

그 주변에는 야한 잡지 같은 게 종종 버려져 있었거든.

종종 딱 달라붙어 있는 커플도 있고 했지만, 개를 따라다니다 보니 자세히 볼 수는 없었다.

어느 여름밤, 사흘 만에 개와 산책을 나섰다.

아버지가 계속 야근을 하고 있었던데다 비도 쏟아져 한동안 산책을 못 했기에, 개도 스트레스가 꽤 쌓여있었겠지.

내가 가려는 길이 싫은지, 종종 멈추곤 했다.

그런데도 바다까지 걸어갔다.

누군가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여자 목소리로 동요 같은 느낌의 노래를.

주변에 인기척이 없다는 걸 알아차린 순간,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무심코 개를 봤다.

어둠 속을 바라보며 낑낑대고 있었다.

갑자기 무서워져서 나는 총알처럼 거기서 달아났다.

그리고 사흘 뒤,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위에 눌렸다.

밤에 꾸벅꾸벅 졸고 있는데, 어디선가 여자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위험하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몸은 움직이질 않았다.

심장이 미친 듯 뛰는데, 거기 맞추듯 노랫소리는 점점 커진다.

마치 초고주파처럼 째지는 노랫소리에 귀가 먹을 것 같아질 무렵, 나는 정신을 잃었다.

다음 날 아침, 어머니가 깨우러 왔다.

비몽사몽 간이었지만, 어머니의 말 한마디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간밤에 꼬마가 죽었지 뭐니.]

나는 아연실색해져 어머니를 바라봤다.

[아버지가 산책하러 가자고 했는데, 차갑게 굳어서 움직이질 않더래.]

내가 처음으로 가위에 눌린 날, 집에서 기르던 잡종 개 꼬마가 죽었다.

우연은 아니겠지.

출처https://vkepitaph.tistory.com/m/1137?category=348476




 

0개의 댓글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공지 [2023 대동제] 2023 대동제 축제 후기 이벤트!! profile 금오사이 2023.05.19 3229 0
공지 [종료된 이벤트] 🌸🌸🌸 2023 벚꽃 이벤트 당첨자 발표🌸🌸🌸 profile 금오사이 2023.04.08 2917 3
공지 2022 대동제 축제 후기 이벤트 당첨자 발표 profile 금오사이 2022.09.20 5377 0
공지 2022-2 개강 이벤트 종료 profile 커뮤니티운영팀 2022.09.20 4022 0
공지 금오위키 관련 공지 profile 금오사이 2022.09.19 3196 3
공지 "의좋은 형제 & 의상한 형제를 찾습니다!" 당첨자 발표 1 profile 커뮤니티운영팀 2021.05.28 5038 3
공지 금오사이 수강후기 당첨자 발표입니다! 9 profile 금오사이 2020.07.20 5255 5
공지 비방/욕설/음란 등 게시판 정책에 위반되는 글을 삭제 될 수 있습니다. profile 금오사이 2018.05.24 5462 3
16966 대학생을 위한 교육기부 온라인 겨울 캠퍼스 인트윈 2020.12.14 942 0
16965 귀요미 1 기쁜 까마귀 2020.12.14 824 0
16964 [유머] 반전 있는 일본의 티토커 3 profile TENDO 2020.12.14 763 0
16963 [질문] 도서관 2열람실 그림질문 1 필기하는 까마귀 2020.12.14 744 0
16962 컴퓨터공학과로 전과하고싶은 학생인데요, 질문드립니다. 2 학점이 부족한 까마귀 2020.12.14 1181 0
16961 푸름2동 2층화장실 쓰레기통에 라면용기버리는놈 42 시간이 부족한 까마귀 2020.12.13 1758 0
16960 족막시키실분 기숙사 초연한 까마귀 2020.12.13 1659 0
16959 학교에도 눈발 날리네요 2 시간이 부족한 까마귀 2020.12.13 1559 0
16958 [읽을거리] 어그로아니고 9 늦잠자버린 까마귀 2020.12.13 1708 0
16957 서울은 눈이와요.. 2 뛰어난 까마귀 2020.12.13 1591 0
16956 [질문] 갑자기 절평 이야기는 왜 나오는건가요..? 2 필기하는 까마귀 2020.12.13 1574 0
16955 구미에도 공공 전동킥보드 3 신중한 까마귀 2020.12.12 2255 4
16954 착시가 일어나는 사진 2 profile TENDO 2020.12.12 1104 4
16953 [정보] 절평으로 바뀌면 성적 어떻게 주는지 살짝 팁 1 유순한 까마귀 2020.12.12 1149 0
16952 [읽을거리] 주말이라 전화도 못하고 택시타고 가는 까마귀 2020.12.12 914 0
16951 12월11일09:25~12:00 해평정다운목욕탕(여탕)이용자는 해평보건지소에서검사바랍니다.480-4197 근로하는 까마귀 2020.12.12 1066 1
16950 학생회관 3 피자를 먹는 까마귀 2020.12.12 991 0
16949 지금msc2개 비대면인데 1 까불대는 까마귀 2020.12.12 692 0
16948 안녕하세요 ㅎㅎ 15 금오풍이 무서운 까마귀 2020.12.12 966 0
16947 월욜 셤 치남ㅋㅋ 3 당황한 까마귀 2020.12.12 715 0
서버에 요청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