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까지 46일 남은 오늘의 괴담

마네킹이 입은 옷에 주름이 잡히지 않게 잘 고정한 다음, 다시 창가에 전시했다. 아내와 나는 롤리타 풍 옷을 취급하는 옷가게를 했고, 아내는 그런 옷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안타깝게도 그런 아내는 작년에 세상을 떴고, 이제 나 혼자 남아 그녀를 위해 그녀의 꿈을 이어가는 중이다. 종이 울려 나가보니 단골 중에서도 단골의 얼굴이 보였다.

"안녕하세요, 앨리스." 휠체어를 탄 소녀에게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 "안토니오, 안녕하세요." 휠체어를 밀고 들어오는 앨리스의 아버지 얼굴을 알아보았다. 앨리스는 얌전히 무릎에 두 손을 얹고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언제나처럼 관심 없는 듯한 특유의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그렇게 오랜 시간 우리 가게를 방문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앨리스가 웃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게다가 말도 한마디 하지 않았는데, 안토니오의 말에 따르면 너무 부끄러움을 많이 타서 그렇단다. 앨리스가 입고 온 드레스는 치마 끝자락에 프릴이 달린 파란색으로, 소매가 봉긋하게 부푼 모양이었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검은 머리칼은 언제나 곧게 뻗어 흰 리본으로 묶인 모습이, 영락없이 인형 같았다.

"이게 마음에 드니, 얘야?" 안토니오가 앨리스 앞에 무릎을 굽히고 앉아 보라색 드레스를 보여주었다. 앨리스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맞는 사이즈를 팔에 걸었다. 그들이 쇼핑하는 내내 앨리스는 그저 고개만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30분 정도 지났을까, 안토니오가 10여 벌을 가지고 오더니 말했다, "이거 다 계산해주세요."

제품 바코드를 찍던 와중, 갑자기 안토니오가 혀를 차더니 말했다, "아, 깜빡하고 차에 지갑을 두고 왔네요. 금방 다녀올게요." 그가 앨리스의 휠체어를 밀고 나가는 모습을 보며, 내가 장난스레 말했다.

"뭐예요, 안토니오, 딸이 도망이라도 갈까 봐 걱정돼서 같이 데려가는 거예요?" 그러자 그가 잠시 경계의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이내 긴장 섞인 웃음을 토해냈다.

"물론 아니죠, 금방 갔다 올게요." 안토니오가 머뭇대며 앨리스를 응시했다. 마침내 그가 가게 문으로 향하기까지 얼마나 오래 걸렸는지 모른다. 그가 가게를 나가자, 나는 부드러운 시선으로 앨리스에게 무언가를 말하려고 했으나 이내 멈췄다.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앨리스와 눈이 마주친 나는 부드럽게 미소지었으나 그녀의 두 눈에 생기라곤 없었다. 나는 침을 꿀꺽 삼킨 뒤 한 번 시도해보기로 했다.

"앨리스... 집에서 잘 지내니?" 앨리스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언제라도 안토니오가 돌아올 수 있다는 생각에 잠시 기다렸다가 다시 물어보았다. "앨리스... 집에서 생활하는 데 무섭거나 하진 않아?"

앨리스의 눈이 커지더니 그제야 그녀의 눈에 생기가 보였다. 앨리스의 분위기 자체가 바뀌어버렸다. 공포에 질린 앨리스가 몸을 덜덜 떨었다. 잠시 기다리자 앨리스가 입을 벌렸다. 덜덜 떨리는 그 입술 안으로 잘린 혀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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