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까지 35일 남은 오늘의 괴담

세상에, 레딧, 난 지금 너무 무섭다. 난 알고 있었어. 내 남동생이 약간 이상하단 걸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제는... 제발, 난 지금 도움이 필요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나를 아는 사람들은 누구나 내가 전형적인 과잉보호의 예시라고 말해. 내 남동생 제러미는 나보다 5살 어려. 진짜 착한 앤데 매우 조용한 애야. 안경을 끼고 다니는데 보통 복도에서 보면 이리저리 밀치기 당하는 그런 애란 말이지. 내가 고등학생 때 중학교에 다니던 동생의 꽁무니를 쫓아다니면서 행여나 걔를 괴롭히는 나쁜 무리가 있을지 몰라 매의 눈으로 보호했으니까.

자랑할 생각은 없어, 하지만 나는 꽤 유명했기 때문에 내가 학교에 다니는 동안에는 동생을 보호할 수 있었지. 하지만 내가 졸업을 하자 상황이 좀 어려워지긴 했어. 내가 대학을 다니는 내내 그 소문을 들었으니까. 엄마는 항상 나한테 전화해서 제러미 일로 울상을 짓곤 했거든. 다른 애들은 제러미를 또라이, 싸이코, 소름 끼치는 놈 등으로 불렀어. 그걸 들을 때마다 내 피가 끓어오르는 듯했지. 만약 내가 고향에 있었더라면 그 누구라도 제러미를 건들 수 없었을 텐데.

그런데 말이야, 제러미는 누가 괴롭히건 전혀 괘념치 않는 것 같았어. 애들이 걔를 밀치거나 역겨운 듯 눈길을 보내고 혹은 학교 복도를 지나갈 때 뒤에서 키득거리거나 걔 사물함에 쓰레기를 투척해도... 제러미는 언제나 고개를 숙이곤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학교를 돌아다니곤 했어. 나도 정말 걱정이 많이 됐거든? 걘 진짜 공상에 잘 빠져서 말이야. 그냥 현실에 존재할 수 없는 앤가 봐.

그렇지만 제러미는 내 동생이야. 내 착하고 조용한, 약간은 텅 빈듯한 내 동생.

지난 봄방학에 집에 갔을 때 제러미에게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소식을 들어서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 집에 들어가자마자 제러미가 테레사라는 여자애에 대해서 말을 끊임없이 늘어놨거든. 엄청 예쁘고 착하고 똑똑하고 제러미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뭐든 다 해주는... 그리고 어쩌고 저쩌고. 이해해주기를 바라. 제러미는 말을 거의 안 한단 말이야. 제러미에게 있어 이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은 난데도 불구하고 하루에 다섯 문장이나 말할까 말까 하니까.

당연히 나도 정말 기뻤지. 근데 이 여자애에 대해서 약간은 의구심이 들더라고. 여자애 이름을 듣자마자 나는 곧바로 과잉보호하는 큰누나로 변신한 상태였어. 이 테레사라는 여자애에 대해 더 알아내려고 질문을 투척하며 이리저리 찔러댔어.

어떻게 만났는지 물어봤지만 사실 내가 알고 싶었던 진짜 내용은 그 여자애의 목적이었어. 걔는 어떤 애야? 하지만 내 진짜 질문은 왜 그 여자애는 조용하고 무해한 내 남동생 뒤꽁무니를 쫓느냐 이거였지. 둘이 자주 봐? 여기 근처에 살아? 이 질문은 언제쯤이면 나도 볼 수 있고 내가 직접 이런저런 질문을 해볼 수 있느냐였지.

다행히도 제러미는 내 심문에 숨은 의도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어. 걘 내가 묻는 족족 모두 꿈을 꾸듯 읊어댔지. 제러미의 대답 하나하나를 곱씹으며 행여나 그 여자애가 내 동생을 울리기라도 하는 날에는 그 곱디고운 목을 확 비틀어 짜버리리라 맹세했어.

하지만 불행히도, 나는 제러미의 그 소중한 여자친구를 소개받기도 전에 다시 대학교로 돌아가야만 했지. 그래서 그냥 옆에서 지켜보기로... 전혀 자의가 아니었지만, 아무튼 지켜보고 둘의 연애가 알아서 잘 흘러갈 기회를 주기로 했어. 왜냐하면, 어쨌든, 걘 제러미의 첫 여자친구였으니까. 미친 가족처럼 보여서 연애의 기회를 망쳐버릴 순 없잖아.

그렇게 몇 달이 지났어. 여름방학을 맞아 다시 집에 돌아와 보니, 제러미가 예전처럼 조용하고 산만 한데다 혼자만의 세상에 갇혀 사는 애로 다시 변해있지 뭐야. 그래서 우리만 남겨진 틈을 타 여자친구에 대한 질문공세를 시작했어.

“헤어졌어.” 제러미는 딱히 마음 아파한다거나 슬퍼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어. 그저 일련의 사건이 일어난 듯 읊을 뿐이었고, 난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궁금해졌지. 엄마에게 물어봤지만, 엄마도 나처럼 전혀 모르는 눈치였어. 보아하니 언젠가부터 여자애 언급이 사라지고 그렇게 끝났다는 거야.

흠, 뭔가 잘 들어맞지 않았어. 내 첫 연애가 조각났을 때 난 완전 폐인이었거든. 제러미는 말을 너무 안 하고 있어... 무슨 일이 있었지? 누나한테 말하기엔 너무 부끄러운 일일까?

결국 나는 나쁜 행동을 하기로 했어. 마침 제러미가 몇 시간 집을 비웠어. 우리 집 뒤뜰에는 제러미가 종종 가서 공부하고 책 읽는 요새 같은 장소가 있거든. 핸드폰은 책상에 둔 채 말이야. 나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 걔 방에 들어가 핸드폰을 살짝 들여다보기로 했어. 누가 다치는 것도 아니잖아?

핸드폰에선 제러미가 테레사와 나눈 문자가 처음부터 있었어. 알고 봤더니 웬 인터넷 게시판에서 알게 된 사이더라고. 여자애는 우리 집에서 약 20분 걸리는 곳에 살았지만, 그 기간 내내 문자로만 이야기 하고 있었고 실제로 만나자는 말이 막 나오기 몇 주 전부터 공식적으로 “사귀고” 있는 사이였지.

솔직히 말하자면, 문자 초반은 딱히 말할 것도 없었어. 달달하니 설탕을 막 뿌려대서 오글오글한 내용으로 시작했지. 사진도 교환했지만 다행히 야하거나 추접스러운 사진은 없었어 (어휴, 감사합니다). 그렇게 둘은 5월 3일, 학교가 끝나고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지. 제러미가 마지막으로 보낸 문자는 다음과 같았어, “오늘 저녁까지 기다리기 너무 힘들당. 사랑해 ♥”

그리고 그 뒤로 아무 내용이 없었어.

봐봐, 이거 너무 이상하지 않아? 문자가 뚝 끊기다니. 통화목록을 봤더니 전화 기록도 없었어. 분명 무슨 일이 있었음에 틀림없어. 그날 밤 뭔 일이 있었나? 대체 뭘까?

막막한 마음에 인터넷을 뒤져보기로 했어. 여자애의 풀네임이 문자에 고스란히 나와 있었으니 구글링하면 페북이나 트위터나 기타 등등이 나오겠지.

그리고 실종자의 이름인 걸 안 순간, 내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어.

미칠 것 같은 마음에 기사를 몰두해서 읽었는데... 목구멍으로 심장이 튀어나오는 기분이었어. 테레사 에번스, 15세, 5월 3일 등교 후 귀가하지 않음. 5월 4일 실종 신고 접수. 테레사 에번스의 실종과 관련된 정보가 있을 시 필히 경찰서로 연락 바람...

뭔가 이상했다. 완전히 잘못됐다. 내 심장은 온갖 가능성을 훑고 있었어. 둘이 있다가 공격을 당한 걸까? 사건이 있었는데 제러미가 너무 겁에 질려서 아무런 말도 못 한 걸까? 제러미도 협박을 당하고 있나?

제러미가 다시 집에 들어왔음을 알리듯 뒷문이 쾅 하는 소리를 내며 닫혔어. 난 급하게 핸드폰을 다시 책상에 올려 두고 (아무 생각 없이 계속 손에 쥐고 있었거든) 재빨리 아래층으로 내려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행동하려 했지. 제러미는 여전히 그만의 공허한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내 행동과 내 이마에 난 땀에 대해 전혀 눈치채지 못했어.

그날 밤, 제러미가 잠든 사이에 내 마음속에선 계획 하나가 떠올랐지. 난 답을 원했어. 하지만 제러미한테 가서 직접 물어볼 순 없었으니까. 그럼 어떻게 알아낼까? 뒤뜰에 있는 제러미의 요새가 퍼뜩 떠올랐어. 걘 거기서 책을 읽거나 이래저래 대부분 시간을 보내니까. 자신만을 위한 장소를 지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니까. 어쩌면 이 미친 상황에 대한 약간의 실마리라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엄마도 잠자리에 드는 것을 확인한 뒤, 나는 손전등을 가지고 출발했어. 거기까지 어떻게 가는지 좀 헤매긴 했지만. 젠장. 고놈 고독한 거 되게 좋아하는구먼. 여차여차 조그마한 창고 같은 장소를 발견하자 안도감이 밀려왔어.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곳을 봤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 확신을 주었거든. 여긴 그냥 작은 판잣집이야. 제러미는 여전히 내 귀여운 작은 동생이고. 내 걱정은 그저 기우였다고, 안 그래?

그랬으면 좋았을 텐데.

제러미의 비밀 장소로 다가가자 웬 냄새가 격하게 나를 반겼어. 그 냄새... 이전에는 전혀 맡아본 적 없는 냄새였지만 즉시 그게 뭔지 알 수 있었어. 아, 젠장, 안돼. 셔츠로 코를 가린 채 재빨리 그곳으로 달려갔어.

테레사의 시체가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어. 이미 심하게 부패가 진행되고 있었어. 그 애의 시체를 바라보며 헛구역질을 하는 와중에도 이미 먹은 점심을 쏟아내지 않으려 애썼어. 그 애의 옷은 이미 찢겨 벗겨진 상태였고, 시체는 임시방편으로 만들어둔 침대 위에 놓여 있었어.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자, 내 온 세상이 뒤틀리는 기분이 들었고...

그곳에는 하얀... 뭔가가... 그 애의 다리 사이와 가슴에... 그건... 젠장, 세상에, 그건 제러미의...

최대한 그곳에서 먼 지점까지 달려간 뒤 속에 있는 것들을 모두 내보내고 말았어. 그리고 또 토했고. 그리고 또. 젠장, 내 귀여운 남동생이...

정신이 멍한 상태로 다시 집에 돌아와 온몸을 덜덜 떨며 침대에 들어갔어. 하, 세상에, 경찰에 신고해야 하는데. 빨리 불러서 처리해야 해. 하지만... 내 동생인데. 우리 제러미인걸...

결국 나는 며칠간 친구 집에서 머무르기로 했어. 엄마한테는 장거리 여행을 간다고 했지만 사실 내가 뭘 해야 할지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거든. 물론, 경찰에 신고해야지. 하지만... 정말 신고할 수 있을까? 아, 제발, 내 소중한 동생만은...

어제 집으로 돌아왔어. 진심으로 신심이 다 지쳤지만, 결론을 내진 못했고. 현관을 들어서자마자 제러미의 활기차고 흥분된 목소리가 들려왔어. 부엌으로 향하며 제러미가 엄마에게 지껄이는 소리를 듣자마자 심장이 조여왔어.

경계심을 가득 안고 둘을 쳐다보며 물었어. “안녕, 동생. 무슨 일 있어?”

동생은 나를 보더니 씩 웃으며 말했어, “어 누나, 맞혀 봐. 나 여자친구 생겼지롱!''

안돼, 세상에. 제발 도와줘 레딧, 온 몸이 뒤틀리는 것 같아...

https://m.blog.naver.com/iamsuekim/221403066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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