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까지 31일 남은 오늘의 괴담

읽어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이 글은 여기서 흔히 볼 수 있는 무서운 글 타입은 아니겠지만, 행여나 누가 나를 믿어줄 수 있는 곳이 어딜까 했을 때 떠오른 곳이 이 사이트였거든. 적어도 믿어주는 척이라도 해주는 그런 곳 말이다. 아, 모르겠다.. 어차피 상관없다. 이제 선택지도 별로 없고 그냥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었을 뿐이다. 난 지금... 하, 됐다. 그냥 처음부터 시작해야겠다. 일단 조금만 참고 얽어주길 바라...

솔직히 정확히 어디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이쯤이라면 분명 괜찮을 것 같다. 나는 23살이다. 조금 험한 환경에서 자라왔고. 제 부모님은 혼이 빠질 정도로 일해서 나와 형이 원하는 것을 충족시켜주려 했다. 하지만 모든 남자아이가 사고치고 다니는데 특화되어있듯, 우리 가족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형은 옥시코틴 중독자에 마약 딜러였다. 내가 말하는 딜러의 단어는 골목 매점에서 파는 그런 밀매상이 아니라 다량을 거래하는 그런 딜러를 의미한다. 다행히 형은 11월에 털고 나왔고,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부모님은 형의 그런 사실을 어떻게 해서든 숨기려고 온갖 노력을 했지만, 결국 또 한 번 실망을 맛보아야만 했다. 나는 한 번도 그런 식으로 탈선을 해본 경험이 없었다. 물론, 간간이 마약을 하기는 했지만 몇 번 경찰들이랑 붙으면서 체포될 뻔한 기억과 행여나 과다복용이 가져올 결과에 대한 두려움으로 몹시 나쁜 길로 빠지지는 않았으니까. 아니, 내 문제는 완전히 다른 것들이었다.

나는 살아오면서 언제나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안고 있었다. 젠장, 한번은 자살 직전까지 가서 그때 멋도 모르고 들어온 친구가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아마 지금 이 글을 쓰고 있지도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깊은 터널 속에서 고개를 들어 아무리 둘러보아도 불빛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애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아마 나는 나 자신보다 조금 더 앞서 있었던 것 같다.

그 애는 내 여자친구였다. 걔도 중독자였다가 빠져나왔는데, 이전에 우울 증상도 있었던 것 같다. 아마 그래서 우리가 그렇게 잘 맞았지 않을까 싶다. 서로 너무 밑바닥까지 떨어져 더는 나갈 길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어쩌다 보니 길을 찾아냈다. 그리고 서로를 만났다. 여자친구도 나처럼 인생을 우울증과 불안감에 맡기고 살아온 사람이었다.

우리는 서로를 이해해줄 수 있었다. 그냥 서로에게 적격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작은 원룸을 얻어 동거했다. 방은 작았지만, 우리가 구할 수 있는 능력이 거기까지였다. 하지만 별로 상관하지 않았다. 어차피 우리는 함께라면 언제나 마음이 풍족했으니까. 나는 밤이면 시내에 있는 바에 경비를 섰고, 여자친구는 바텐더로 일했다.

어쩌면 바라는 공간 자체가 우리 같은 환경을 가진 사람들에게 최고의 장소는 아닐지라도 그럭저럭 상황이 잘 풀렸다. 우리한테는 약간 뭐랄까, 은유법 같다고 해야 할까? 나는 낮이면 지역 전문대에서 언젠가 내 가게를 차리기 위해 공부했다. 그러는 동안 여자친구는 소매상에서 일하며 학비를 댔다. 그 일을 그렇게 싫어했는데도 말이다. 내 여자친구는 그런 사람이었다. 아주 이타적이고 사려 깊고 열정적인 사람. 난 그녀를 사랑한다. 세상에, 진짜 존나게 사랑한다.

하루는 바에서 꽤 괜찮은 공연이 있었다. 그날 밤 우리는 함께 밤을 보낼 수 있었다. 가장 친한 친구들과 함께 바 문을 닫고는 한 시간 정도 즐기고 집에 가서 진짜 밤같은 밤을 보낸 것이었다. 대부분 커플에겐 어려운 일이겠지. 그나저나, 그날 손님 하나가 기억에 남는다.

그는 약 1년 전부터 바에 오기 시작했다. 그는 친절하고 조용한 유형이었는데, 그에 대해 딱히 묘사할 수 있는 게 없을 정도였다. 그는 언제나 내 여자친구에게만 주문했는데 그렇게 신경 쓰이지는 않았다. 사실 어떻게 보면 꽤 귀여워 보였다. 그는 이제 막 21살이 되어 바텐더에게 꽂힌 수줍은 초년생이었으니까.

또 어떻게 보면 약간 딱해 보이기도 했다. 그는 언제나 혼자 왔고 누구에게도 말을 하는 편도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그가 말을 할 때면 꽤 괜찮았다. 말도 조리 있게 잘하는 것으로 보아 상당히 똑똑한 청년 같았다. 하지만 상황이 점점 이상해졌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자, 그가 나를 기분 나쁘게 쳐다보는 모습이 종종 보였다. 마치 나를 질투하기라도 하는 듯한 눈을 했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의 양 눈은 증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분명히 나에게 엄청난 불만이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여자친구가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아달라 부탁했기에 나도 그냥 무시하기로 했다.

나중에 들은 여자친구의 말에 따르면, 그는 어떤 손님이건 그녀에게 작업이라도 걸려는 조짐이 보이는 모든 사람에게 그런 눈빛을 보내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야기가 새기는 하지만, 이런 부류의 바에서 그런 사람들이라면 보통 돈줄이 되기 쉬운데 말이다.

아무튼 여전히 나는 아무런 일도 문제 삼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가 여자친구에게 너무 심하게 치근덕대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자 그 청년은 치근덕대던 손님에게 다가가 조용하게 그만하라는 말을 남겼고, 그는 듣지 않았다. 아마 술을 너무 많이 마신 거겠지. 어쨌든, 이 남자는 그냥 그렇게 이성의 끈을 놓더니 맥주병을 갖다 그 남자의 코에 내려다 꽂아 넘어뜨리고 말았다. 바닥에 넘어진 사내는 부러진 코에서 피거품이 나왔지만, 이 남자는 멈추지 않고 그의 위에 올라 이미 많이 망가진 얼굴에 계속해서, 정말 계속해서 주먹을 날렸다.

내가 달려가 그를 뗐지만, 남자는 계속 발버둥 치며 주먹질을 멈추지 않았다. 결국 나는 바의 규칙을 살짝 어기고 그의 턱에 약한 훅을 날려 뒤로 물러서게 했다. 신을 걸고 말하는데, 그가 때리고 있던 손님은 볼드모트 얼굴같이 변해 있었고, 그의 코는 엉망이 되어 있었다.

얼굴이 진창이 된 손님에게 구급차를 불러주고 경찰에 신고를 하려 했지만 여자친구가 막았다. 그녀는 제발 신고하지 말라며, 그 사람은 그저 자신을 보호하려 했다며 애원했다. 결국 나는 그를 바에서 쫓아내고 다시는 오지 말라며 으름장을 놓는 것으로 끝내고 말았다. 그러는 동안에도 그 남자는 그저 미소만 지으며 증오가 가득한 눈으로 나를 응시했다. 그 새끼의 두 눈알이 존나 싫다.

다음 날 아침, 나는 곤히 자는 여자친구를 깨우지 않고 강의를 들으러 갔다. 여자친구의 낮 근무는 내가 나가고도 몇 시간 뒤였고, 그녀가 얼마나 자는 걸 좋아하는지 잘 알고 있어서였다. 지금도 그녀가 홀딱 벗은 채 아름다운 모습으로 세상 모르게 곤히 자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냥 내가 기억하는 그녀의 모습이 그렇기를 바랄 뿐이었다.

수업이 끝나고 집에 돌아와 보니 우리 아파트는 내가 떠났던 그 상태 그대로 있었다. 침대에 여자친구가 있는 것까지 똑같이. 하지만 그녀는 내가 떠날 당시에 있던 그 모습 그대로가 아니었다. 피가 온 사방에 튀어 있었다. 한 사람에게서 나올 수 있는 피가 그렇게 많다는 것을 몰랐다. 아니 근데 진짜로, 피가 오만 사방에 다 묻어 있었다.

여자친구는 우리가 깔고 잤던 그 망할 놈의 침대 시트로 몸이 네 귀퉁이에 묶여 있었다. 두 다리는 양쪽에 묶인 속박으로 인해 벌려져 있었고, 그 다리와 침구 사이는 온통 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젠장, 어떻게 이렇게까지 피 칠갑을 할 수가 있는데? 여자친구의 눈은 손가락에 의해 골 안쪽까지 눌러 들어가 있었다. 유두는 누가 물어 뜯어버렸고, 혀 또한 마찬가지였다고... 경찰이 그랬다. 경찰에 따르면 범인이 그 부분을 먹은 것 같다고... 어디에서도 그 부분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기 때문이다.

부검 결과에 따르면 여자친구는 찢겨 나간 혀에서 나오는 피로 의해 질식해 죽었다고 했다. 차라리 그렇게 죽는 편이 나았을 것이라고, 의사가 덧붙였다. 여자친구는 대부분의 강간이 이루어지던 시점 이미 사망해 있었다. 그는 여자친구를 강간하고, 고문하고, 죽이고 난 뒤 몇 번 더 강간하고, 시발, 그러고 나서 커피를 마셨단다. 그것만이 경찰이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단서였단다.

그 망할 개새끼가 우리 집에서 커피를 내려 침대에 앉아서 마셨다는 것이다. 그것도 완전히 망가진 내 여자친구의 시신을 동행 삼아서. 여자친구의 그런 처참한 몰골을 본 뒤로는 기억이 많지 않다. 경찰에 신고해 그들이 오자 진술하고, 혹시 아는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나는 그냥 아는 대로 대답해 주었다. 나도 몰랐다. 하지만 범인은 그 바에서 보이던 소름 끼치는 새끼라는 것이 확실했다. 나는 경찰에게 그의 인상착의를 알려주고 할 일을 하도록 두었다. 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경찰들도 일을 딱히 잘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그날 밤, 그 사건이 있던 날 밤 경찰은 그 자식이 우리가 일하는 바에서 술을 먹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언제나처럼 혼자서 조용히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경찰이 그에게 서로 가서 진술할 것을 요청하자 그는 침착하게 응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그 구역까지 가지도 않았다. 나중에 경찰은 순찰차에 타고 있던 두 경관을 두 블록 정도 떨어진 곳에서 발견했다. 그들의 목이 잘려 열려 성대가 뽑혀있는 모습은 마치 늑대에게 당한 불쌍한 사슴의 형상과 닮아 있었다.

그날 밤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바 사장이 가게에서 자도 된다고 했지만 그냥 밤새도록 술을 들이켰다. 혹시나 그 녀석이 다시 돌아올 것을 대비해 두 경찰이 가게 밖을 지켰지만, 전혀 안심되지 않았다. 내가 자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었다. 사실, 상황이 너무 좆같지 않은가? 내가 만약 잠들었다면, 나는 아마 내 여자친구와 같은 운명이 됐을 것이다.

그가 돌아왔다. 새벽 3시쯤, 그리고 그 새끼가 들어올 때 나는 아이리시 독주를 반 병정도 비운 상태였다. 그는 정말 알아보기 힘든 미소를 입 끝에 띄우고는 눈동자에는 엄청난 적의를 담고 있었다. 그 두 눈은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만약 내가 더 나은 상태였더라면 내 두 손으로 그 자식을 그 자리에서 당장에 죽였겠지만, 나는 이미 취한 상태였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밖으로 달려나가 경찰차 창문을 두드리는 것이 전부였다.

다행히도, 그 안에 있던 경찰들은 저번에 죽은 두 명보다는 일을 더 잘하는 것 같았다. 경찰들이 안을 향해 달려가자 그가 현관문으로 나왔고, 마침내 바닥에 넘어뜨리는 데 성공했다. 경찰들도 꽤 똑똑했다. 왜냐하면 바로 이동하지 않고 그냥 그 자리에서 바로 수갑을 채우곤 총을 겨누며 지원을 기다렸으니까.

마침내 경찰서에 도착했을 때, 그 새끼는 모든 것을 자백했다. 어떻게 그렇게까지 감정 철저하게 배제된 채 이야기할 수 있는지 의문이었지만, 아, 여전히 나를 향한 증오는 눈에 담은 채 말이다. 그는 아주 자세히 역겨운 묘사를 덧붙였고, 여전히 그 비열한 웃음을 보이며 영혼 없는 소리로 읊조렸다.

여자친구를 어떻게 묶었고, 강간할 때 그녀가 어떻게 비명을 질렀는지. 여자친구가 자신을 쳐다보지 않아서 엄지손가락으로 그녀의 두 눈알을 찔러 함몰시켰는지. 그녀를 씹을 때 나던 그 비릿한 철 맛이 어땠는지. 계속 내 이름을 흐느꼈기에 혀를 물어 뜯어버린 이야기까지. 그리고 그녀가 삼킬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의 피로 인해 꼬르륵거리며 서서히 죽어간 모습까지. 어떻게 사지에 힘이 빠지고 축 처졌는지, 그리고 그 새끼가 얼마나 세게 박아도 결국 생명이 다 빠져버린 그녀가 저항하지 않아서 결국 싸지 못했던 이야기까지. 몸에 묻은 것들을 뒤처리하면서 커피를 만들었던 순간과 약 30분간 그녀의 창백한 시신 옆에 앉아 그 모습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신 이야기까지 모두 불었다.

한 달 뒤 공판이 열렸다. 그 자식은 정신 이상을 내세웠고, 배심원들은 거기에 완전히 넘어가고 말았다. 그 결과로, 그는 감옥보다 훨씬 더 수월한 정신 의학 갱생 시설로 보내졌다. 그딴 쓰레기에게는 너무 좋은 처사였다. 어떻게 저따위의 농락에 넘어갈 수 있단 말인가? 너무 뻔했다. 나는 그 모습을 지켜봤고, 그가 그 시설에서 느긋하게 편안한 여생을 보낼 것이라는 사실을 참을 수 없었다. 안돼. 신을 믿지 않지만 제발 지옥이 있기를, 그 새끼가 그 안에서 내 여자에게 한 짓에 대한 응당한 처벌을 영겁의 시간 동안 받기를 기도했다. 그마저도 그 새끼에겐 너무 가벼운 벌이었지만.

나에겐 아직 형이 예전에 마약 거래를 할 당시에 알던 인물들의 연락처가 있다. 2주 정도 걸려서 나는 결국 걸맞은 인물들을 찾아냈고, 그들은 나에게 완벽한 것을 주었다. 38구경 스넙 노즈 리볼버, 제품 번호는 갈려서 사라진 상태였다. 폭력배들만이 가질 수 있는 완벽한 물건.

그 따뜻하고 안락한 정신병동에는 금속탐지장치도 없었다. 운도 좋지. 나는 그의 상담 시간을 노려 들어갔다. 상담사는 웬 뚱뚱한 노인이었는데, 그 망할 새끼가 알려주는 같잖은 거짓말에 세뇌당하고 있었다. 나는 그 안으로 들어가 공이치기를 당겼다.

내 머릿속에는 이 씹새끼에게 하고 싶은 말로 가득했다. 하지만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내 심장은 목구멍에서 튀어나오기 직전이었지만, 이제 와서 돌아가기도 힘들었다. 눈물이 차오르면서, 분노도 함께 채우며 그 새끼의 두 눈을 보았다. 마지막까지도 그놈은 그 엿 같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나는 방아쇠를 당겼고, 그의 뇌가 터져 그 뒤로 깨끗하게 살균된 하얀 벽 위에 잭슨 폴록의 작품처럼 아름답게 펼쳐졌다. 아름다웠다.

이제 경찰차 소리가 들린다. 아마 여기에 내가 있으리란 걸 알았겠지. 여기서 모든 것이 시작됐으니까. 지금 아이리시 술을 마시며 이 이야기를 쓰고 있다. 그냥 누구에게건 말을 하고 털고 싶었다. 내 이야기가 알려지기를 바랐다. 하지만 이제 시간이 없다. 다음에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제 나는 어떤 공포도 느끼지 않는다. 내 여자친구를 다시 보거나 그 개자식이 영원히 불에 타는 모습을 보겠지. 아니면 아무것도 없을지도.

이미 이 척박한 삶에서 너무 많은 것을 느꼈고, 이제 어떻게도 감정을 느낄 순 없을 것이다. 상관없다. 마지막으로 치달을수록 얼마나 침착해질 수 있는지 참 우습다. 조용히 운명을 받아들이는 꼴이라니. 경찰들이 총이 그득한 통을 내려다보면서, 아드레날린이 혈관을 타고 솟는 기분을 느끼며 얼마나 살아있다는 기분을 실감할지 궁금했다. 어차피 다치진 않을 것이다. 그들을 위한 게 아니라, 날 위한 거니까.

읽어줘서 고맙다.

https://m.blog.naver.com/iamsuekim/221380848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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