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까지 25일 남은 오늘의 괴담

내 아내, 루시가 조금 이상한 것 같다.

시작은 본인 이름을 까먹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아무리 이름을 불러도 대답하지 않았다. 저녁이 준비됐다거나 약 먹을 때가 됐다고 불러도 반응하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아내는 내가 이름을 부를 때마다 격하게 화를 냈다. 나에게 소리 지르면서, 본인의 이름은 루시가 아니라고.

물론, 나는 단박에 치매를 의심했다. 둘 다 나이도 꽤 들었고, 그 나이대가 되면 누구나 걱정할 게 있으니까. 하지만 루시는 언제나 젊었다. 나이가 들어도 젊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치매를 의심했던 적은 없었다.

루시는 약 복용을 거부했다. 아무리 먹이려고 해도 입을 꽉 다물고 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언제나 의사들을 신뢰하지 않았고, 나 역시 불안정한 상태의 그녀가 불편한 상황에 놓이는 일은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내에게 가족 주치의를 보러 가자고 이야기했더니 굉장히 좋아하는 것이 아닌가. 꼭 다른 사람 같았다.

병원에 연락해 예약을 잡았지만, 데스크 직원이 나와 아내의 이름을 받아 적더니 아내의 상태에 대해 큰 도움을 주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말도 안 되는 소리.

이틀 전, 2층에서 창문을 열려는 아내를 발견했다. 덜컥 겁이 났다. 루시의 정신 상태라면 그대로 뛰어내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다행히 아내가 뭘 더 하기 전에 저지할 수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내 생각은 더 어두운 것을 향해 갔고, 결국 내가 존재를 믿었는지조차 모르는 것에까지 가능성을 두게 되었다. 바로, 빙의. 우리 부부는 딱히 종교적인 사람이 아니었지만, 아내의 행동은 정말이지 이상했으니까. 동네에 있는 교회에 메시지를 남겼지만, 아직 답장이 오진 않았다.

최악의 상황은 바로 어젯밤에 일어났다. 아내의 머리를 마사지해주며 지금 잠시 아플 뿐이라며 위로해주고 있었다. 내가 언제든지 그녀의 옆을 지키겠노라고 약속하면서. 그러나 루시는 갑자기 과민반응을 보이며 내게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난 네놈 아내가 아니라고! 난 네 아내였던 적이 없어! 난 19살이란 말이야, 네 망할 아내년은 뒤지고 없다고, 이 미친 늙다리야!"

깜짝 놀랐다. 고개를 떨구자 루시의 손목과 손에 말라붙은 핏자국이 보였다.

빨리 교회에서 연락이 왔으면 좋겠다. 아무래도 루시 안에 악마가 들어간 것 같다. 신체적 상해는 빙의의 신호라는 걸 아니까. 제발 이걸 멈출 수 있는 신부를 모셔오고 싶었다.

아니면 묶은 사슬을 조금 풀어줄까.

https://m.blog.naver.com/iamsuekim/221536514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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