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까지 19일 남은 오늘의 괴담

"아빠..." 여자아이가 훌쩍이며 말했다.

아마 정말 아름답게 자랄 거야, 나는 백미러로 아이를 보며 생각했다. 잠시 아이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공주 옷을 입은 아이의 모습이 무척 사랑스러웠다. 어린아이만이 가질 수 있는 순수함을 지닌 그녀의 큰 갈색 눈망울을 볼 때면 내 심장은 녹아버렸다. 아직 뒷좌석에 앉기에는 한없이 작은 아이. 안전띠가 라일락 무늬가 놓인 드레스를 가로질렀다. 아이 손에 들린 클러치 역시 라일락 무늬가 그려져 있었다.

"아가, 배고프니? 가다가 치킨 너깃 사 먹을까?"

손을 내밀었지만 아이는 내 손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두 눈망울에 눈물이 차오르더니 눈을 깜빡이는 순간 볼을 따라 눈물이 흐르며 공주님 드레스까지 적셨다.

이미 꽤 늦었기에 나는 아이를 다독이는 표정만 짓고 다시 앞을 보고 앉아 차를 출발했다.

"치킨 너깃이랑 초콜릿 쉐이크 먹고 나면 기분이 훨씬 좋아질 거야!" 내가 다시 말했다.

"아빠!"

아이의 아름다운 얼굴이 더 잘 보이도록 백미러를 조정했다. 아이는 이제 펑펑 우는 데다가 두 손으로 얼굴을 마구 문지르는 중이었다.

나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드라이브인 매장을 찾아 아이를 위한 식사와 함께 딸려오는 장난감을 주문했다. 치킨 너깃은 다채로운 색으로 뒤덮인 상자에 담겨 나왔는데, 5개 모두 매우 먹음직스러운 자태를 뽐냈다.

뒷좌석에 앉은 아이에게 치킨 너깃을 건네려고 봤더니 촉촉이 젖은 두 눈이 꼭 감긴 채 이미 잠들어버린 후였다.

"아빠," 아이가 잠꼬대했다. 어여쁘고 자그마한 입술이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달싹였다.

"아직 아빠라고 부르면 안 되지, 우리 공주님, 아직 날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나는 아이를 향해 미소지으며 말했다.

우리가 도착할 때까지 아이는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다. 내 집. 이제 곧 우리의 집.

아이 아버지의 피를 차에서 닦아내는 데만 장장 한 시간이 걸렸다.

"바보 같긴," 뒷좌석에 손도 대지 않은 채 놓인 치킨 너깃 상자를 발견한 내가 읊조렸다.

지하실에서 아이의 비명이 들린다.

"아무래도 배가 고픈 모양이야," 차에서 치킨 너깃을 꺼내며 생각했다.

가서 밥 먹이고 새 이름 지어줘야지.

https://m.blog.naver.com/iamsuekim/221689378165




 

0개의 댓글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공지 [2023 대동제] 2023 대동제 축제 후기 이벤트!! profile 금오사이 2023.05.19 2394 0
공지 [종료된 이벤트] 🌸🌸🌸 2023 벚꽃 이벤트 당첨자 발표🌸🌸🌸 profile 금오사이 2023.04.08 2194 3
공지 2022 대동제 축제 후기 이벤트 당첨자 발표 profile 금오사이 2022.09.20 4563 0
공지 2022-2 개강 이벤트 종료 profile 커뮤니티운영팀 2022.09.20 3264 0
공지 금오위키 관련 공지 profile 금오사이 2022.09.19 2428 3
공지 "의좋은 형제 & 의상한 형제를 찾습니다!" 당첨자 발표 1 profile 커뮤니티운영팀 2021.05.28 4225 3
공지 금오사이 수강후기 당첨자 발표입니다! 9 profile 금오사이 2020.07.20 4471 5
공지 비방/욕설/음란 등 게시판 정책에 위반되는 글을 삭제 될 수 있습니다. profile 금오사이 2018.05.24 4677 3
15746 new STL PASS 글로벌관에 서식하는 까마귀 2021.01.13 1404 0
15745 테크노관에서 제 성적좀 확인해주실분 4 파돈에 미친 까마귀 2021.01.03 1404 0
15744 편이점 노상 1 복에 겨운 까마귀 2020.06.09 1404 0
15743 일반물리 객관식은 답이 없네요 1 즐거운 까마귀 2020.04.30 1404 0
15742 pdf파일로 4 숨김없는 까마귀 2020.04.21 1404 0
15741 노트북 와이파이 연결해서 롤 하면 핑이 너무튀네요.. 3 과제가 산더미인 까마귀 2020.03.16 1404 0
15740 교내 서점 1 카페인에 중독된 까마귀 2020.03.11 1404 0
15739 [질문] 기계과 동아리 질문이요!! 6 화난 까마귀 2020.03.06 1404 0
방학까지 19일 남은 오늘의 괴담 익명_00757322 2019.12.02 1404 0
15737 [정보] 컴퓨터공학과 kit인재전형 면접후기 5 kit인재 2019.11.02 1404 3
15736 광시스템 신입생 3 깍깍거리다 지친 까마귀 2021.02.17 1403 0
15735 오름2 예치금 4 아주 기뻐하는 까마귀 2020.08.16 1403 0
15734 수강꾸러미 실패 ㅠㅠ 2 집중하는 까마귀 2020.08.07 1403 0
15733 강의 평가는 어디서 하는 거예요? 7 필기하는 까마귀 2020.06.30 1403 0
15732 다른 사람 과제 누가제출 했는지 볼 수 있다던데 6 걷는 걸 좋아하는 까마귀 2020.05.07 1403 0
15731 [홍보] OVERFLOW에서 신입생을 모집합니다! profile OVERFLOW 2020.03.03 1403 4
15730 [질문] 기계공학과 입학 4 연구실에 갇힌 까마귀 2020.01.10 1403 0
15729 면접 11번 보고 현타 온 후기 3 ㅇㅇ 2019.12.30 1403 0
15728 [정보] 금오공대 학생때 흔히 가지고 있었던 편견들 4 ㄹㅇ 2019.11.18 1403 0
15727 기계재료 어떠셨음? 재빠른 까마귀 2020.10.26 1402 0
서버에 요청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