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까지 9일 남은 오늘의 괴담

"빨리, 웃어보라니까," 웬 병신 하나가 직장에 찾아오는 것도 벌써 8번째다.

"웃으면 더 보기 예쁠 것 같은데," 그가 말을 덧붙였다.

나는 한숨을 푹 쉬며 계속 손수레를 밀었다.

여기서 일하는 것의 단점 중 하나가 바로 이거다. 어떤 병신이라도 원하면 내 앞길에 끼어들 수 있다는 것. 그렇다고 내가 동물원에서 일하는 게 싫다는 건 아니다. 멋진 동물을 돌볼 수 있는 데다가 거대한 고양잇과 동물 먹이를 챙겨주는 것이야말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거니까.

추근대는 관람객이 많긴 하지만, 이젠 익숙해져서인지 당황스럽지도 않다. 하지만 이 사람만큼은 께름칙한 게 있다.

이 병신은 사실 내가 건너 건너 건너... 몇 다리 건너서 아는 사람이다. 그래서 이 사람에 대해 어느 정도 알긴 안다. 참 좋은 점 하나 없는 병신이다.

'병신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얼굴이 너무 잘생긴 거 아닌가,' 나도 모르게 이런 생각이 내 머리를 스친다.

그가 찾아온 지 9번째, 그 사건이 터졌다.

고된 하루가 마무리되어 갈 무렵, 그가 나를 구석으로 몰아세웠다. 이동하려던 내 앞을 막고 벽치기를 시전하는 게 아닌가. 노골적으로 나에게 접근한 그에게서 에프터셰이브 냄새와 숨결이 느껴졌다.

"어이 이쁜이, 널 어떻게 해야 좋을까,"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퇴근 전까지 할 게 태산인 데다가 그날따라 이상하게도 머리가 멍했다. 내가 내 몸을 움직이는 게 아니라 옆에서 지켜보는 느낌이라고 할까?

"죄송한데요, 음, 제가 바빠서요," 잠시 눈앞이 흐려진 탓에 아찔해진 내가 황급히 말했다.

그리고 미처 자각하지 못한 사이, 그가 내게 기대더니 방심한 틈을 타 내게 키스하는 것이 아닌가.

'에라 모르겠다,' 순간적으로 생각했다. '이것도 오랜만인데 즐겨나 보자,' 하는 생각에 몸을 곧추세우고 그의 키스를 받아들였다. 그렇게 우리는 내 뒤에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직원 외 출입 금지"라는 표시 따위는 잊힌 지 오래.

얼마 지나지 않아 그에게서 멀어진 나는 크게 함박웃음을 지었다.

"웃으면 더 예쁠 것 같다고 말했..."

지잉 지잉, 이제는 살짝 듣기 좋기까지 한 그의 추파가 내 알람 소리에 멈추고 말았다.

"젠장, 벌써 밤 10시네. 문 잠가야 해서요," 덜컥 당황한 내가 말했다. "금방 올게요." 그의 입에 살짝 입 맞추고 나는 황급히 떠났다.

두꺼운 보강 철문을 나선 내가 자물쇠를 잠그고 버튼 몇 개를 눌렀다는 사실을 그는 전혀 눈치 채치 못한 것 같았다.

공격적이다시피 적극적인 이 병신이 여자친구를 두고 딴짓하려는 것쯤은 이미 안다. 그놈은 별거 아니라고 치부할 몇 가지 사실도 나는 알고 있다. 예를 들어, 동물의 왕국에서 '미소'라는 행위가 다른 의미를 뜻한다는 것처럼.

미소는 이빨을 드러내는 것, 즉 '경고'의 의미다.

나는 팝콘과 슬러시를 준비해 방 유리 벽 건너편에 자리 잡았다. 거대한 고양잇과 동물 먹이를 챙겨주는 것이야말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거라니까.

한 명의 바람둥이와 네 마리의 치타. 하나는 꺼내달라고 울부짖고, 배고픈 넷은 이빨을 드러내며 웃는다.

나도 모르게 이런 말이 절로 나온다, "빨리, 웃어보라니까."

https://m.blog.naver.com/iamsuekim/22170668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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