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까지 14일 남은 오늘의 괴담

상자속

저번주 수요일, 난 내 고양이가 약간 이상하게 행동하는걸 깨달았어.

셸리는 막 숨는걸 좋아하는 그런 종류의 고양이가 절대 아니었어.

어떤 종류의 상자든 극도로 혐오하는건 이 행성에서 아마 내 고양이밖에 없을거야.

그래서 한번도 어디론가 사라지는 모습을 보여준적이 없었어.

근데 저번주 수요일날, 셸리가 그냥 사라져버렸어.

걜 찾으려고 정말 죄다 살펴봤어.

내가 겨우 찾아냈을때, 셸리는 전자레인지 사이즈 정도의 상자안에 몸을 쑤셔놓고 있었어.

내가 그냥 상자 윗부분 덮개를 들어올리니까, 셸리 머리가 틈사이로 퐁 하고 튀어나오더라.

셸리는 날 지긋이 쳐다보더니 거만하게 야옹하고 울더니 판지로된 감옥에서 자기 몸을 풀고 나와서 소파뒤로 뛰어 올라갔어.

이상했어.

단순히 조금 불안한거 이상이었다고.

결국 그날 밤엔 난 잘 잠에 들지 못했어.

다음날, 셸리는 또 사라져버렸어.

이번에는 새 토스터 오븐이 들어있던 상자안에 동그랗게 몸을 웅크리고 있는걸 찾아냈어.

그날 새벽 3시에 난 누군가가 내 방에 있다는 끊임없는 기분과 함께 잠에서 깨고 말았어.

그 후도 비슷하게 굴러갔어.

셸리는 없어지곤 했고, 집안에 놓여있는 많은 상자들중 하나를 열어보면 됐지.

밤 대부분은 잠들지 못하고 뒤척만 거렸고, 계속 누군가가 나를 지켜본다는 느낌을 떨칠수가 없었어.

어제 셸리를 또 다른 상자에서 찾고난 다음에, 서비스 직원들이 새로운 냉장고를 들고왔어.

난 앞쪽 복도에다가 그 큰 상자를 두고 가라고 말했어.

내일 쓰레기차 올때 밖에 내놓을수 있게 말이야.

밤중에 뭔가 발을 질질 끌고 걷는소리에 잠에서 깼어.

그리고 자세를 바로했을때,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어.

방 구석에 사람모습 같아보이는게 있었지만, 팔도 꽤 길었고 머리도 꽤 컸었어.

저게 뭔지 뭣도 모르겠지만, 사람이 아니라는것만은 확실했어.

다 큰 성인 남자에게 걸맞진 않는 비명과 함께, 난 침대에서 뛰쳐나가 복도로 달려나갔어.

진짜 계단을 굴렀다간 목부러질정도 정신없이 내려가는데, 내 뒤로 그게 움직이는걸 들었어.

그리고 깨달았지.

문의 걸쇠를 풀 충분한 시간은 없을것같다고.

그전에 내가 붙잡힐거라고.

내가 선택할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는 숨는것 뿐이었어.

겨우 머리를 굴려서, 난 문 옆에 있는 냉장고 상자안으로 뛰어들어간뒤 덮개를 잡아당겼어.

몸을 벌벌 떤채로 난 쭈구리고 앉았어.

그리고 숨을 죽이며 내 주변의 어둠을 공포에 사로잡힌채 바라보았어.

뭔가 내 다리를 쓸고 지나갔을때, 난 하마터면 덮개 밖으로 뛰쳐나갈뻔했어.

빛나는 두 눈이 나를 올려다 봤을때, 난 그래도 어느정도 위안을 얻을수 있었어.

셸리밖에 없잖아, 바보같이 숨어있는 셸리.

하지만 셸리가 입을열어 어둠속으로 속삭이는걸 들었을때, 내 일상은 또한번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어.

"걱정하지마, 우린 안전해. 그들은 상자안을 볼 생각을 하지 않아."

 

 



 

1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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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화 신은 고양이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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