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까지 69일 남은 오늘의 괴담

저는 거실 창문 밖을 내다볼 수 있는 소파에 앉아있어요. 계속 바깥을 경계하고 있었답니다.

누구에게라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싶지만, 지금은 정말 움직일 수가 없네요.

제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밖을 계속 내다보면서 제발 아무도 날 발견하지 못하길 아주 간절하게 바라는 것밖에 없네요.

커튼도 뜯겨나가 창을 가릴 수도 없거니와 늦여름 햇살을 조금이라도 더 만끽하고 싶어서 차마 창을 가리진 못했어요.

창문 바깥에는 마치 지옥도같이 끔찍한 풍경이 펼쳐져 있어요.

더덕더덕 갈라진 아스팔트 사이에서 연옥의 불길이 뿜어져 나온다 해도 놀랍지 않을 것 같아요.

차라리 이게 현실이 아니라 정말 지옥이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예요. 그럼 적어도 내가 언제 고문당할 지는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악마와 작금의 현실 중 어느 쪽이 나한테 그나마 더 인간친화적일까, 그런 공상에 빠져있을 즈음 어딘가의 구석에서 한 인영이 스쳐지나갔어요.

바깥의 인기척이 더 강해져요. 저는 바짝 얼어붙었죠. 혹시 날 본 거 아냐?

쾅, 창문이 거세게 흔들렸어요. 저는 가능한 시체처럼 보이려고, 뻣뻣하게 앉아있으려고 오만 애를 썼답니다.

저는 그냥 말라붙은 시체예요, 통통한 식사감이 아니랍니다 속으로 수없이 되뇌면서 제발, 제발, 제발제발 들키지 말길 바랐어요.

"살려주세요!"

목소리를 듣고 돌아보니 한 청년이 겁에 질린 얼굴을 하고 있었어요.

공포에 떠는 눈동자를 보니 나도 심장이 떨렸어요. 그 딱한 사람은 계속 창을 두들기며 살려주세요, 도와주세요 목이 쉬도록 외쳤답니다.

나도 숨이 가빠오고, 이윽고 눈물이 날 것만 같았어요. 하지만 참아냈어요. 죄송해요, 정말로 죄송해요, 하지만 지금은 정말 움직일 수가 없어요.

"쫓기고 있어요! 살려주세요! 제발!" 남자가 외쳤어요.

진짜 그렇더라구요. 부연 눈을 희번득거리면서, 물어뜯을 양 이를 딱딱 부딪히며 그놈들이 따라붙고 있었어요.

생각했던 것보다 가까웠지만 그놈들은 느리고 이 청년은 아직 도망칠 힘이 있는 것 같더라구요.

뛰 세 요, 입술로 되뇌었어요. 청년한테 하는 말이라기보단 사실 나 자신한테 하는 말에 가까웠죠.

하지만 이 청년은 포기를 모르는 사람이더라구요. 아니면 공포에 정신이 마비된 거였을까요? 결국 우리 집 데크에서 따라잡히고 말았어요.

그리고 첫 놈이 청년의 어깨를 물어뜯었어요.

그놈들은 총 셋이었고, 아주 맛있는 식사라도 하는 양 천천히 청년을 찢어발겼답니다.

저는 조용히, 욕지기를 참으며 그대로 덩그러니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답니다. 부디 내가 있다는 걸 눈치채지 말아주길 바라면서요.

정말 보기 딱했던 점은, 이 안타까운 청년이 내내 비명을 지르며 피에 젖은 얼굴을 계속 거실 창문에 들이밀어댔다는 거예요.

너무나 일그러진 얼굴이 마치 좀비같은 몰골이었죠. 이 청년을 씹고 뜯고 맛보며 즐기던 세 놈보다도 더 심하다 싶을 정도로요.

마지막으로 눈이 닿은 순간 눈으로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라고 말했어요. 그리고 청년의 몸이 창문틀 아래로 완전히 가라앉아 버렸답니다.

그놈들은 식사가 바닥에 떨어진 것따윈 신경쓰지도 않고 계속 식사를 즐겼죠.

정말 죄송해요,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싶지만 지금은 정말 움직일 수가 없네요.

방금 저희 고양이가 제 무릎에서 잠들었단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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