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까지 7일 남은 오늘의 괴담

대학생 시절 이야기다.

친구 A에게 먼 곳에 사는 여자친구가 생긴 듯 했다.

매일 같이 염장이나 질러대서 지긋지긋했다.

어느날, A네 집에서 놀던 때였다.

새벽 2시쯤이었을까.

A가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잠들고 말았다.

그러자 나랑 마찬가지로, A의 염장질에 질릴대로 질려 있던 친구 B가 이런 제안을 해왔다.

[A 휴대폰에서 A 여자친구 번호 찾아서, 장난전화라도 해보자.]

지금 생각하면 한심하기 짝이 없는 짓이고, 반성도 하고 있다.

하지만 술이 들어가기도 했고, 그때는 어쨌건 나도 흥에 취해 있었다.

A의 휴대폰을 찾아 몰래 열고, 일단 문자를 좀 살펴보기로 했다.

슬쩍 보니 달달한 내용 투성이였다.

보낸 문자함에도 비슷한 내용이 산더미 같아서, 나와 B는 낄낄대며 웃어버렸다.

동시에 마음 속에 질투의 불길이 일었다.

본격적으로 장난전화를 할 마음을 먹게 된 것이다.

어쩐지 착신 내역에는 A 여자친구의 이름이 보이질 않았다.

결국 주소록에서 찾아서 전화를 걸었다.

받을지 받지 않을지, 두근거리며 기다리고 있는 찰나.

방 안에 벨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네 거냐?]

B가 물었다.

[아니, 내 거 아닌데. 네 거 아냐?]

방에 있는 건 나와 A, B, 3명.

내 휴대폰이 아니다.

B의 휴대폰도 아니다.

A의 휴대폰은 지금 우리가 쥐고 있다.

이 방 안에, 휴대폰이 한대 더 있다는 것 말고는 답이 없었다.

A의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건 순간 울리기 시작한, 의문의 휴대폰.

이게 가리키는 사실은, 뭐... 하나 밖에 없겠지.

소리가 나는 곳을 찾았다.

A가 늘 가지고 다니는 가방 안에서 소리가 나고 있었다.

열어보니, 하늘색 휴대폰이 하나 있었다.

조심스레 열어봤다.

화면에는 전화 건 사람의 이름이 떠 있었다.

A의 이름이.

[...이 자식, 뭐하고 다니는거야...]

B는 완전히 질린 것처럼 보였다.

나도 소름이 끼쳐서, 술이 확 깼다.

천만다행으로, A는 계속 자고 있었다.

우리는 A의 휴대폰 2개에서 각각 발신, 착신 이력을 지운 뒤, 다음날 아침에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행동했다.

차마 잠은 잘 수 없었지만.

그 이후, 어쩐지 A와는 소원해졌지만, 그 후로도 몇번인가 여자친구 자랑을 들었었다.

별 거 없는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내게는 정말 등골이 오싹해지는 경험이었다.

https://vkepitaph.tistory.com/m/1397?category=348476




 

0개의 댓글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공지 [2023 대동제] 2023 대동제 축제 후기 이벤트!! profile 금오사이 2023.05.19 2350 0
공지 [종료된 이벤트] 🌸🌸🌸 2023 벚꽃 이벤트 당첨자 발표🌸🌸🌸 profile 금오사이 2023.04.08 2190 3
공지 2022 대동제 축제 후기 이벤트 당첨자 발표 profile 금오사이 2022.09.20 4550 0
공지 2022-2 개강 이벤트 종료 profile 커뮤니티운영팀 2022.09.20 3263 0
공지 금오위키 관련 공지 profile 금오사이 2022.09.19 2422 3
공지 "의좋은 형제 & 의상한 형제를 찾습니다!" 당첨자 발표 1 profile 커뮤니티운영팀 2021.05.28 4223 3
공지 금오사이 수강후기 당첨자 발표입니다! 9 profile 금오사이 2020.07.20 4470 5
공지 비방/욕설/음란 등 게시판 정책에 위반되는 글을 삭제 될 수 있습니다. profile 금오사이 2018.05.24 4648 3
19024 불매운동..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68 익명_46338628 2019.07.20 1234 6
19023 [질문] 화학 과제 하신분??ㅠㅠ 48 기운이 난 까마귀 2020.03.11 1592 0
19022 여러분들 닉네임 뜻이 뭐에요? 44 profile 유규 2019.05.07 675 0
19021 심심하니까 전자과 질문받는다 43 붕붕 2019.02.24 2569 1
19020 푸름2동 2층화장실 쓰레기통에 라면용기버리는놈 42 시간이 부족한 까마귀 2020.12.13 1750 0
19019 전자 여학우 요즘도 군기잡음? 38 익명_29368075 2019.03.02 1001 3
19018 기숙사 질문드리며 인사 오지게 박겠읍니다 38 ㅇㅇ 2018.12.13 735 1
19017 다들 수능성적이 어느정도인가요?? 37 수능 2019.02.16 1352 0
19016 글 중에 코골이 죽이고 싶다고해서 한번 적어봅니다. 37 익명_57308555 2018.10.25 10019 4
19015 금오공대 어떤가요 35 쾌활한 까마귀 2020.12.03 3350 0
19014 진짜 오름1동 너무 살기싫다 ㅋㅋ 35 profile 리르 2020.08.05 1569 0
19013 우리 학교 융통성에 대해 35 하.. 2019.02.08 1709 1
19012 중간공부 힘들어서 잠시 들렀어여 마이 홈그라운드 34 말이 많은 까마귀 2021.04.15 1578 0
19011 대학 34 졸고있는 까마귀 2020.09.26 1482 0
19010 심심해요.. 34 외로움을 못견디는 까마귀 2020.07.28 1031 0
19009 우리도 호칭 정했음 좋겠다!! 34 profile 유규 2018.11.26 391 0
19008 안자는사람 33 연구실에 갇힌 까마귀 2020.03.04 1518 0
19007 학교 고양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33 거만한 까마귀 2020.02.20 2150 4
19006 화소융 여학우 똥군기 33 익명_63496501 2019.03.03 842 1
19005 대학생 한달 용돈 33 ㅎㅅㅎ 2019.01.14 2173 2
서버에 요청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