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까지 25일 남은 오늘의 괴담

딱딱한 꽃잎

내 여자친구는 질투심이 많다.

착한 성격이지만 외로움을 많이 타는 사람이었다.

사귀기 전에는 몰랐지만 사귀고 나서야 그녀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

핸드폰에 메시지가 올 때마다 누구인지 집요하게 묻는다.

주말에는 반드시 함께여야 했다.

부득이한 업무나 약속이 있는 주말에는 몇 분 간격으로 연락이 온다.

내 전부를 관리하고 싶어 한다.

또한 자신 이외의 여자와 내가 이야기하는 걸 극도로 싫어한다.

심지어 옆집사람에게 인사하는 것도 싫어한다.

음식점에 가서도 점원이 여자라면 반드시 여자친구가 주문했다.

사이가 좋았던 아는 누나도 갑자기 연락이 끊긴 것도 여자친구가 그녀를 괴롭혀서 라는 이유도 나중에야 알았다.

너무 지나치다 싶어서 여자친구 부모님께도 말씀드렸다.

"우리아이가 전 남자친구에게 상처를 많이 받았었는데, 자네와 사귀게 되어서 (저래도) 많이 자리잡았네. 지금은 조금 이상할지도 모르지만 우리 아이를 사랑한다면 기다려주게나."

소용없었다.

경찰 친구들에게도 상담해봤지만 연애 문제는 죽은 사람이 나오지 않은 한, 관여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마음속의 불만을 단념할 수 없었다. 둘 사이의 대화도 점점 없어졌다.

함께 있으면 미쳐버릴 것 같다.

결국 여자친구 아파트에 찾아가 최대한 부드럽게 이별을 통보했다.

그러자 그녀의 얼굴이 사람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형상으로 일그러지더니 필사적으로 나를 설득하려고 한다. 마치 내 목을 조를 것처럼 두 손을 들어 나를 향해온다. 여자친구의 이런 모습이 너무 두려워 다가오는 그녀를 밀쳐냈다.

나도 모르게 힘에 가해진 터라 그녀는 방바닥에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넘어졌다.

일어나면서 그녀는 부엌으로 향했다.

순간 지금까지 느낀 적이 없었던 오한이 나, 신발도 신지 않은 채 그녀의 집에서 나왔다. 엘리베이터를 안절부절못하면서 기다리는데 여자친구가 바로 뒤쫒아 나왔다.

맨발에, 한 손에는 칼을 들고 있었다.

오지 않는 엘리베이터는 포기하고 급히 계단으로 향했다.

계단을 굴러 떨어질 것처럼 내려간다.

1층에 도착해서 주차창으로 향했다.

필사적으로 달리고 있는 귓가에 그녀의 거친 호흡이 뒤따라 들려온다.

이대로 잡히는가 싶었는데, 그녀가 갑자기 주저앉는 것처럼 넘어졌다.

마침 손에서 칼을 떨어뜨렸기에 발로 차버리고 다시 도망쳤다.

재빨리 차로 향하면서 주머니에서 열쇠를 찾는다.

차에 도착하자마자 열쇠로 문을 열고 시동을 건다.

시동을 거는 순간, 운전석이 벌컥 열렸다.

"어딜 가려고?!"

거칠게 숨을 내쉬는 그녀였다.

거의 반사적으로 엑셀을 밟고 차를 몰았다.

그녀는 문을 잡고 내 이름을 절규하고 있었지만

결국 차의 속도에 따라가지 못해 손을 놓았다.

손톱이 벗겨지는 것처럼 운전석 문에 붉은 선이 남아있다.

그 뒤로 제한속도를 무시하고 달리면서 나는 흐느껴 울었다.

곧바로 나는 아파트에서 짐을 정리하여 시골의 본가로 돌아갔기에 그녀를 볼 수 없었다.

그녀도 그녀의 친가에서도 전혀 소식이 없기 때문에 자살이라도 했나 걱정되었지만,

지인을 통해 들으니 사고 없이 정상적으로 살고 있다고 한다.

몇 달 후, 시간이 어느 정도 흘렀다고 생각되어 내 아파트로 돌아갔다.

목이 말라 시원한 물이라도 넣어두려고 냉장고를 열자 소포가 있었다.

싫은 예감이 들었지만 열어보니 안에는 편지봉투와 그 날 여자친구 아파트에 놓고 온 신발이 칼에 여기저기 찔려서 너덜너덜하게 된 채로 있었다.

보자마자 그 날의 공포가 되살아났다.

심장이 급격하게 뛰기 시작했고, 토할 것 같은 기분 나쁨이 온 몸에 가득했다.

거친 호흡을 달래며 조심조심 동봉되어 있던 편지봉투를 열어 본다.

예상과 달리 편지가 아닌, 딱딱한 꽃잎같은 것이 손바닥에 흩어졌다.

그건 뿌리까지 뽑힌 손톱들이었다.

정신이 아찔해져온다.

다리가 휘청거려서 주저앉은 내 뒤로 현관 열쇠로 문을 여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이제 돌아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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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코네 여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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