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까지 108일 남은 오늘의 괴담

 

 

내가 어느 기계 메이커 공장에서 일하던 무렵 이야기다.

 

 

 

그 공장 심야 순찰을 하는 경비원들 사이에서는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돌곤 했다.

 

 

 

늦은 밤, X공장 복도를 흰 그림자만 있는 존재가 배회한다는 소문이었다.

 

 

 

 

 

X공장 옆에는 커다란 공장이 한 동 더 있고, 공장 사이를 연결하는 통로가 건설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 통로의 자동문이 고장인지, 주변에 사람이 없는데도 멋대로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했다.

 

 

 

어느 밤, 나는 일이 늦어지는 바람에 한밤 중 공장에 홀로 남아 기계 정비를 하고 있었다.

 

 

 

 

 

정비하던 기계는 정기적으로 물을 넣어줄 필요가 있었기에, 나는 양동이에 물을 퍼서 끌차로 운반하고 있었다.

 

 

 

마침 딱 그 고장난 자동문을 통과하기 얼마 전, 통로에 놓여져 있던 짐과 끌차가 부딪히는 바람에 물이 조금 쏟아지고 말았다.

 

 

 

통로를 물바다로 만들어 놓고 그냥 가버리면 다음날 무슨 소리를 들을지 모르는 일이다.

 

 

 

 

 

나는 기계 정비를 마친 뒤, 물을 닦을 걸레를 가지고 자동문 앞으로 돌아왔다.

 

 

 

문앞에 도착한 순간, 위화감이 느껴졌다.

 

 

 

양동이의 물이 쏟아져 생긴 웅덩이에서 시작해, 자동문 쪽으로 이어지는 젖은 발자국이 보였다.

 

 

 

 

 

X공장에서는 안전을 위해 작업원은 모두 작업용 안전화를 신는 것이 의무화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발자국은 안전화 바닥의 미끄럼 방지용으로 붙어 있는 고무 모양이 아니라, 슬리퍼처럼, 마치 평평한 면으로 된 것 같은 모습의 자국이었다.

 

 

 

그 뿐 아니라, 공장에 남아 있는 건 나 혼자였다.

 

 

 

 

 

다른 직원들은 모두 퇴근했다는 걸 진작에 확인했던 터였다.

 

 

 

공장 안 역시 작업장 외에는 불이 꺼져 있었고, 경비원이 순찰을 돌 시간도 아니었다.

 

 

 

옆 공장도 아까 내가 물을 뜨러 갔을 때 문을 잠궜고, 열쇠는 내 주머니 안에 있다.

 

 

 

 

 

도둑이라도 들었나 싶어 머뭇머뭇거리며 옆 공장 상황을 살피러 가봤지만, 문은 잠겨 있고, 누가 안에 있는 것 같지도 않았다.

 

 

 

아무 것도 아니라는 걸 확인하고 안도한 나는, 자동문 앞으로 돌아가 웅덩이를 닦기 위해 몸을 숙였다.

 

 

 

그 순간, 웅덩이 수면에, 흰 그림자 같은 게 문 쪽으로 스쳐지나가는 모습이 비쳤다.

 

 

 

 

 

깜짝 놀라 일어나서 주변을 확인했지만, 주변에는 딱히 별다를 게 없었다.

 

 

 

수면에 비친 것 같은 하얀 것도 마땅히 보이질 않았고.

 

 

 

기분 탓인가 생각하며, 다시 물을 닦으려 하던 순간, 등 뒤에서 자동문이 갑자기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하기 시작했다.

 

 

 

 

 

문 앞에는 당연히 아무 것도 없다.

 

 

 

하지만 문 앞에는 평평한 바닥으로 찍힌 발자국이 이어져 있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어? 내가 아까 옆 공장을 보러 갈 때도 저런 발자국이 있었던가?

 

 

 

 

 

기억을 되살려봐도, 웅덩이에서 자동문 쪽으로 발자국이 점점이 이어져 있었을 뿐, 문 앞에는 없었을 터였다.

 

 

 

그쯤 되자, 전에 경비원들에게 들었던 소문이 떠올라서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나는 황급히 웅덩이를 닦아내고, 공장에서 도망치듯 퇴근했다.

 

 

 

 

 

돌아가기 직전, 공장의 불을 끌 무렵, 자동문 쪽을 슬쩍 보니 문은 아직도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 후에는 특히 이상한 일은 없었다.

 

 

 

공장에서 사고가 있었다거나 과거에 사람이 죽었다거나 하는 이야기도 들은 게 없고.

 

 

 

 

 

다만 그 자동문은 몇번이고 수리업자가 와서 문을 고쳤지만, 아직도 고쳐지지가 않았다.

 

 

 

별 생각 없이 들른 편의점에서, 혹은 직장이나 병원에서, 사람도 없는데 문이 열렸다 닫혔다 하는 모습은 종종 볼 수 있다.

 

 

 

대개 그런 경우 센서의 오작동이라고 설명이 되겠지.

 

 

 

 

 

하지만 문에 붙어 있는 적외선 센서가 이상한 게 아니라, 사람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문 앞에 서 있는 건 아닐까.

 

 

 

센서는 그걸 인식하는 것 뿐이라는 생각을, 이런 일을 겪고 나니 안 할 수가 없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언제나 거기에 있어서, 우리 곁을 떡하니 배회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소름이 끼친다.

 

 

 

 

 

아직도 그 문은 가끔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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