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때 뜬금없이 울었다.

파란 까마귀 익명 2021.05.09 조회 수 2415 추천 수 14 금오사이앱에서 게시됨

초등학교 고학년때였던거 같다.

자정이 다되가는 시간이었고 비가 좀 많이오던 여름이었다

아버지는 내일 출근을 위해 안방에서 주무시고 영업직이시던 어머니는 무슨 이유인지 아직 퇴근을 못하셨던거 같다.

당시 내방에는 유난히 초침소리가 크던 시계가 있었는데 시끄러운 비 소리에도 불구하고 초침소리가 그날따라 더 선명하게 들렸다.

머리속으로 1초, 2초,.. 초침 소리에 따라서 계속 되내었다.

그러다 문득 앞으로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지 궁금했다.

1분은 60초, 1시간은 3600초, 하루는 86400초, 한달은 259200초. 1년은 31104000초 이니까 80세까지 산다면 나는 앞으로 21억초 정도를 살수 있겠지 라고 생각했던거 같다.

21억초다 지금부터 저 시계가 21억벅만 움직이면 나는 이세계에 없는거다 또한 현재 지구에서 살아 숨쉬고있는 대부분은 그때에는 없을거다. 어린나이임에도 우주에서 먼지와 같은 내 존재에 대해 자각하며 뭔가 마음이 공허해 졌던거같다.

그때 어머니가 홀딱 젖으신채로 퇴근하셨다. 그리고는 밤늦게 잠을 못이루고있던 나를보며 인사하시고는 안방에 들어가셨다.

어머니는 50세가 되셨다. 문뜻 같은 계산을 어머니에게 해보았다.

9억초다. 9억초 뒤에는 저기있는 어머니를 볼수 없을거다. 아니 8억초만 지나도 어머니는 많이 힘드실거다.

그뒤로 들리는 초침소리가 점점 빠르게 울렸다. 정확히는 그렇게 느껴졌던거겠지.. 어린 나는 밤에 시계를 들고 거실에서 울었다.

한참 울고나니 어머니가 이유를 물어보셔서 그냥 시계가 너무 시끄러워서 잠들수가 없다고 했다. 그날 부로 지금까지 내방에는 시계가 없다

15년이 지났다. 어머니의 시간은 절반이 되었다.

아직도 그날을 기억하며 주변에 있는사람들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적어도 나로인해 슬프거나 기분나쁜 시간은 없게 하려고 노력한다.

시간은 소중하다 지금 이 글을 쓰는동안에도 1초는 야속하게도 지나고 있다.어제는 어버이날이었다. 1년중 부모님에게 낯뜨겁지 않게 효도할수 있었던 86400초 였다.

어떤이는 누워서 주말을 만끽했고어떤이는 사랑하는 사람과 시간을 보냈고 또 누구는 열심히 미래를 위해 투자했을것이다. 나는 비생산적인 하루를 보냈긴 하지만..

그래도 가끔은, 하루에 몇백초 정도는 가족이나 친구에게 연락하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5개의 댓글

Profile

잘 읽었어요. 밤에 이런저런 생각이 드네요. 저는 아직도 주위 사람들이 언젠가 죽는다는 걸 모르는 척 하고 싶네요 ㅎㅎ...

1 0    댓글  
Profile

뭐든 영원한 것은 없으면서도 가장 가까운 친구와 가족이 영원할거라 믿고있다가

늘 후회하게 되는 것 같아요.

지금 존재하는 자체로도 감사함을 알아야하는데 말이죠.

1 0    댓글  
Profile
금오인기글 게시판으로 이동되었습니다.
1 0    댓글  
Profile

울지마요

1 0    댓글  
Profile
성난 오이
2021.05.11

좋네요

1 0    댓글  

금오 인기글

금오인의 선택을 받은 바로 그 글!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공지 [완료] 금오사이 서버 점검 관련 공지 1 profile 금오사이 2023.01.06 1967 6
공지 2022 EVENT) 다시 돌아온 빼빼로데이!! 금오공대에 숨겨진 빼빼로를 찾아라 7 profile 금오사이 2022.11.10 1279 12
공지 2022년도 2학기 금오사이 팀원모집 5 profile 금오사이 2022.08.25 1697 7
공지 📢"2022 대동제 축제 후기 이벤트" 당첨자 발표 2 profile 금오사이 2022.06.05 3741 5
공지 금오사이 운영팀 신년 인사 2 profile 커뮤니티운영팀 2022.01.01 1229 9
공지 ❤종강 기념❤ 수강후기 이벤트! 5 profile 커뮤니티운영팀 2021.12.23 1213 7
공지 2021 EVENT) 빼빼로데이 보물찾기! 5 profile 커뮤니티운영팀 2021.11.11 2356 11
공지 2021 EVENT) 의좋은 형제 & 의상한 형제를 찾습니다! 2 profile 커뮤니티운영팀 2021.05.12 3314 10
공지 신년 새해 인사입니다! 6 profile 금오사이 2021.01.01 2597 25
공지 ❤️종강 기념! 수강후기 이벤트~!❤️ 9 profile 커뮤니티운영팀 2020.07.05 4179 22
공지 금하! 예비금오인들 모여라 1 profile 커뮤니티운영팀 2019.08.28 2201 8
공지 금오위키의 활성화를 도와주세요! 4 profile 금오사이 2018.09.22 3064 8
151 준비없이 갑자기 강아지 키운 후기 15 부끄러워 하는 까마귀 2020.05.24 3029 17
150 내일부터 공부 못 하겠네요 8 profile 댕댕yee 2020.02.19 3032 9
149 기계과 축구 동아리 챌린져 2 profile 챌린져 2020.03.03 3033 9
148 금오공대 마인크래프트 서버!! 8 졸고있는 까마귀 2020.07.24 3034 19
147 자느라 실시간 강의 놓쳤다 3 머구에사는까마귀 2020.09.07 3037 15
146 아까 우리학교 고양이가 실제배경이라고 한 웹툰, 찾아왔습니다. 10 profile Rabbit*2 2020.02.08 3040 13
145 등교일 4월20일로 다시 연기됐네요 19 profile 댕댕yee 2020.03.27 3042 10
144 갖고 있는 옷 종류별 세탁 팁 11 profile 기공아싸 2020.06.17 3044 10
143 토익공룡 둘리 4 냉정한 까마귀 2020.10.25 3047 20
142 [종료된 이벤트] 날 동아리로 이끈 선배 3 북카페가는 까마귀 2021.05.16 3047 9
14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FACT CHECK!!! 4 ㅋㅋㅋㅋㅋ 2020.02.01 3048 6
140 수강꾸러미 결과 나왔습니다 22 profile 댕댕Yee 2020.08.05 3064 9
139 커리어를 건 카메라맨의 승부수 15 각오하고 있는 까마귀 2020.09.08 3065 6
138 이번 감사로 드러난 민주 인성 25 profile 리르 2020.03.16 3072 13
137 ??? : 겨수님? 강의가 너무 빨라요 4 멋드러진 까마귀 2020.04.19 3072 11
136 답답하네요참 3 아리따운 까마귀 2020.09.09 3082 12
135 그냥 푸념글.. 11 카페인이 부족한 까마귀 2020.06.07 3085 36
134 아싸들 희소식 9 방탕한 까마귀 2020.04.23 3086 12
133 교수님 사업따내심 11 혼자 노는걸 좋아하는 까마귀 2020.04.22 3099 12
132 기숙사 에어컨 바람 안쉬원할때 팁 7 기쁜 까마귀 2020.07.28 3127 20
서버에 요청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