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때 뜬금없이 울었다.

파란 까마귀 익명 2021.05.09 조회 수 2427 추천 수 14 금오사이앱에서 게시됨

초등학교 고학년때였던거 같다.

자정이 다되가는 시간이었고 비가 좀 많이오던 여름이었다

아버지는 내일 출근을 위해 안방에서 주무시고 영업직이시던 어머니는 무슨 이유인지 아직 퇴근을 못하셨던거 같다.

당시 내방에는 유난히 초침소리가 크던 시계가 있었는데 시끄러운 비 소리에도 불구하고 초침소리가 그날따라 더 선명하게 들렸다.

머리속으로 1초, 2초,.. 초침 소리에 따라서 계속 되내었다.

그러다 문득 앞으로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지 궁금했다.

1분은 60초, 1시간은 3600초, 하루는 86400초, 한달은 259200초. 1년은 31104000초 이니까 80세까지 산다면 나는 앞으로 21억초 정도를 살수 있겠지 라고 생각했던거 같다.

21억초다 지금부터 저 시계가 21억벅만 움직이면 나는 이세계에 없는거다 또한 현재 지구에서 살아 숨쉬고있는 대부분은 그때에는 없을거다. 어린나이임에도 우주에서 먼지와 같은 내 존재에 대해 자각하며 뭔가 마음이 공허해 졌던거같다.

그때 어머니가 홀딱 젖으신채로 퇴근하셨다. 그리고는 밤늦게 잠을 못이루고있던 나를보며 인사하시고는 안방에 들어가셨다.

어머니는 50세가 되셨다. 문뜻 같은 계산을 어머니에게 해보았다.

9억초다. 9억초 뒤에는 저기있는 어머니를 볼수 없을거다. 아니 8억초만 지나도 어머니는 많이 힘드실거다.

그뒤로 들리는 초침소리가 점점 빠르게 울렸다. 정확히는 그렇게 느껴졌던거겠지.. 어린 나는 밤에 시계를 들고 거실에서 울었다.

한참 울고나니 어머니가 이유를 물어보셔서 그냥 시계가 너무 시끄러워서 잠들수가 없다고 했다. 그날 부로 지금까지 내방에는 시계가 없다

15년이 지났다. 어머니의 시간은 절반이 되었다.

아직도 그날을 기억하며 주변에 있는사람들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적어도 나로인해 슬프거나 기분나쁜 시간은 없게 하려고 노력한다.

시간은 소중하다 지금 이 글을 쓰는동안에도 1초는 야속하게도 지나고 있다.어제는 어버이날이었다. 1년중 부모님에게 낯뜨겁지 않게 효도할수 있었던 86400초 였다.

어떤이는 누워서 주말을 만끽했고어떤이는 사랑하는 사람과 시간을 보냈고 또 누구는 열심히 미래를 위해 투자했을것이다. 나는 비생산적인 하루를 보냈긴 하지만..

그래도 가끔은, 하루에 몇백초 정도는 가족이나 친구에게 연락하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5개의 댓글

Profile

잘 읽었어요. 밤에 이런저런 생각이 드네요. 저는 아직도 주위 사람들이 언젠가 죽는다는 걸 모르는 척 하고 싶네요 ㅎㅎ...

1 0    댓글  
Profile

뭐든 영원한 것은 없으면서도 가장 가까운 친구와 가족이 영원할거라 믿고있다가

늘 후회하게 되는 것 같아요.

지금 존재하는 자체로도 감사함을 알아야하는데 말이죠.

1 0    댓글  
Profile
금오인기글 게시판으로 이동되었습니다.
1 0    댓글  
Profile

울지마요

1 0    댓글  
Profile
성난 오이
2021.05.11

좋네요

1 0    댓글  

금오 인기글

금오인의 선택을 받은 바로 그 글!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공지 [완료] 금오사이 서버 점검 관련 공지 1 profile 금오사이 2023.01.06 2094 6
공지 2022 EVENT) 다시 돌아온 빼빼로데이!! 금오공대에 숨겨진 빼빼로를 찾아라 7 profile 금오사이 2022.11.10 1378 12
공지 2022년도 2학기 금오사이 팀원모집 5 profile 금오사이 2022.08.25 1780 7
공지 📢"2022 대동제 축제 후기 이벤트" 당첨자 발표 2 profile 금오사이 2022.06.05 3825 5
공지 금오사이 운영팀 신년 인사 2 profile 커뮤니티운영팀 2022.01.01 1324 9
공지 ❤종강 기념❤ 수강후기 이벤트! 5 profile 커뮤니티운영팀 2021.12.23 1289 7
공지 2021 EVENT) 빼빼로데이 보물찾기! 5 profile 커뮤니티운영팀 2021.11.11 2429 11
공지 2021 EVENT) 의좋은 형제 & 의상한 형제를 찾습니다! 2 profile 커뮤니티운영팀 2021.05.12 3386 10
공지 신년 새해 인사입니다! 6 profile 금오사이 2021.01.01 2679 25
공지 ❤️종강 기념! 수강후기 이벤트~!❤️ 9 profile 커뮤니티운영팀 2020.07.05 4264 22
공지 금하! 예비금오인들 모여라 1 profile 커뮤니티운영팀 2019.08.28 2274 8
공지 금오위키의 활성화를 도와주세요! 4 profile 금오사이 2018.09.22 3186 8
371 KIT 쉐어링 서버 오픈 (기프티콘 증정) 3 지루한 까마귀 2021.06.01 3275 13
370 컴공 컴소공 학생들 과제할 때 특징 6 교수님이 아끼는 까마귀 2021.05.24 2967 21
369 [종료된 이벤트] 날 동아리로 이끈 선배 3 북카페가는 까마귀 2021.05.16 3057 9
368 [종료된 이벤트] 낙엽을 찾아나선 말년 두놈 4 출출한 까마귀 2021.05.15 2099 12
367 [종료된 이벤트] 교수님이 싫어요. 1 즐거운 까마귀 2021.05.14 2864 21
366 [종료된 이벤트] 편의점에서 강아지 때문에 112 부른 썰 4 일단 하고보는 까마귀 2021.05.13 2931 15
365 [종료된 이벤트] 1학년 때 룸메 썰 푼다 6 과제가 산더미인 까마귀 2021.05.12 3953 13
어릴때 뜬금없이 울었다. 5 파란 까마귀 2021.05.09 2427 14
363 금오공대-구미역 버스 시간표(3월 20일자)+옥계노선 2 profile 기공아싸 2021.05.07 2971 16
362 라운지 옆 자전거 주차장에 파란색 자전거 주인분, 개념없이 지나가는 통로에 자전거 대지 마세요 1 즐거운 까마귀 2021.04.29 2316 18
361 홀수년생 분들 건강검진 받으러 갑시다~!~! 5 집밥이 그리운 까마귀 2021.04.13 2764 12
360 킥라니들 들어라 14 즐거운 까마귀 2021.03.13 3982 12
359 교내 와이파이 연결 2 우유부단한 까마귀 2021.03.05 4672 28
358 21학번을 위한 수강신청 참고사항 6 profile 댕댕Yee 2021.02.23 8627 25
357 🔥최.강.인.싸.그림.동.아.리공.데.쌩🔥이 동아리원을 모집합니다💖 1 부러워하는 까마귀 2021.02.22 1517 6
356 2021학년도 입학식 안내 4 profile 댕댕Yee 2021.02.19 3365 11
355 (사람을 찾습니다.)학교앞에서 자취하시는 분들 봐주세요 6 기뻐하는 까마귀 2021.02.08 4531 23
354 2021학년도 신입생 주요 안내 사항 5 profile 댕댕Yee 2021.01.27 4211 11
353 1학년 개꿀팁 22 만족한 까마귀 2021.01.22 5289 25
352 구미버스특) 2 동방에 서식하는 까마귀 2021.01.19 3004 8
서버에 요청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