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까지 41일 남은 오늘의 괴담

나는 당당하게 유모차를 밀면서 거리에서 얼빠진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을 무시했다. 저렇게 겁에 질린 채 바라보는 것도 벌써 일주일째다. 공포에 질려 소리 지르며 속이 메슥거리는 듯 얼굴색마저 변한 그들은 고개를 돌려버리고 만다. 시선과 손가락질, 내 딸을 보면서 놀라 크게 벌어진 입을 손으로 황급히 가린다. 그들은 비명 지르며 도망가면서 눈을 가리지만, 내 아이는 멀쩡하다.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할지 이미 알고 있다. 내가 망상증 환자 정도? 끔찍하게 생겨서 촉수를 마구 흔드는 괴물을 유모차에 태우고 다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몸뚱어리가 물결치는 거대하고 징그러운 애벌레 형상이 담요 아래에서 끈적한 액체와 괴상한 소리를 내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 수 있다. 혹은 거미처럼 다리가 여럿 달린 괴생명체가 배내옷 아래 숨어 내가 주는 생고기를 뜯어 먹는 것은 아닐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모두 틀렸다.

혹은 내 아이가 죽은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도 있다. 사산된 아이를 묻지 못한 채 돌아다니는 아이 엄마. 슬픔에 미쳐버려 차게 식은 시신을 보고 그 상실을 납득할 준비가 안 된 여자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혹은 묻은 아이를 파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 이미 퍼렇게 변해 구더기가 득시글거리며 퉁퉁 불어버린 아이 사체를 태우고 다니는 건 아닐까? 혹은 하얀 뼛조각만 따로 모아서 유모차에 싣고 다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은? 하지만 그마저도 틀렸다.

내 아이는 괜찮다. 3.8kg로 나온 내 딸, 미아는 아직 분홍빛이 도는 피부에 금발 머리를 갖고 태어났다. 반짝이는 갈색 눈동자를 가진 미아는 아직 이가 나지 않았지만 내 심장을 녹이는 미소를 지을 줄 안다. 완벽하게 정상으로 태어났지만, 바이러스가 뇌까지 퍼져버린 감염자들 눈에 내 딸은 그저 기괴하게 보일 뿐이다.

이제 내게 남은 시간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미 첫 번째 증상이 나타나는 중이라 너무 두렵다. 내 뇌가 감염된 후에 딸을 보면 어떻게 보일지, 그게 너무 겁난다. 감염된 내가 아이를 버리고 도망가버리면, 남은 내 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너무 무섭다.

https://m.blog.naver.com/iamsuekim/221588952300




 

0개의 댓글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공지 [2023 대동제] 2023 대동제 축제 후기 이벤트!! profile 금오사이 2023.05.19 2393 0
공지 [종료된 이벤트] 🌸🌸🌸 2023 벚꽃 이벤트 당첨자 발표🌸🌸🌸 profile 금오사이 2023.04.08 2191 3
공지 2022 대동제 축제 후기 이벤트 당첨자 발표 profile 금오사이 2022.09.20 4561 0
공지 2022-2 개강 이벤트 종료 profile 커뮤니티운영팀 2022.09.20 3264 0
공지 금오위키 관련 공지 profile 금오사이 2022.09.19 2426 3
공지 "의좋은 형제 & 의상한 형제를 찾습니다!" 당첨자 발표 1 profile 커뮤니티운영팀 2021.05.28 4224 3
공지 금오사이 수강후기 당첨자 발표입니다! 9 profile 금오사이 2020.07.20 4471 5
공지 비방/욕설/음란 등 게시판 정책에 위반되는 글을 삭제 될 수 있습니다. profile 금오사이 2018.05.24 4675 3
HOT [홍보] STL 카페 재오픈 9월 2일입니다 STL 6 일 전 159 0
8826 [질문] 겨울계절학기 질문이영 2 확신하는 까마귀 2020.10.18 1557 0
8825 긱사 사는데 점심 저녁 뭐먹냐... 1 교수님이 미운 까마귀 2020.10.18 1434 0
8824 친구랑 오늘 롤드컵 내기를 걸게 되었습니다. 8 택시타고 가는 까마귀 2020.10.18 1574 0
8823 신발을 왜 빨아??????????? 11 치돈을 좋아하는 까마귀 2020.10.18 2172 0
8822 카페에서 주문했는데 13 감성충만한 까마귀 2020.10.18 2151 0
8821 [질문] 대구통학버스 타시는 분들 예약 잘 되나요? 4 자랑스러워 하는 까마귀 2020.10.19 2115 0
8820 배고프다 13 조별과제중인 까마귀 2020.10.19 2035 0
8819 혹시 지금 대면 공지 뜬 과목 있음? 3 각오하고 있는 까마귀 2020.10.19 1252 0
8818 만약 교수의 어떤 행동이 학점에 영향을 줬다면 어떻게 항의해야될까? 3 의심 많은 까마귀 2020.10.19 1637 0
8817 [질문] 친구없어서 홀로서기로 시험공부하는 사람 있어? 6 진성 공돌이의 까마귀 2020.10.19 1335 0
8816 교수님이 1 신중한 까마귀 2020.10.20 1362 0
8815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 됐는데 4 기숙사를 안떠나는 까마귀 2020.10.20 1587 0
8814 조금 어이가 없네. 8 공강인 까마귀 2020.10.20 1942 0
8813 통학버스 2 냉정한 까마귀 2020.10.20 1622 0
8812 도자모 이벤트 2 어제도 밤샌 까마귀 2020.10.20 1530 0
8811 [분실물] 오름2동 밴치 앞에서 신한카드 잃어버리신 분 슬퍼하는 까마귀 2020.10.20 1137 0
8810 [홍보] 스틀 콜드브루 출출한 까마귀 2020.10.20 1336 0
8809 도서관 학식만 먹는 까마귀 2020.10.20 1549 0
8808 울 학교에 9 바쁜 까마귀 2020.10.20 1958 0
8807 20살 남자가 통금이 12시라는거 어떻게 생각함? 10 걱정하는 까마귀 2020.10.21 2579 0
서버에 요청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