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당하게 유모차를 밀면서 거리에서 얼빠진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을 무시했다. 저렇게 겁에 질린 채 바라보는 것도 벌써 일주일째다. 공포에 질려 소리 지르며 속이 메슥거리는 듯 얼굴색마저 변한 그들은 고개를 돌려버리고 만다. 시선과 손가락질, 내 딸을 보면서 놀라 크게 벌어진 입을 손으로 황급히 가린다. 그들은 비명 지르며 도망가면서 눈을 가리지만, 내 아이는 멀쩡하다.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할지 이미 알고 있다. 내가 망상증 환자 정도? 끔찍하게 생겨서 촉수를 마구 흔드는 괴물을 유모차에 태우고 다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몸뚱어리가 물결치는 거대하고 징그러운 애벌레 형상이 담요 아래에서 끈적한 액체와 괴상한 소리를 내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 수 있다. 혹은 거미처럼 다리가 여럿 달린 괴생명체가 배내옷 아래 숨어 내가 주는 생고기를 뜯어 먹는 것은 아닐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모두 틀렸다.
혹은 내 아이가 죽은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도 있다. 사산된 아이를 묻지 못한 채 돌아다니는 아이 엄마. 슬픔에 미쳐버려 차게 식은 시신을 보고 그 상실을 납득할 준비가 안 된 여자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혹은 묻은 아이를 파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 이미 퍼렇게 변해 구더기가 득시글거리며 퉁퉁 불어버린 아이 사체를 태우고 다니는 건 아닐까? 혹은 하얀 뼛조각만 따로 모아서 유모차에 싣고 다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은? 하지만 그마저도 틀렸다.
내 아이는 괜찮다. 3.8kg로 나온 내 딸, 미아는 아직 분홍빛이 도는 피부에 금발 머리를 갖고 태어났다. 반짝이는 갈색 눈동자를 가진 미아는 아직 이가 나지 않았지만 내 심장을 녹이는 미소를 지을 줄 안다. 완벽하게 정상으로 태어났지만, 바이러스가 뇌까지 퍼져버린 감염자들 눈에 내 딸은 그저 기괴하게 보일 뿐이다.
이제 내게 남은 시간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미 첫 번째 증상이 나타나는 중이라 너무 두렵다. 내 뇌가 감염된 후에 딸을 보면 어떻게 보일지, 그게 너무 겁난다. 감염된 내가 아이를 버리고 도망가버리면, 남은 내 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너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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