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까지 61일 남은 오늘의 괴담

펑크

내가 직접 겪은 실화다.

옛날, 당시 사귀던 여자친구와 동거를 하고 있던 무렵의 일이다.

여자친구가 아버지와 대판 싸우고 집을 나왔는데, 그대로 동거로 이어져 함께 살고 있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목수계의 장인으로, 가부장적인 사고방식이 강한 옛날 분이셨다.

그리 안면은 없었지만, 나도 내심 기가 눌릴 정도의 분이었다.

하지만 일단 집은 나왔고 갈 곳이 없다니, 둘이 가진 돈을 모아 욕조도 없는 낡아빠진 아파트에서 동거하게 되었다.

그러나 급해서 들어갔다고는 해도 환경은 최악이었다.

바퀴벌레도 나오고, 다다미는 습기 때문에 썩어들어가질 않나, 윗층에선 밴드를 한답시고 밤새도록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노래를 하고, 옆집 노인은 뭔가 기분 나쁘고...

하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던가.

그런 최악의 환경에서도 우리는 조금씩 적응해가며 동거 생활을 이어갔다.

나는 건축 현장에서 노가다를 뛰고, 여자친구는 노래방에서 야간 근무를 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그렇게 산 지 반년 정도 지났을 때,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어느날 아침,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려고 자전거를 탔는데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타이어를 확인해보니 펑크가 나 있었다.

어쩔 수 없이 그 날은 걸어서 출근을 하고, 휴일에 자전거 가게를 찾아 수리를 받았다.

그 가게는 구멍 개수가 많을 수록 돈을 더 받는 곳이었는데, 앞뒤를 합쳐 거의 5,6개는 되는 구멍이 뚫려 있었다.

자전거 가게에서는 [누가 장난을 친 것 같네요. 못 같은 걸로 찌른 것 같아요.] 라고 말했다.

그리고 며칠 후였다.

집에 욕조가 없다보니 매일 저녁 여자친구와 함께 근처 공중목욕탕을 찾곤 했었다.

자전거에 둘이 같이 탄 다음 목욕탕까지 가서, 목욕을 하고 다시 자전거를 타고 돌아온다.

그 날도 목욕을 마치고 나와서 자전거에 둘이 올라탔는데, 또 느낌이 이상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바퀴에 펑크가 나 있었다.

다음날 자전거 가게에 가져가보니, 또 상당히 많은 구멍이 뚫려 있었다.

며칠 후에는 여자친구가 자전거를 타고 쇼핑을 나갔는데, 쇼핑을 마치고 나오니 펑크가 나 있었다고 했다.

결국 자전거를 질질 끌고 집까지 돌아왔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둘이 같이 자전거를 타고 전철역까지 간 다음, 놀러갔다가 돌아왔더니 바퀴에 수도 없이 구멍이 나 있기도 했다.

그런 일이 정기적으로 벌어지다보니, 하도 바퀴를 자주 때워서 타이어가 걸레짝마냥 되어 버려 결국 새로 사야만 했다.

나중에 가면 자전거 가게에서도 차라리 타이어를 가는 것보다 싸구려 자전거를 사는게 싸게 먹힐 거라고 조언을 해줘, 아예 타이어가 너덜너덜해지면 자전거를 바꿔버렸다.

그렇게 한 3대 정도 자전거를 바꿨던가.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무차별적인 장난치곤 우리 자전거만 맨날 펑크가 난다.

스토커가 아닌 이상, 우리 자전거만 따라다니며 바퀴를 터트릴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결국 나도, 여자친구도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 되었다.

윗층에 사는 밴드맨, 옆집의 섬뜩한 노인...

누구들 우리를 괴롭히려 드는 건 아닌가 의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결정타는 둘이 함께 멀리 여행을 갔다 돌아오는 길에 생겼다.

렌트카를 빌려 떠난 여행이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저녁을 먹은 후, 차에 올라탔는데 뭔가 이상했다.

왠지 차가 기운 느낌이랄까.

차에서 내려 조심스레 타이어를 확인하자, 차 오른쪽 2개의 타이어에 펑크가 나 있었다.

이 정도까지 되자 나도, 여자친구도 분노보다는 공포에 질렸다.

이 짓을 한 놈은, 우리가 여행을 간다는 것마저 사전에 알고 있던 걸까?

그래서 타이어에 구멍을 내기 위해 고속도로까지 타고 따라온 걸까?

도대체 우리한테 얼마나 큰 원한을 가지고 있는거란 말인가...

혹여나 집에 도청기라도 달아놓고 따라다니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까지 들어 방 안의 콘센트까지 분해하며 찾아봤지만, 그것 비슷한 것 하나 나오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건축 현장에서 일을 하던 도중, 나는 다치고 말았다.

부주의로 그만 못을 세게 밟아 병원으로 보내진 것이다.

밟은 못이 녹슬어 파상풍의 가능성마저 있었기에, 꽤 큰일이었다.

겨우 진료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나는 여자친구에게 그 날 있었던 일을 말해 주었다.

여자친구는 내 상처를 걱정하다가, 갑자기 무언가를 깨달은 듯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리고 잠시 후 입을 열었다.

[...만약에 네가 타이어였다면, 펑크가 났었겠네...]

그 말을 듣자, 처음으로 내 사고와 펑크의 연관성에 생각이 미쳤다.

하지만 만약 내 상처도 계속 이어지는 타이어 펑크와 관계된 거라면, 범인은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소리잖아?

그 수준이면 이미 저주나 악령 단계다.

여자친구는 당장이라도 울 것만 같은 얼굴이었다.

[넌 너무 걱정이 심해.] 라며 여자친구를 달래줬지만, 솔직히 나도 무서워서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하지만 잠자리에 들자 기분 나쁜 생각만 든다.

혹시 이 아파트가 저주 받은 곳인가?

하지만 개중에서도 가장 두려웠던 건, 여자친구가 다치는 것이었다.

이번엔 내가 다쳤지만, 다음엔 혹시 여자친구마저 다친다면...

몇 주 동안 고심하고 서로 대화한 끝에, 여자친구는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혼자 아파트에 남는 건 쓸쓸하고 두려웠지만, 우리 집은 워낙 시골이라 돌아갈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새 아파트를 빌릴만큼 돈이 여유로운 것도 아니다.

발의 상처도 다 아물지 않아 제대로 일도 못할 무렵이었으니,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녀가 집에 돌아간 후로, 자전거에 펑크가 나는 일이 완전히 사라졌다.

동거는 끝났지만, 여자친구와는 계속 사귀고 있었다.

여자친구마저 내 이야기를 듣자 고개를 갸웃거릴 정도였다.

그 후로는 한동안 아무 일 없이 시간이 흘러갔다.

그러던 어느날, 나는 장례식에 참석하게 되었다.

여자친구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이었다.

그 장례식에서, 나와 여자친구, 여자친구 어머니까지 셋이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거기서 이상한 이야기를 듣고 말았던 것이다.

아무래도 세상을 떠난 여자친구의 아버지는 나를 꽤 미워하고 있었던 것 같다.

소중하게 기른 딸에게 헛바람을 불어넣어 홀려낸 놈이라고 생각했었나 보다.

그의 직업은 목수였다.

그리고 목수는 나무에 못을 박을 일이 많다.

그는 나무에 못을 박을 때마다, 나에 대한 원한을 담아 박고 있었던 것 같다.

마치 짚인형에게 못을 박아 저주를 하는 것처럼.

[그렇게 하고 나면 기분이 시원해진다고 그러더라고요, 그 양반도 참...]

그렇게 말하고 여자친구의 어머니는 웃었다.

블랙 조크라도 하고 싶었던걸까?

그의 행동과 자전거의 펑크, 내 상처에 어떤 연관이 있었다는 증거는 없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듣고나니, 새삼 그의 영정을 바라볼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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