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지는 꽃무늬 책가방의 지퍼를 여미고, 자신을 학교로 데려다 줄 버스를 기다렸다.
로지의 등 너머에는, 가슴에 잔뜩 매인 긴장감을 열심히 숨기고 있는 로지의 엄마와 아빠가 서있었다.
엄마와 아빠는 로지의 첫 등교일이 긴장감이 아닌 새로운 경험에 대한 즐거움으로 가득차기를 원했다.
집은 학교에서 멀지 않았으므로 직접 로지를 바래다 줄 수도 있었지만, 둘은 로지가 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친구를 만들기를 바랐다.
밝은 노랑색 버스가 집앞에 멈춰섰다.
놀랍게도 버스 안은 텅 비어있었기에, 로지의 엄마와 아빠는 괜히 더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세 가족은 마지막으로 포옹을 나누고 서로의 뺨에 키스했고, 로지는 버스에 올라타 맨 앞자리에 앉았다.
포실포실한 버스 기사는 로지의 엄마 아빠에게 손을 흔든 후 버스를 출발시켰다.
어느새 훌쩍 커버린 아이가 삐걱거리며 닫히는 버스 문 뒤로 사라지자 엄마는 작은 눈물방울을 흘렸으며, 아빠는 버스가 저 멀리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로지는 오늘 멋진 하루를 보내게 될거야." 로지의 아빠는 엄마의 이마에 입맞추며 달랬다.
"알아," 엄마가 말했지만, 자신있게 들리지는 않았다.
"난 가서 샤워를 좀 해야겠어", 엄마는 집으로 돌아가려 발걸음을 옮겼다.
두 사람이 집 안으로 첫 발을 디디는 순간, 커다란 경적 소리가 둘을 놀래켰다.
로지의 아빠는 뒤를 돌아보았다. 또다른 버스가, 행복해하는 아이들로 가득찬 노란 스쿨버스가 집 앞에 다가와 있는 것을 본 순간, 그는 속을 게워내어 버렸다.
커다란 차문이 스르륵 열렸다.
"좋은 아침입니다, 토마스씨." 나이든 운전기사가 으레의 친절한 할머니같은 목소리로 활기차게 물었다.
"로지는 아직 첫 등교할 준비가 안됐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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