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금 회사에 입사하기 전에 일년정도 몸 담았던 회사가 있었어.
정말 호랑말코같은 직장 동료 때문에 다니는 내내 너무 힘들었고, 그만두면서도 막장드라마 한편을 찍고 나온 그런 회사야.
그때 알게 된 부장님이 회사 회식때 들려주신 이야기야.
(망할 직장동료는 회사돈을 천단위로 횡령하고 은팔찌를 찼다고 해. 우왕~ 굿~)
부장님은 와이프 분과 단둘이 사셨어.
사정으로 그렇게 된건지.. 아님 두분이 딩크족이였는지는 모르겠는데,
애기를 그렇게 좋아하셨던걸 보면 아마도 전자가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했었지.
다른 날과 다름없이 회사 회식에서 거나하게 취한 부장님이 집으로 향하셨대.
아파트 현관을 지나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버튼을 누르셨고 지하3층에 있던 엘리베이터가 올라오기 시작했어.
그리고 1층에 도착한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하는데,
그때 시간이 밤 열두시가 다되어가던 때인데, 엘리베이터안이 무척이나 시원하더라는거야.
시원하다못해 서늘하기까지한....
취기로 몸에 열이 있던 부장님은 그 서늘함을 확실하게 느꼈고,
지하에 있던 엘리베이터라 그런가보다 하고 16층 버튼을 누르셨대.
그리고 서서히 엘리베이터가 움직이기 시작했어
(엘리베이터는 흔히 우리가 보는 평범한 디자인이였대.
출입문을 제외한 벽면에 거울이 있고, 천장에 조명등이 있고 조명등을 반투명 유리로 덮어놓은 그런 구조였다고해.)
그렇게 올라가던중에 5층에서 엘리베이터가 멈추더래..
그 시간대엔 사람들이 잘 안타서 정중앙에 자리를 잡고 계시던 부장님이
출입문이 열림과 동시에 옆으로 비켜서는데 아무도 안타더래.
성질 급한 누군가가 버튼을 눌러놓고 비상구로 올라갔나보다 그런 생각을 하고
닫힘 버튼을 누르고 다시 엘리베이터는 올라가기 시작했는데, 그 다음층인 6층에서 문이 또 다시 열린거야.
그리고 아무도 없고....
부장님은 짜증이 나서 다시 닫힘 버튼을 누르고 올라가는데, 다음 층인 7층에서 또 어김없이 문이 열린거지.
화가 난 부장님이 엘리베이터 문으로 고개를 내밀고 장난치지마라! 하고 소리를 지르셨는데,
윗층에선 사람의 인기척이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고해.
뭔가 오싹했지만 애써 애들 장난이다 생각하고 다시 또 올라가는데, 8층에서 또 다시 문이 열린거야.
분노를 느끼려던 그때 문 앞에 왠 꼬마아이 한명이 있더래.
6~7살 정도 되보이는 여자 아이였는데 시간이 자정을 넘어서고 있는데 주변에 부모로 보이는 사람이 없더라는거야.
근데 이 꼬마가 엘리베이터에 타지는 않고 가만히 서 있더래.
부장님이 "꼬마야, 안타니?" 하는데도 대답도 없고 가만히 있더라는거지.
왠지 모를 한기가 느껴진 부장님이 엘리베이터 문을 닫으려고 하고 문이 반쯤 닫히고 있는데,
꼬마애가 밖에서 열림 버튼으로 다시 문을 열더래.
키가 작으니까 까치발까지 해서 문을 열었다고해.
그래서 부장님이 "탈꺼면 어서 타렴." 그러는데 또 대꾸도 없이 가만히 있더래.
화가 난 부장님이 아까부터 엘리베이터 장난치는 아이가 있는데 그게 너였구나 하시며,
손으로 CCTV를 가르키면서 여기서 다 찍고 있다고...
엄마한테 말해서 혼나게 할테니까 장난치지 말고 닫으라고 그렇게 호통을 치셨대.
그랬더니 그 꼬마애가 부장님을 빤히 쳐다보면서...
"엄마가 타면 탈꺼예요."
조그맣게 그렇게 대답을 하더라는거야.
부장님이 주변을 둘러봤는데 꼬마애의 엄마로 보이는 사람은 그림자조차 없었던거야.
근데 꼬마애의 목소리가 어쩐지 무척이나 어둡고 공포스러웠다고해.
대답하기도 싫어진 부장님이 닫힘버튼을 거칠게 눌렀고 다행히도 꼬마애는 다시 문을 열진 않았대.
그래서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고 그 다음층에선 문이 열리지 않았대.
안도의 한숨을 내쉰 부장님이 빨리 16층이 되길 기다리고 있는데 11층쯤 왔나...?
갑자기 엘리베이터의 조명등이 깜빡깜빡 하더라는거야.
안그래도 이상한 일을 겪고 무서웠던 부장님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조명등을 올라다봤대.
근데 깜빡거리는 조명등이 조금 이상하더라는거야.
마치 까만 잉크를 흘려놓은 것처럼 얼룩진 부분이 있었는데, 그게 깜빡 깜빡 등이 꺼지고 켜질때마다 점점 커지더래.
이건 있을수 없는일이다. 내가 술이 취해서 헛것을 보고 있는거다.
속으로 계속 세뇌시키는데도 비웃기라도 하듯 그 얼룩은 점점 커지고 있었대.
부장님의 등줄기에선 땀이 흐르기 시작했는데 그와는 반대로 엘리베이터안은 오한이 들 정도로 서늘해졌다는거야.
조명등을 바라보던 시선을 거두고 정면을 보는데, 그 순간 부장님은 자기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대.
엘리베이터 출입문은 전면이 모자이크같은 무늬로 되어있어서 뭔가가 비춰보일수가 없었는데,
대신 띠를 두르듯이 장식이 되어있는 부분은 거울처럼 형상이 비춰보일수 있었다고 해.
근데 그 부분에 사람 손이 보인거야.
분명히 자기만 타고 있던 엘리베이터에 미지의 존재가 있음을 확인한 부장님은 극도의 공포감에 사로잡혔지.
11층에서 16층까지 올라가는 그 시간이 마치 수십년은 된것처럼 느리게 느껴졌다고해.
그리고 참지 못한 부장님이 14층버튼을 누르고 내리려고 하던 그때 엘리베이터문이 열렸는데...
또한번 팀장님은 소스라치게 놀라셨다고해.
아까 봤던 그 꼬마가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는듯이 서있더라는거야.
진짜 간떨어진다는 느낌이 그런거구나. 그때 느끼셨다고 하더라구.
공포심에 떨던 부장님이 내리려고 하는 그때 꼬마가 고개를 드는데
아까와는 너무 다르게 아주 환하게 입이 찢어져라 웃으면서 말을 하더래.
"이제 엄마 탔으니까 저도 타야해요."
분명히 엘리베이터는 지하 3층에서부터 빈 상태로 올라왔고 1층에서 부장님이 타고,
올라오는 동안에도 사람은 커녕 쥐새끼 한마리 안탔는데 그 꼬마애는 엄마가 타고 있다고 한거야.
그 이야기를 들은 부장님은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의 공포심을 느꼈대.
그리고 그 아이를 치다시피 하고 비상계단쪽으로 달려가신거야.
그 자리에 있다간 두 번 다신 와이프를 보지 못할것 같은 무서운 예감이 든거지.
비상문을 박차고 미친듯이 계단을 올라가는데, 센서등이 부장님이 올라가는 속도보다 한참 앞서서 켜지더라는거야.
마치 다른사람이 먼저 올라가고 부장님이 올라가는것처럼...
후들거리는 다리를 겨우 지탱하면서 거의 두계단씩 미친듯이 뛰어올라오던 부장님은
16층 표시를 보고 비상문을 냅다 열어제치고 밖으로 나오셨대.
그리고 본인의 집쪽으로 방향을 틀고 다시 뛰는데 집앞에... 사람이 있더라는거야.
긴머리를 늘어트린 여자와 손을 꼭 잡고 있는 꼬마아이.
아까 목격한 그 꼬마아이가 언제왔는지도 모르게 부장님댁 현관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더라는거야.
부장님집을 어떻게 안건지 알수도 없고 왜 자기한테 그런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르겠는데, 확실한 한가지 생각은 들더래.
지금 집에 들어가면 절대 안되겠다는 생각.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겨우 돌려서 조심스럽게 비상문을 비틀어서 여는데,
손이 땀으로 엉망이 되어있으니까 손잡이를 놓치고 만거야.
조용한 복도에 철컹 하고 소리가 울려퍼진거지.
부장님은 정말 울것 같은 심정이 되서 복도쪽을 바라보는데, 복도 끝에서
또각 또각 삑 삑.. 또각 또각 삑 삑.
그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거야.
그 왜 있잖아. 아이들 신발에서 나는 그 소리.
미칠것 같은 공포심에 부장님은 비상구 문을 열고 밑에 층으로 정신없이 뛰어내려갔대.
계속 등 뒤에서는 또각 또각 삑 삑.. 그 소리가 일정한 간격으로 들렸고...
거의 구르다시피 계단을 내려온 부장님이 아파트 현관을 지나서 불이 켜진 관리사무소로 뛰어들어갔는데,
경비아저씨는 순찰을 나갔는지 보이지가 않더래..
그리고 관리실 조그마한 창문으로 현관을 바라보는데,
그 꼬마아이와 여자가 현관밖으로 나오지는 못하고 부장님을 죽일듯이 노려보고 있더라는거야.
그리고 그때 경비아저씨가 관리실로 들어왔고, 땀범벅에 부들부들 떨고 있던 부장님을 보고 되려 놀라게 된거지.
그리고 부장님이 손으로 현관쪽을 가르키면서 얘기를 시작하려고 하는데 아무도 없더래.
경비아저씨는 부장님이 술을 먹고 헛것을 본거라고 하셨는데, 그리고 한참이 지나도록 관리사무실에서 나오지를 못하셨대.
시간이 좀 지나고 창피하지만 경비아저씨가 데려다주셔서 겨우 집으로 갈수 있었다고 해.
근데 자고 있을 줄 알았던 사모님이 온방안에 불을 다 켜놓고 부장님을 기다리고 계셨대.
그리고 더 놀라운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부장님이 그 둘을 목격한 그 시간쯔음에 부장님댁 벨을 누가 눌렀던거야.
사모님은 부장님인가 싶은 마음에 문을 열려고 현관문쪽으로 가는데 뭔가 느낌이 쎄하더래.
이때까지 한 번도 부장님이 벨을 누른 적이 없었고 오히려 자는데 방해가 될까봐,
술먹고 귀가가 늦은날에는 더 조심해서 들어왔던게 생각이 나더라는거야.
그래서 인터폰을 키고 보는데 아무도 없더래.
별일이다 생각하고 다시 자리로 돌아오려는데 또 벨소리가 울리고 인터폰을 보면 없고...
그래서 사모님이 인터폰 수화기를 내려놓지 않고 그 달칵 거리는 그 부분만 끄고 있다가 다시 벨이 울리자마자 손을 띠었는데...
인터폰 하나가득 꽉차게 사람 얼굴이 보이더래.
일부러 얼굴을 꾸역꾸역 들이밀고 있는것처럼 말이야.
근데 이게 산사람의 얼굴 같지가 않더라는거야.
그래서 사모님은 집안에 불이란 불은 다 키고 관리사무실에 전화를 했는데 경비아저씨가 순찰중이라 받지 못했던거고
그리고 한참 후에 다시 인터폰으로 밖을 내다보니까 아무도 없더라는거지.
그 시간쯤 부장님은 미칠듯한 공포와 싸우며 비상계단을 날듯이 내려가고 계셨던거고...
두 분은 그렇게 한참동안 이 알수없는 사건에 대해서 말씀을 하셨다고 해..
다음 날 엘리베이터 CCTV를 꼭 확인해보자고 다짐을 하고 날이 거의 밝을쯤이 되서야 잠자리에 들 수 있었대.
그리고 CCTV를 확인하는데,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탄 부장님이 시간이 좀 지나고 나서
갑자기 뭐에라도 홀린듯이 5층 6층 7층 8층버튼을 누르시더래.
그리고 7층에서 아무도 없는데다대고 소리를 지르시고 8층에서 문이 열릴땐 뭐라고 중얼거리시더니
닫히려는 엘리베이터문을 열림버튼을 눌러서 열더래.
그리곤 CCTV를 가르키면서 뭐라고 뭐라고 한참을 하더니 다시 닫힘버튼을 누르고 닫더래.
그리고 나서 아주 한참 동안을 조용히 엘리베이터 조명 부분을 뚫어져라 보고 있더니
갑자기 14층 버튼을 누르고 밖으로 뛰쳐나가시더라는거야
그러니까 부장님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한거지.
현관쪽 CCTV에도 달려나오는 부장님 모습만 찍혀있고 아무것도 없었대.
경비아저씨는 그것보라며 약주드시고 헛것을 본거라고 하셨대.
사모님과 부장님이 본 그것은 어디에도 찍혀있지 않았다는거지.
부장님은 정말 자기가 취해서 헛것을 본건지, 그렇다면 사모님이 본건 무엇인지...
참 미스테리하고 무서운일이였다고 담담하게 이야기하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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