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전에 '사쿠라'에서 알바를 하고 있었을 때 있었던 이야기.
야간 알바로 심야가 되면 한가하고 가끔씩 컴퓨터를 만지면 되는 일이라 무지 편했다.
장소는 도심 번화가 복합빌딩. 빈말로도 깨끗하다고 말할 수 없는 낡아빠진 곳이다.
일하는 도중에 밥 먹는 시간이 있는데 대개 심야 3시에서 4시까지 1시간.
빌딩에서 나와 요시노야 같은 곳에서 적당히 먹고 와도 되었었다.
어느 날 휴식 중, 늘 그렇듯이 24시간 영업하는 체인점에서 밥 먹고 빌딩으로 돌아왔다.
승강기가 1층에 내려와 있지 않아서 그냥 계단으로 올라가려고 했다. 사무소는 8층. 최근 운동 부족이니 체력 좀 기르자 싶었고.
평소에는 승강기 밖에 안 탔으니까 좀 신선했다.
하지만 좀 무섭다.
심야니까 우리 말고 다른 사무소는 전부 닫았고 조용하고 어둡고 더럽고.
뭐, 되도록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하면서 가볍게 숨을 몰아 4층까지 올라갔을 때 내 몸에 변화가 생겼다.
"...화장실 가고 싶어."
평소에 변비에 시달리던 나는 이건 기회다 싶어서 화장실에 들르려고 했다.
그때 문득 옆을 바라보니 짧은 복도 너머로 화장실 문이 있지 않은가.
거기서 나는 갈등을 했다.
나는 큰 걸 볼 때는 담배를 피우면서 본다.
하지만 사무소 전용 화장실은 금연 구역이고 들키면 감봉된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층 화장실은 써서는 안 된다.
그건 알바를 시작할 때도 거듭 주의를 받았다.
그러나.
"이 변의를 담배를 피우면서 해결하고 싶어."
그러한 기분에 져서 나는 몰래 이 4층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면서 볼일을 보기로 마음먹었다.
4층 화장실은 알바할 때 쓰는 화장실보다도 훨씬 깨끗하고 넓었다.
하지만 오래된 학교 화장실 같은 분위기(벽은 푸른 타일이 붙어 있음)라 기분이 나빴다.
환풍기를 틀고 변기에 걸터앉아 담배에 불을 붙이며 기분 좋게 볼일을 보았다.
원래는 해서 안 되는 일을 할 때의 짜릿함과 쾌변의 즐거움에 젖으면서 바지도 올리지 않고 2개비째를 피웠다.
철컥. 덜컹!
완전히 마음을 푹 놓고 있을 때 갑자기 화장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울렸다. 무척이나 조용해서 경첩이 녹슨 목제 문이 열리는 소리는 화장실 안에서 엄청 크게 울렷다.
간 떨어지는 줄 알았다. 동시에 엄청난 공포심이 심장을 때렸다. 온갖 종류의 공포가 한꺼번에 습격해 왔다.
일단 이 상황이 알바하는 곳이니 들키면 어쩌나 하는 공포.
담배까지 피웠으니 까딱하면 모가지가 되고 벌금을 낼 수도 있는 공포.
그리고 무엇보다 이 시간에 대체 누가 들어왔나 하는 공포.
일단 이 시간 이 층에 사람이 있는 게 이상하다.
심야 빌딩은 내 알바 사무소 말고는 아무도 없고 있었던 적도 없다.
똑같은 알바생일 가능성도 있지만 우리 알바생은 수가 적은데다 다른 층 화장실을 쓴다는 말을 들어본 적도 없다.
왜 하필이면 4층?
확률로서 너무 낮다.
이 층 사무소 사람이 남아 있었나?
미친 사람?
귀신?
그런 누군지 알 수 없는 존재랑 같은 공간이서 단 둘이 있다는 게 정말로 무서웠다.
나는 살그머니 담뱃불을 껐다.
밖에서 보면 칸막이 문이 잠겨 있고 안에 누가 있는 건 일목요연하지만 왠지 난 기척을 죽이려고 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이 빨리 나가 주기를 빌었다.
하지만 아무리 지나도 나가는 문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그러기는커녕 소변을 누는 소리도 손을 씻는 소리도 발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나는 계속 숨을 죽이고 있었다. 시간이 무지하게 오래 느껴졌다.
무음인 채로 5분 정도 지났다.
이상하다.
칸막이는 여기 하나. 소변은 30초 정도 지나면 끝날 터.
아무리 그래도 상황이 이상하다.
하지만 문을 열어서 밖을 확인해 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
"뭐냐고 대체..."
좀처럼 나가지 않는 그 녀석에게 짜증이 나서 무심코 위를 올려다보았다.
문 위에 사람의 손이 걸려 있었다.
밖에서 누가 매달려 있는 것 같다.
그게 사람의 손이라는 걸 이해한 순간, 심장이 덜컹했다.
이상하게도 눈을 뗄 수가 없다.
사람이다. 사람의 손이 문에 걸려 있어. 그것도 양손.
그걸 보고 나는 최악의 전개를 예상하고 말았다.
이대로 머리가 올라와서 얼굴이 드러나는 게 아닐까.
패닉에 빠질 것 같은 기분을 어떻게든 추스리고 밑을 바라보았다.
나는 일단 '그것'을 못 본 척했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지만 아무튼 저쪽에게 내가 봤다는 걸 들키면 위험할 것 같았다.
숨을 고르고 공포심을 억눌러 계속 밑을 바라보았다.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대로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5분? 10분? 내게는 몇 시간이나 되는 것 같았다.
그 상태에 지쳐가기 시작했다.
에라 모르겠다 싶은 기분이 들었다.
그때.
철컥! 덜컹!
아까랑 똑같이 화장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한순간 또 움찔하면서도 "...갔나? 갔어!?"라는 기대감이 들었다.
하지만 용기가 나지 않아서 바로 위를 올려다보지 못했다.
그래도 빨리 여기에서 나가고 싶었기에 조심스레 흘끗 문 위를 확인했다.
손이 20개 정도로 늘어났다.
내가 앉아 있는 변기 바로 위에 있는 벽에도, 눈앞에 있는 벽에도.
달라붙은 손들로 가득했다.
공포심을 넘어선 절망감이 들었다.
그리고 각자의 손의 인원수만큼의 머리가 전면으로 동시에 천천히 올라왔다.
10명 정도.
화장실 벽과 천장 틈새가 머리로 메워져 새까맣게 되었다.
나는 극도의 스트레스로 눈앞이 어지러워져서 그대로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실신했다.
얼마나 쓰러져 있었을까, 이름 아침 청소하는 아저씨가 나를 깨웠다.
팬티도 올리지 않고 바닥에 쓰러져 있어서 아저씨도 상당히 놀랐을 것이다.
나는 넋이 나간 채로 아저씨의 부축을 받고 같이 빌딩에서 나간 후,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돌아왔다.
짐도 알바하는 곳에 두고온 채로 피로와 공포에 덜덜 떨면서 집에 돌아왔다.
돌아온 뒤로는 1주일 동안 집에 틀어박혔다.
알바처에서 무지 전화를 걸어왔지만 전부 다 무시했다.
지금은 간신히 정신을 차렸지만 아직도 복합빌딩 화장실에는 들어가지 못한다.
그게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무언가가 있다는 것은 알아 버렸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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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쏴버려! 딱 봐도 가짜잖아!" 멜이 나에게 소리쳤다.
"제발, 자기야, 나도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단 말이야. 제발 쏘지 마, 제발 부탁이야," 또 다른 멜이 화장이 엉망이 된 채 나에게 애원했다.
덜덜 떨면서 총을 쥔 손이 최대한 움직이지 않도록 내 모든 세포에 집중했다. 총구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오른쪽에서 다시 왼쪽으로 향했다. 집에 돌아왔을 때, 멜은 항상 그랬듯이 소파에 누워 넷플릭스 시청 중이었다. 샤워를 끝내고 나왔을 때, 다른 멜이 현관문을 열고 집에 들어오며 항상 그랬듯이 옷걸이를 향해 코트를 던졌으나 실패했다.
"나도 쏘고 싶지 않아," 혼란에 몸이 떨리는 것을 느끼며 외쳤다.
"이게 대체 무슨 빌어먹을 장난인지 모르겠지만, 자기가 안 하면 내가 할 거야!" 멜이 주방에서 작은 과일칼을 찾아 자신의 도플갱어를 향해 위협적으로 내보였다. 다른 멜 역시 동시에 주머니에서 잭나이프를 꺼내 방어태세를 갖췄다.
"자기야, 나 좀 도와줘. 나 무섭단 말이야," 다른 멜이 울부짖었다. 두 명의 여자가 있다. 둘 중 하나는 내가 사랑하는 여자친구다. 둘 다 판박이처럼 분홍색 오버사이즈 스웨터에 청반바지를 입은 채 절박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경찰에 신고부터 할게, 어때? 두 사람 모두... 기다려주면 안 될까?" 한숨을 쉬며 총을 슬며시 내리며 물었다. 누가 진짜 멜이고 누가 가짜 멜인지 가려낼 방법이 없다. 두 사람의 어투는 완벽하게 반대였지만, 둘 다 내가 아는 멜이 가진 어투였다.
갑작스럽게 다른 멜이 괴성을 지르며 잭나이프를 휘두르며 멜에게 달려들었다. 반사적으로, 나는 쥐고 있던 총을 들어 다른 멜의 복부에 두 발 쏘고 말았다. 다른 멜은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며 사망했고, 과일칼을 들고 있던 멜이 환하게 미소 지으며 나에게 달려왔다.
맙소사, 따뜻한 온기가 나를 감싸는 것을 느끼며 나는 눈을 꽉 감았다. "날 알아봐 줘서 정말 고마워," 멜이 내 어깨에 얼굴을 파묻고 흐느끼며 말했다. 내 총과 그녀의 칼이 바닥에 부딪히며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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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날 때면, 멜은 항상 그랬듯이 내 볼에 뽀뽀해준다. 함께 영화를 볼 때면, 멜은 항상 그랬듯이 콜라와 루트비어를 섞은 개똥 같은 혼합물을 마신다. 잠자리에 들 때면, 멜은 항상 그랬듯이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분홍색 베개를 안고 자려고 한다.
하지만 가끔 내가 시선을 돌릴 때면, 그러니까 내가 잠시 음료를 가지러 자리를 비운다거나 할 때 곁눈질로 그녀를 보면, 멜은 마치 마스크를 얼굴에 맞추듯이 얼굴을 잡아당긴다.
그건 항상 해왔던 행동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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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괴담 빼먹어서 2개 올림
익명_01171073 금오 익명
2019.11.08아이즈원 사쿠라여
익명_91915284 비회원
2019.11.10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