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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알지 못하는 것을 마주할 때의 두려움, 머피의 법칙, 일리히의 법칙, 고양이의 역사

열심히하는까마귀 비회원 2020.01.19 조회 수 1065 추천 수 0

알지 못하는 것을 마주할 때의 두려움

 

인간은 아직 알지 못하는 것을 대할 때 가장 큰 두려움을 느낀다. 그 미지의 것이 적대적인 존재일지라도 일단 정체가 밝혀지만 인간은 안도감을 느낀다. 반면에 상대의 정체를 알지 못하면, 상상을 통해 두려움을 부풀리는 과정이 촉발된다. 그리하여 각자의 내면에 도사리고 있던 악마, 가장 고약하고 위험한 존재가 나타난다. 미지의 존재와 마주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사실은 자신의 무의식이 지어내는 환상적인 괴물과 대면하는 것이다. 하지만 바로 이런 순간에 인간의 정신이 최고 수준으로 기능하는 뜻밖의 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럴 때에 인간은 주의 깊고 명민해지며, 자신의 감각 능력을 온전히 발휘하여 상대를 이해하려고 애쓴다. 그럼으로써 두려움을 다스리고 미처 몰랐던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미지의 존재는 인간을 자극하기도 하고 매혹하기도한다. 인간은 미지의 것을 두려워하면서도 그런 것과 대면하기를 바란다. 자신의 뇌가 미지의 것에 적응하기 위한 해결책을 찾아내는지 알아보고 싶은 것이다. 아직 이름이 붙어 있지 않은 미지의 존재는 무엇이든 인류를 위한 새로운 도전을 유발할 수 있다.

 

 

 

머피의 법칙

 

1949년 미국의 항공 엔지니어 에드워드 A. 머피는 항공기 추락에 대비한 안전장치를 개발하고 있던 미 공군의 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었다. MX981이라고 불리던 이 프로젝트는 급속한 감속이 일어났을 때의 관성력을 인간이 얼마나 견뎌 낼 수 있는가를 시험하는 것이었다. 이 테스트를 하기 위해서는 고속 로켓 썰매에 탄 사람의 몸에 여러 개의 센서를 부착해야 했다. 머피는 이 일을 조수에게 맡겼다. 센서를 거꾸로 부착할 가능성이 있기는 했지만, 조수가 설마 그런 실수를 하랴 생각했다. 그런데 정말 그런 일이 벌어졌다. 조수가 모든 셀서를 거꾸로 부착하는 바람에 테스트가 실패로 돌아간 것이다. 머피는 화가 나서 조수를 향해 말했다. '저 자식은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 싶은 일을 하면 꼭 실수를 한다니까.' 머피의 이 말은 그의 동료들 사이로 퍼져 나가 <잘못될 가능성이 있는 일은 반드시 잘못된다>는 이른바 머피의 법칙으로 발전했다.

<모든 게 잘 돌아간다 싶으면, 틀림없이 어딘가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문제가 해결될 때마다 새로운 문제들이 야기된다.>

<무언가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불법적이거나 비도덕적이거나 상스러운 것이다.>

<줄을 서면 언제나 옆줄이 빨리 줄어든다.>

<진짜 괜찮은 남자나 여자에게는 이미 임자가 있다. 만약 임자가 없다면 무언가 남들이 모르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건 너무 멋져서 사실이 아닌 것 같다 싶으면, 십중팔구 사실이 아니다.>

<이러저러한 장점을 보고 어떤 남자에게 반한 여자는 몇 해가 지나면 대체로 그 장점들을 지겨워하게 된다.>

<이론이 있으면 일은 잘 돌아가지 않아도 그 이유는 알게 된다. 실천을 하면 일은 돌아가는데 그 이유는 모른다. 이론과 실천이 결합되면 일도 돌아가지 않고 그 이유도 모르게 된다.>

<뭐든지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일리히의 법칙

 

일리히는 오스트리아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사회 사상가이자 카톨릭 성직자이다. 로마에서 신학과 철학을 공부하고 잘츠부르크에서 역사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에 미국으로 건너가 카톨릭 사제로 활동했으며, '학교 없는 사회'나 '창조적인 실업'과 같은 수많은 저작을 출간했다.

그는 다양한 분야에 걸친 풍부한 교양을 바탕으로 현대 문명의 문제점들을 예리하게 비판했다. 1960년 일련의 교회 정책에 반대하며 가톨릭 사제직에서 물러난 뒤에 멕시코 쿠에르나바카에 <국제문화 자료 센터>를 설립하여 산업 사회에 대한 비판적 분석에 몰두했다.

 그는 '공생을 위한 도구'라는 책에서 인간의 자율적인 행위가 서로 교환되는 공생의 사회를 주창했다. 인간이 공생적인 삶을 살 수 있으려면 사회 구성원들이 저마다 최소한의 통제를 받는 도구를 사용하여 가장 자율적인 활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는 저작과 사회 활동뿐만 아니라 그의 이름을 딴 <일리히의 법칙> 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수확 체감의 법칙이라는 고전경제학의 법칙이 인간의 행위에도 적용된다는 사실에 주목한 최초의 학자였다. 일리히의 법칙은 이렇게 나타낼 수 있다. <인간의 활동은 어떤 한계를 넘어서면 효율이 감소하며 나아가서는 역효과를 낸다.> 초기 경제학자들이 말한 것처럼, 농업 노동의 양을 배로 늘린다고 해서 밀의 생산량이 배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까지는 노동의 양을 늘리는 만큼 생산량이 증가하지만, 어떤 한계를 넘어서면 노동의 양을 늘려도 생산량이 증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법칙은 기업의 차원뿐만 아니라 개인의 차원에서도 적용된다. 1960년대까지 스타하노프 운동의 지지자들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 노동자에 대한 압력을 증가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압력을 많이 받으면 받을수록 노동의 효율이 높아지리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그런 압력은 어느 정도까지만 효과가 있다. 그 한계를 넘어서면 추가적인 스트레스는 역효과나 파괴적인 효과를 낸다.

 

 

고양이의 역사

 

요르단 강 서안의 예리코와 키프로스 섬의 신석기 시대 유적에서 인간으 ㅣ유골과 함께 고양이 뼈가 발굴되었다. 인간의 주거지에서 나온 고양이 뼈로는 현재까지 알려진 것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들이다. 이것은 신석기 시대에 농경이 널리 행해지면서 고양이가 인간과 함께 살기 시작했다는 것을 시사한다. 곡물을 보관하면서 쥐들이 늘어나고 그에 따라 고양이들이 차츰차츰 인간의 주거지로 들어왔으리라는 것이다.

그 뒤에 인간은 본격적으로 고양이들을 길들여 사육하기 시작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적어도 기원전 2000년경부터 아프리카 야생 고양이(일명 리비아 고양이)를 길들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집트인들은 고양이를 다산과 치유의 삶의 쾌락을 관장하는 바스테트 여신의 화신으로 여기며 숭배했다. 고양이가 죽으면 시신을 미라로 만들어 고양이 묘지에 묻었고, 고양이를 죽이는 사람은 사형에 처했다.

이 고양이들을 세계 곳곳으로 퍼뜨린 것은 이집트와 페니키아와 히브리의 뱃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쥐가 식량과 화물을 갉아 먹지 못하도록 배에 고양이들을 싣고 다니다가 이 항구 저항구의 교역 상대자들에게 주었다. 유럽에 고양이가 들어온 것은 기원전 900년 무렵이었다. 중국의 경우에는 최고의 시집 '시경'에 고양이를 나타내는 글자가 나오는 것으로 미루어 이미 주나라 때부터 고양이가 존재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 고양이가 들어온 것은 중국에서 불교가 전래될 때의 일이다. 경전을 쥐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고양이를 함께 들여왔다고 한다. 일본에는 헤이안 시대에 고려인들을 통해서 고양이가 전해졌다.

그런데 같은 조상에게서 나온 고양이들이 세계 도처로 퍼져 나간뒤에 새로운 품종들이 생겨났다. 어느 지역에서나 고양이의 수가 적다 보니 근친교배가 불가피했고, 그에 따라 털의 색깔이나 길이, 눈빛, 꼬리나 귀나 코의 생김새 등이 서로 달라지는 유전적인 변이가 일어났다. 여기에 인간들의 선별이 더해져 페르시아고양이,앙고라고양이, 샴고양이 같은 지역 품종이 만들어 진 것이다.

중세 유럽인들은 고양이를 마법이나 주술과 관련된 동물로 여기면서 학살을 일삼았다. 그들이 보기에 개는 인간에게 순종하는 충직한 동물이었지만 고양이는 독립적이고 사악한 동물이었다.

14세기 중엽 페스트가 유럽을 휩쓸었을 때 유대인 공동체는 주위의 다른 지역들에 비해 피해를 훨씬 적게 입었다. 유대인들은 그 ㄸ문에 미움을 사서 페스트가 사라지고 난 뒤에 온갖 박해와 대학살을 당했다. 이제 우리는 알고 있다. 유대인 구역이 페스트의 피해를 덜 입었던 것은 쥐들을 몰아내는 고양이를 키웠기 때문이라는 것을.

1665년 런던에 또다시 페스트가 돌았다. 시내에서 돌아다니던 고양이들을 대대적으로 학살하고 난 뒤의 일이었다.

 

1790년대 무렵에는 고양이를 악마와 연결 짓는 미신이 완전히 사라졌다. 그 뒤로 유럽에는 페스트가 창궐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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