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룩의 자기 제한
비록 몇 마리를 빈 어항에 넣는다. 어항의 운두는 벼룩들이 충분히 뛰어넘을 수 있는 높이다.
그다음에는 어항의 아가리를 막기 위해서 유리판을 올려놓는다. 벼룩들은 톡톡 튀어 올라 유리판에 부딪친다. 그러다가 자꾸 부딪쳐서 아프니까 유리판 바로 밑까지만 올라가도록 도약을 조절한다. 한 시간쯤 지나면 단 한 마리의 벼룩도 유리판에 부딪치지 않는다. 모두가 천장에 닿을락 말락 하는 높이까지만 튀어 오르는 것이다.
그리고 나면 유리판을 치워도 벼룩들은 마치 어항이 여전히 막혀 있기라도 한 것처럼 계속 제한된 높이로 튀어 오른다.
받아들이기
타자의 문제에 관한 심오한 성찰로 프랑스 철학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 에마뉘엘 레비나스에 따르면 예술가의 창조적인 작업은 다음 세 단계로 이루어진다. 첫째, 받아들이기. 둘째, 예찬하기, 셋째, 전달하기.
밀레투스
기원전 6세기경 소아시아 이오니아 지방의 밀레투스에서 최초의 과학 운동이 일어났다. 이 운동의 중심에는 탈레스, 아낙시만드로스, 아낙시메네스, 헤라클레이토스 같은 학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인간의 형상을 한 신들이 세계를 창조했다고 주장하는 헤시오도스식의 낡은 우주 생성 이론에 반기를 들고, 자연 속에서 신적인 원리를 찾았다. 탈레스에게는 물의 신이고, 아낙시메네스에게는 공기가 신이며, 아낙시만드로스에게는 무한자가 신이다. 그들의 뒤로 잇는 기원전 5세기의 또 다른 철학자 데모크리토스는 우주가 원자로 가득 차 있고 원자들 간의 우영한 충돌에서 세계와 인간이 비롯되었다고 생각했다.
훗날 밀레투스보다 서쪽에 있는 아테네에서 밀레투스의 과학자들에게서 배운 소크라테스와 그의 제자 플라톤은 그리스 철학의 기원을 열었다. 플라톤은 대화편 가운데 하나인 '공화국'에서 인간이 살아가는 세계의 본질을 깨우쳐 주기 위해 <동굴의 비유>를 제시했다. 소크라테스와 제자 글라우콘이 나누는 허구적인 대화의 형식으로 되어 있는 이 이야기에 따르면, 보통의 인간은 사슬에 묶인 채 지하 동굴에 갇혀 있는 사람들과 같다. 그들은 손발이 묶여 있을 뿐만 아니라 머리도 동굴 안쪽 벽만 바라보도록 고정되어 있다. 그들의 등 뒤에서는 커다란 불이 일렁거린다. 그 불빛 때문에 동굴 벽에 사물의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그들은 그림자를 보면서 그것이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한낱 허상일 뿐이다. 만약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의 결박을 풀어 주고 돌아서게 한 다음 그림자가 생기게한 물건들과 불을 보여 주면, 그는 낯선 사물들의 모습에 겁을 먹고 동굴 벽의 그림자가 오히려 더 현실적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어서 그를 동굴 입구로 데리고 나가 햇빛을 보게 하면, 그는 고통을 느낄 뿐만 아니라 눈이 부셔서 아무것도 보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를 계속 햇빛 속에 두면 차츰차츰 주위의 사물들을 볼 수 있게 될 것이고 마침내 모든 빛의 진정한 원천인 태양을 정면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나서 그를 다시 지하 동굴 속으로 데려가면, 동굴에 갇혀 있는 사람들은 어느 누구도 그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가 그들을 거짓과 허상에서 해방시키려고 하면, 그들은 오히려 그를 죽일지도 모른다.
이 대화 속의 소크라테스는 동굴에서 벗어나 햇빛을 보는 사람이 바로 철학자라고 말한다. 실제로 소크라테스는 신성을 모독하고 젊은이들을 타락시킨 혐의로 기소되었고, 유죄가 확정되어 독약을 마시는 형벌을 받았다.
가이아의 대답
사람들은 오랫동안 왜 메뚜기들이 수백만 마리씩 떼를 지어 구름처럼 몰려다니는지 궁금하게 여겼다. 그런데 알고 보면 그런 현상은 아주 당연한 것이다. 그것은 단일 경작이라는 인간으 ㅣ행위가가져온결과이다광대한농경지에한 가지작물만 심다 보니 그 작물의 천적이 한 지역으로 몰려들게 되고 그럼으로써 기하급수적으로 개체 수가 불어난 것이다. 인간이 그렇게 관여하기 전만 해도 메뚜기는 혼자 있기를 좋아하고 별로 해를 끼치지 않는 곤충일 뿐이었다. 하지만 인간들이 자연을 변화시키고 싶어 했던 곳에서는 어디에서나 메뚜기들이 저희 나름의 방식으로 인간들에게 반응을 보였다.
인간이 땅거죽에서 핵폭탄을 터뜨리면 가이아는 지진으로 대답한다. 인간이 지구의 검은 피인 석유를 유독 가스로 변환시켜 생명을 질식시키는 구름을 만들어 내면 지구는 기온 상승으로 응답한다. 그러고 나면 빙하가 녹고 홍수가 일어난다.
인간은 자기들이 지구를 상대로 도발을 할 때마다 지구가 응답한다는 사실을 아직 깨닫지 못했다. 그래서 이른바 자연재해가 일어날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 하지만 인간이 자연재해라고 말하는 것들은 인간이 어머니인 지구와 대화를 하지 않음으로써 생겨난 인재일 뿐이다.
선발
예전에 미국 중앙 정보부에서는 첩보 요원이 될 사람들을 선발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했다. 그중에는 아주 간단한 방법도 하나 있었다. 먼저 신문에 구인 광고를 낸다. 이 광고에는 시험을 본다거나 이러저러한 서류를 제출하라는 얘기가 없다. 개별적으로 추천서를 받아 오라거나 이력서를 내라는 요구조차 없다. 누구든 관심이 있으면 모일 아츰 7시에 모처의 사무실에 오라고 되어 있을 뿐이다. 그러고 나면 백여 명의 후보자들이 찾아와 대기실에서 함께 기다린다. 하지만 한 시간이 지나도록 아무도 그들을 데리러 오지 않는다. 다시 한 시간이 흐른다. 참을성이 없는 후보자들은 기다림에 지쳐서, 사람을 오라 해놓고 이게 뭐하냐는 거냐고 추덜대면서 자리를 뜬다. 오후 1시쯤 되면 반수 이상이 문을 쾅 닫으며 가버린다. 오후 5시쯤이면 4분의 1 정도만 남게 된다. 마침내 자정으로 된다 그때까지 버티고 있는 사람은 한두 명뿐이다. 그들은 자동적으로 고용된다.
돼지 이야기
프랑스의 돼지고기 가공업자들은 언제부턴가 돼지고기에 지린내가 배어 뒷맛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 뒷맛은 갈수록 고약해져서 식용에 적합하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이 뒷맛은 갈수록 고약해져서 식용에 적합하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그들의 한 단체는 보르도 국립 보건 의학 연구소의 로베르 당체르 교수에게 그 수수께끼를 해결해 달라고 부탁했다. 수의학 박사이자 신경 생물학자인 당체르 교수는 도살장들을 돌아다니며 조사를 벌인 끝에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오줌 맛이 역하게 나는 돼지들은 죽음으 앞둔 저희의 상황을 의식하고 가장 심한 불안감을 느꼈던 돼지들이었다.
당체르 교수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 가지 방책을 권했다. 정신 안정제를 투여하거나 돼지를 제 가족과 떼어 놓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가 알아낸 바에 따르면, 도살하는 돼지를 새끼들 곁에 놓아두면 자신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고 했다.
돼지고기 가공업자들은 정신 안정제를 투여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에 따라 소비자들이 돼지고기를 먹으면 돼지의 불안감을 가라앉히기 위해 투여했던 발륨도 그들의 몸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런데 이 발륨에는 한 가지 단점이 있다. 습관성 의약품이라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결국 발륨을 먹인 돼지고기를 먹은 사람들은 일정한 양의 발륨을 규칙적으로 복용해야 불안감에 빠지지 않는 신세가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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