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까지 54일 남은 오늘의 괴담

편의점 점장

내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할 무렵 이야기다.

대학생이던 시절, 나는 도쿄 로컬선 역 앞에 있는 편의점에서 심야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 가게 점장이던 U씨는 무척 특이한 사람이었다.

U씨는 무척 인품이 좋은 분이라, 손님은 물론이고 아르바이트생들에게도 친절하게 대해주었다.

원래 그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점장까지 맡게 된 입지전적인 인물이었기에, 점장이라고는 해도 당시 고작 24살이었다.

그 탓인지 나이가 비슷한 내게 무척 잘 대해주었고, 나도 마치 형처럼 따랐다.

U씨는 정말 누구에게나 친절했지만, 사실 학창시절에는 지역에 소문이 날 정도로 유명한 양아치였다고 했다.

옆 동네에 살던 아르바이트 동료의 말에 의하면, 학교 다닐 무렵에는 눈도 못 마주칠 정도였다나.

그 탓인지 U씨는 어떤 사람을 만나도 겁에 질리는 일이 없었다.

양아치부터 야쿠자, 또라이에서 외국인에 이르기까지, 어떤 사람이라도 손님이면 친절하게 맞이한다.

하지만 상대가 도를 넘은 짓을 하면, 그대로 목덜미를 낚아채 가게 밖으로 던져버리는 단호한 남자가 바로 U씨였다.

그렇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상대가 아르바이트를 낮잡아 보고 막 대하거나, 상품을 일부러 손상시키는 짓을 하는 등 도를 넘었을 경우에만 나오는 행동이고, 그 외에는 언제나 상냥하고 친절한 사람이었다.

이 이야기는, 우연히 심야 아르바이트 동료가 병 때문에 빠져 U씨와 내가 같이 가게를 지키던 날의 이야기다.

그 날은 일요일로, 막차가 끊기고 1시 반에 상품 입하가 끝난 터였다.

3시 반에 잡지 신간 물량이 들어올 때까지는 손님도 끊기고 딱히 할 일도 없는 상황이었다.

대개 그런 날은 별 것 아닌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때우거나, 그도 아니면 교대로 휴식을 취하곤 한다.

그 날은 다음날 주문 관련 문제때문에 U씨가 카운터를 지키고, 나는 사무실에 들어가 반품하기 위해 회수한 철 지난 만화책을 읽고 있었다.

편의점이 대개 그렇듯, 우리 가게 역시 손님이 들어오면 가게 안에 멜로디가 흐르게 되어 있다.

나는 U씨에게만 카운터를 맡겨놓는 게 미안해서, 손님이 오면 계산 정도는 내가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있었다.

그래서 만화책을 읽으면서도, 귀만큼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하지만 그 날, 잡지 입하 때까지, 가게에는 단 한 번도 멜로디가 울리지 않았다.

그래서 약 수십분 가량, 나는 그저 천천히 만화책만 읽고 있었다.

몇 권 정도 읽고나자 슬슬 질리기 시작해서, 나는 크게 기지개를 켜고 사무실 안에 있는 CCTV 모니터로 슬쩍 눈을 줬다.

모니터에는 카운터에서 손님을 맞고 있는 U씨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멜로디가 울리는 걸 못 들었나 싶어, 나는 당황해 사무실에서 뛰쳐나가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내 눈에 뭔가 이상한 점이 포착되었다.

원래 그닥 선명하지 않은 CCTV 영상인데다, 모니터 하나로 가게 곳곳에 있는 5개의 카메라를 모두 중계하다보니 칸칸이 나뉘어 가까이서 봐도 확실하게는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모니터를 조작해 카운터 쪽 영상만을 확대했다.

확대된 영상 속에는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여자가, U씨를 카운터 너머로 째려보고 있는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나는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어, 상황을 정리하려 무진 애를 썼다.

하지만 그러는 와중에, 그게 현실적으로 존재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우선 입구부터 그 여자가 서 있는 곳까지, 전혀 피가 떨어진 자국 같은 게 보이질 않았다.

여자는 CCTV로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옷까지 피에 물들어 새빨갰다.

그런 꼴을 했는데도 바닥에는 핏방울 하나 없다니, 분명히 이상했다.

그리고 더욱 기묘한 것은, 여자의 머리였다.

어떻게 보더라도 움푹 패여 있는 것 같은 모양새였던 것이다.

마치 빵을 크게 한 입 베어먹은 것 마냥 머리가 패여 있고, 거기에 핏덩어리 같은 것이 고여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눈을 비비고 다시 영상을 바라봤지만, 아무리 봐도 살아있는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익숙한 가게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있을 수 없는 광경에 놀라, 나는 머릿 속이 새하얗게 된 채 모니터만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그런 여자 앞에서, U씨는 팔짱을 끼고 떡하니 서서 그 여자를 마주 째려보고 있었다.

몇 분인지, 몇 초인지 내게는 시간 감각조차 확실하지 않았지만, 잠시 시간이 흐른 후 갑자기 그 여자가 팔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팔은 곧바로 카운터 위에 있는 카메라를 가리키더니, 곧이어 서서히 얼굴도 카메라를 향해 돌렸다.

그 영상을 보고 있던 내게는, 마치 나를 가리키는 것 같은 느껴졌다.

여자의 얼굴은 피에 젖은 머리카락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지만, 나는 그 여자와 모니터 너머 시선이 마주쳤다는 것을 느꼈다.

너무 무서웠다.

나는 온몸에서 식은땀을 흘리고 벌벌 떨면서도, 모니터를 계속 바라봤다.

이상한 소리지만 그대로 눈을 돌리기라도 하면 그 순간 살해당할 것 같다는 기묘한 느낌이 나를 사로잡고 있었다.

여자는 카운터에 등을 돌리고, 가게 안 쪽으로 미끄러지듯 움직이기 시작했다.

엄청나게 느린 걸음으로, 마치 달팽이가 기어오는 듯한 느낌이었다.

어디로 가는거지?

하지만 바로 다음 순간, 나는 깨닫고 말았다.

여자가 향하는 곳에는 사무실 입구가 있다는 것을.

나는 공포에 질려 사무실 문으로 달려갔다.

그 와중에 사무실 문은 미닫이문이고 잠궈놓지도 않았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열쇠도 없기에, 밖에서 들어오려고 하면 그냥 들어올 수 있을 터였다.

나는 서둘러 문에 달라 붙은 후, 문을 손으로 꽉 눌러 열지 못하도록 하는 수 밖에 없었다.

문을 누른 채 고개를 들자, 사무실 문에 붙어있는 반투명한 유리창으로 서서히 붉은 물체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나는 겁에 질린 채, 그저 온힘을 다해 문을 누르고 있었다.

귓가에는 서서히 다가오는, 무언가를 질질 끄는 것 같은 습기찬 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너무 힘을 쏟아부은 탓인지, 밖에서 문을 열려고 하기도 전에 내 팔은 서서히 힘이 빠져 떨려오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저려오는 팔에 힘을 쏟아부으며 문을 누르고 있었다.

갑자기 문은 엄청난 힘에 의해 열리고 말았다.

나는 머리를 감싸고 몸을 말고서 그 자리에 드러누웠다.

공포로 온몸이 떨리고, 눈물과 땀이 바닥에 떨어지는 게 느껴졌다.

이제 끝이다.

살해당한다.

나는 머릿속에서 그런 생각만 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대로다.

조심스레 고개를 들자, 열린 문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나는 비틀비틀 일어서 주변을 주의 깊게 살피며 사무실에서 나왔다.

손님이 없는 탓에 라디오 방송만 크게 울리고 있는, 평소대로의 가게였다.

아연실색하고 있는 내 눈에, 가게 밖에서 들어오는 U씨의 모습이 들어왔다.

[야, 저기 선반에서 소금 좀 가져다주라.]

U씨는 그렇게 말하고, 소스와 케찹 같은 게 진열되어 있는 선반을 가리켰다.

나는 휘청거리며 선반에 다가가 소금을 집어 건네주었다.

U씨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그것을 받았다.

카운터 밖에서 계산기를 조작해, 바코드를 찍고 자기 집에서 돈을 꺼내 소금값을 채워넣었다.

그리고는 소금 봉지를 뜯어 손으로 소금을 가게 이리저리에 뿌리기 시작했다.

[너 잠깐 밖에 따라나와라.]

그리고는 가게 밖에서 내게 소금을 몇번이고 뿌렸다.

그렇게 소금 한 봉지를 다 뿌린 후에야, U씨는 [나 좀 쉴게.] 라며 사무실로 들어가버렸다.

뒤를 따라 내가 사무실로 들어가자, U씨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깊게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아, 깜짝 놀랐네.]

담배 한 개피를 다 피우고 나서야 U씨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U씨의 말에 따르면, 카운터 안에서 다음날 주문 업무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그 여자가 눈 앞에 서 있더라는 것이었다.

여자가 피투성이라는 걸 보고 U씨는 당황해, 큰 부상이라도 당한 줄 알았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말을 걸어도 아무 반응이 없기에 자세히 봤더니, 그제야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공포라는 걸 모르는 것인지, U씨는 귀신을 보고도 당황해 하지 않고 그저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뿐이었다고 한다.

그렇게 고민하고 있는 U씨에게, 그 여자가 갑자기 소근소근 말을 걸어왔다.

[같이 와 줄래?]

분명 내가 들은 것은 U씨의 목소리인데, 그와 동시에 내 머릿속에서는 물 속에서 들리는 것 같은 습기찬 여자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그 말을 듣고 U씨는 [업무 중이라 안 됩니다.] 라고 넌센스적인 대답을 건넸다고 한다.

그 순간, 그 여자로부터 대단한 악의 같은 것이 흘러넘치기 시작했다며, U씨는 미간에 주름을 잡으며 말했다.

터무니 없는 걸 만나고 말았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먼저 싸움을 걸어왔는데, 지고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마주 째려보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U씨는 쑥스럽다는 듯 머리를 긁었다.

그렇게 서로 한참을 마주보고 있는 사이 갑자기 여자가 감시 카메라를 가리키고 카운터에서 사라져갔다.

포기하고 돌아가는 줄 알고 마음을 놓았다며, 두번째 담배에 불을 붙이며 U씨는 말했다.

그런데 여자가 가게 출입구를 지나 사무실 입구로 향하기에 당황해서 뒤를 쫓았다고 한다.

U씨가 여자를 따라잡자, 여자는 이렇게 중얼거렸다고 한다.

[네가 안 된다면 저 녀석을 데려가겠다. 방해하지 마라.]

나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걸 느꼈다.

[그 말을 들으니까 어딜 감히 내 아르바이트생을 건드리냐는 생각에 머리에 피가 치솟더라고. 그래서 나도 모르게 머리채를 잡아 가게 밖으로 내던져버렸어. 여자한테 손을 대다니 나란 놈은 한심하기 짝이 없지...]

그렇게 말하면서 소년처럼 낙심하는 U씨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사이, 신간 잡지 입하가 들어왔기에 나와 U씨는 그대로 업무에 복귀했다.

그렇게 잡지를 받아 진열하고, 조간 신문이 들어오자 점차 가게에 손님들이 오기 시작해서, 그대로 평소처럼 바쁜 아침 업무가 이어졌다.

결국 그 귀신이 무엇이었는지, 어째서 가게에 나타났던 것인지는 아직도 모른다.

하지만 그 사건 후 나와 U씨는 가끔씩이지만 점장과 아르바이트생이라는 관계를 넘어 같이 놀러다닐 정도로 친해졌다.

그리고 그 때 본 것이 무엇이었는지 이야기하는 사이, 나와 U씨는 같이 심령 스폿을 찾아다니게 되었다.

[한 번 더 보면 비교 검증할 수 있을 거 아냐. 한 번 가지고서는 모자라다고. 데이터는 많을수록 정확하게 검증이 가능한 거라니까.]

그렇게 말한 건 U씨였다.

나도 그 발언에 동의했기에 딴말을 꺼내기는 좀 그랬지만, 그 말을 하면서 삼각김밥 판매실적과 눈싸움을 하고 있던 U씨의 모습이 계속 마음에 걸리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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