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까지 62일 남은 오늘의 괴담

1970년 7월 12일, 타케스에 카즈토시, 타키 슌지, 코오로기 모리오, 니시이 요시하루, 카와하라 요시타카 등 다섯명의 학생은 홋카이도의 히다카 산맥을 오르는 것을 목표로 열차에 오른다.

이들은 모두 후쿠오카 대학 출신으로, 당시 유행하던 '자연주의 동아리'의 멤버들이었다. 그들은 신토쿠 역에서 출발하여, 메무로 산을 시작으로 히다카 산맥의 봉우리를 능선따라 점령하면서 마지막에 페테가리 산을 등정하는 것으로 여정을 마칠 계획이었다. 이 계획은 평소 그들의 꿈이었다고. 타케스에를 리더로 한 다섯 청년들은 신토쿠 역에 도착해서 해당 계획을 신토쿠 파출서에 제출하고 등반을 시작했다.

산행은 순조로웠다. 그들은 메무로 산을 무사히 오른 후 페테가리 산을 향해서 순조롭게 나아가고 있었다.

1970년 7월 25일, 다섯 청년은 원정 중간지점 정도 되는 카무이에쿠 산 정상 근처에 있는 마루노자와 분지에 텐트를 쳤다. 일행은 앞으로의 산행계획에 대해 토론하면서 느긋하게 쉬고 있었다. 

사건은 거기서 발생했다.

​불곰과 맞닥뜨린 것이다.​

처음에 일행은 불곰을 그닥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신기해했다. 이들은 곰을 볼 일이 별로 없는 쿠슈 지방에서 온 사람들이었고, 공포심보다는 호기심이 그들을 지배했다. 불곰에 대한 무지도 있었을 뿐더러, 무엇보다 남자 다섯이 뭉쳤으니 별 근거없는 자신감도 솟구쳤으리라. 이들은 도망가긴 커녕 오히려 곰의 사진을 찍고 곰이 어떻게 움직이나 관찰하는 여유를 부렸다.

곰도 딱히 일행들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곰은 그저 일행들의 배낭을 뒤적거리면서 먹을만한 음식이 없나 확인하고 있었다. 곰이 배낭을 다 뒤지고 흥미를 잃었을 무렵, 일행은 배낭을 회수한 뒤, 불을 지르고 식기를 두들기고 라디오를 틀어서 곰을 쫒아내는데 성공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 곰은 집착이 강한 생물이다. 곰이 건드린 것이라면, 곰은 자신이 추적할 수 있는 곳까지 쫒아온다. 곰을 만나지 않기 위해서, 음식은 밀폐상자에 보관하고 캠핑장에 조금 떨어진 곳에 보관하거나 아니면 곰의 손이 닿지 않는 나무에 끈을 이용해서 묶어두는 것은 곰이 자주 출현하는 베어컨트리 지방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상식이다. 

허나 이들은 곰의 눈 앞에서 배낭을 뺏었다. 곰은 이 순간부터 일행을 '나의 것'을 훔쳐가는 도둑놈으로 인식했다.

그날 밤 9시. 

텐트에서 잠을 자던 일행은 텐트 근처에서 들리는 거친 콧김소리에 잠이 깬다. 그들이 잠에서 깨어나 무슨일인지 파악하기도 전에 텐트에 구멍이 뚫리면서 곰의 앞발이 쑥 들어왔다. 일행은 대경해서 텐트 구석으로 꿈틀거리면서 피했고 곰은 앞발을 휘젓다가 걸리는 것이 없자 자리를 뜬다. 일행은 공포에 질렸고 2시간 단위로 불침번을 서면서 곰이 오는지 확인하기로 했다. 

허나 방금 장면을 목격하고 꿀잠잘 인간이 있는가, 말이 불침번이지 일행은 잠을 자지 못하고 겁에 질린채로 일출만 기다렸다. 

​26일 오전 4시 30분. 

일행이 서둘러 출발하려는 그 순간, 다시 등장한 곰이 이번엔 텐트를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일행은 겁에 질린채로 필사적으로 텐트 지지대를 잡고 버텼다. 곰은 몇분 정도 집요하게 텐트를 잡아당겼고 결국 텐트가 쓰러지고 곰이 텐트에 들어왔다. 그리고 곰은 다시 '나의 것'인 일행의 배낭을 챙겼고, 일행들은 곰이 배낭에 관심을 가지는 사이 짐을 버리고 도망쳤다.

얼마나 도망쳤을까. 정신을 챙긴 리더 타케스에는 부리더인 타키와 카와하라에게 산림청에 연락해 구조 요청을 할 것을 지시했다. 두 사람은 곧바로 하산했고, 하산 도중 홋카이도 산악회의 18명과 조우하게 되었다. 이들은 하루전인 24일에 불곰의 습격을 받은 상태였고, 짐을 포기하고 바위에 올라서 하루를 버틴 후, 곰이 놓아두고 간 짐을 챙겨서 허겁지겁 하산하던 중이었다. 

타키와 카와하라는 이들에게 산림청에 구조 요청을 넣어줄 것을 부탁했다. 홋카이도 산악회 멤버들은 그러지말고 같이 내려가자고 제안했으나, 이 두명은 남은 동료를 버릴수 없다고 거절했다. 홋카이도 산악회 멤버들은 그런 그들에게 식량과 지도, 그리고 가솔린을 나눠주었다. 

남은 일행에게 돌아가던 2명은 그때까지 아직 불곰과 조우하지 않은 다른 팀을 만난다. 바로 돗토리 대학 팀이었는데, 산행을 하던 그들에게 불곰의 존재에 대해서 알려주자, 돗토리 대학 팀은 불곰 이야기를 듣자마자 미련없이 산행을 포기하고 하산 준비를 한다. 돗토리 대학팀도 타키들에게 하산할 것을 제안했으나 이 2명은 다시 거절한다.

타키와 슌지는 남은 3인과 무사히 합류한다. 이들은 능선위에는 곰이 찾지 못할 것이라 판단하고 그곳에 텐트를 쳤다. 텐트를 수리하는 동안까지도 곰이 등장하지 않자 이들은 안심하고 밥을 먹은 후 텐트안에서 잠을 청하려는데...

불곰이 텐트 앞에 나타났다. 일행은 패닉에 빠졌다. 불곰은 어디가지 않고 텐트 옆에서 1시간이나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뒤 곰이 사라지자 일행은 더이상 여기있다가는 불곰의 밥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 이르렀다. 

타키는 돗토리 대학팀이 아직 산을 내려가지 못했을거라고 생각하고 그쪽으로 일행을 이끌었으나, 돗토리 대학팀은 이미 멀리 달아난 후였다. 일행은 어쩔 수 없이 밤의 산길을 걸어내려가야 했다.

얼마나 내려갔을까

일행의 최후미에 있던 니시이가 알 수 없는 서늘함을 느끼고 뒤를 돌아봤다.

그런 니시이의 눈에 들어온 것은 발소리를 죽이고 따라와서 일행의 수 m 뒤까지 접근해있는 불곰이었다.

"도망쳐!"

니시이는 외마디 소리를 지르고 도망쳤고, 나머지 일행 4명도 미친듯이 달렸다. 5명이 뿔뿔이 흩어진 가운데 불곰은 막내인 카와하라를 쫒아갔다. 정신없이 도망치던 그들의 귀에 카와하라가 내지르는 비명과 욕설이 꽂혔다.

알려져있기로는 리더인 타케스에가 다리를 끌며 도망치는 카와하라의 모습을 본 것이 마지막이라지만 글쎄....

정신없이 달리던 그들은 앞서 하산하던 돗토리 대학 그룹을 따라잡았다. 그런데 코오로기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타케스에, 타키, 니시이 3명은 돗토리 대학 그룹과 함께 불을 피워서 곰을 방어하고 호루라기를 불어서 코오로기가 합류하기를 기다렸다. 이들은 다시 그룹을 떠나서 곰이 합류하기 어려워보이는 암벽 근처에서 밤을 지샜고 코오로기의 이름을 계속 불렀다. 코오로기는 딱 한번만 대답하고 그 이상의 소리를 내지 않았고 물론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27일 새벽, 짙은 안개가 끼기 시작했다. 시계가 5m 앞까지 밖에 확인할 수 없는 짙은 안개였고, 일행은 다른 2명의 탐색을 포기하고 하산하기 시작한다. 하산 도중에 일행은 정면 안개속에 검은 물체가 있는 것을 확인했고, 혹여나 코오로기인가 해서 조심조심 가까이 접근했다. 불과 3m 앞까지 접근했을때, 일행은 명확히 형체를 알아볼 수 있었다.

​바로 불곰이었다​.

불곰은 최선두에 걷던 타케스에에게 달려들었고, 타키와 니시이는 그런 타케스에를 버리고 허겁지겁 도주했다. 가까스로 큰 길 근처에 도달한 타키와 니시이는 댐 공사 현장을 발견하고 그쪽으로 피신. 지나가는 차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이때가 27일 오후 1시였다. 

28일 움직인 구조대가 발견한 것은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훼손된 타케스에, 코오로기, 카와하라의 시체였다. 옷은 찢어져있었고, 얼굴은 절반 이상이 날아갔으며 창자도 쏟아져 있었다.

그들이 텐트를 쳤던 곳에는 동료 3인과 다른 곳에 떨어져서 숨어있었던 코오로기가 텐트에 일단 돌아와서 그곳에서 버티면서 쓴 것으로 보이는 메모가 남아있었다. 

26일 오후 5시, 저녁 식사 후 곰이 나타나서 텐트를 탈출했다.

돗토리 대학 일행이 있는 곳으로 가서 구조를 요청하러 카무이에쿠 아래의 분지쪽으로 내려갔다.

오후 5시 30분, 곰이 우리를 쫒아왔다. 카와하라가 당한 것 같다.

나는 5m 옆의 공터 낭떠러지를 내려가는 소나무지대에 진입 후 20m 정도 아래로 내려간 지점에 있다. 

나도 당할것 같아서 소나무를 끌어안고 있다.

그러자 낭떠러지 위쪽으로 곰이 왔다. 그래서 낭떠러지 중간지점에서 숨을 참고 있었는데 타케스에 선배가 소리치며 돗토리 대학 그룹에 도움을 요청했다.

내가 있는 위치에서 아래쪽 상황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오직 곰이 내는 소리만 들렸을 뿐이다.

타케스에 선배가 뭐라고 소리쳤다... 전혀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 곰이 어디갔는지도 알 수가 없다.

27일 새벽 4시, 눈을 떴다. 밖이 신경쓰이지만 무서우니 8시까지 텐트 안에 있기로 했다.

텐트 안에는 가방이 있어 안을 열어보니 밥이 있었다. 이걸로 조금 안심이 된다.

윗족엔 가스가 끼어있어 조금 기분이 나쁘다.

이제 5시 20분이다. 곰이 또 나타날 것 같은 예감이 들어 침낭속으로 기어들어갔다.

아아... 빨리 하카타로 돌아가고 싶다.

오전 7시, 강을 따라 내려가기로 했다. 주먹밥을 만들고 텐트 속에 있던 셔츠와 양말을 빌렸다. 

텐트를 나와보니 5m 위에 곰이 있었다. 도저히 나갈수가 없어 이대로 텐트에 있기로 한다.

오전 8시까지... (글자가 떨려서 알아볼 수가 없다.) 그러나.... (역시 글자가 떨려서 알아볼 수가 없다.)은 지나가지 않는다. 다른 멤버들은 하산했을까. 돗토리 대학 사람들은 연락해줬을까. 언제 구조하러 올지 모든게 불안하고 두렵다. 가스 냄새가 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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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텐트안에 있던 코오로기는 불곰에 습격당해 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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