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까지 43일 남은 오늘의 괴담

열대어 가게 점원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어느 날, 가게에 붙은 알바 모집 전단지를 본 여성이 면접을 하고 싶다고 전화를 했다.

고용하던 알바생이 갑자기 관두어서 모집했던 참이었다.

전화를 걸어온 K 씨는 전화 너머 대응이나 목소리로 보아 점장은 만나기 전부터 좋은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면접 당일.

점장이 예상한 대로 인상이 좋은 여성이 찾아왔다.

K 씨는 근처 A 대학에 다니는 18살.

열대어를 좋아해서 집에서도 기르고 있으며 이 열대어 가게에도 온 적이 있다고 한다.

확실히 낯익은 얼굴이었다.

그밖에도 두 명 면접할 예정이었기에 결과는 후일 통보하겠다고 전했지만 거의 채용은 결정되었다.

후일, 점장은 K 씨에게 채용 연락을 넣었다.

다음 주부터 K 씨의 알바가 시작되었다.

시간표는 토일을 포함한 주 5회.

K 씨는 일을 완벽하게 해내었다.

수조 청소, 먹이 주기는 물론, 점장보다도 더 잘 아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품종에 해박했다.

손님이 "○○라는 물고기 있나요?"라고 질문을 하면 즉시 대답을 했다.

점장은 거의 일을 가르쳐줄 필요도 없어서 무척이나 유능한 사람을 채용했다고 싱글벙글 했다.

다만 1개월 지난 후에 K 씨의 상태가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지각이 눈에 띄게 되고 가게에 와 넋이 나가서 멍하니 있었다.

"괜찮아?"

걱정이 되어서 점장이 물었다.

"죄송해요. 괜찮아요. 좀 일이 있어서..."

가정 문제인 걸까.

점장은 자세히 묻지 않고 지켜보기로 했다.

그로부터 2주일 후. 점장은 가게 안에 있는 열대어 수가 확 줄어든 걸 깨달았다.

K 씨에게 물어보니 히터가 끊긴 수조가 몇 개 있어서 상당히 많이 죽었다고 한다.

죽은 열대어는 가게 뒤에 묻은 모양이다.

"알았어. 고마워."

왜 그걸 말하지 않았는지 추궁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으나 최근 정서가 불안정한 K 씨를 추궁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 날, K 씨가 돌아갈 때 점장은 더더욱 이변을 느꼈다.

이 열대어 가게는 입구에서 두 개의 통로가 똑바로 이어져서 안쪽에 카운터가 있다.

각각의 통로 양쪽에 크고 작은 수조가 쭉 늘어서 있다.

수조에 사람이 다가가면 대부분의 열대어가 먹이를 주는가 싶어서 반사적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K 씨가 돌아갈 때는 열대어의 움직임이 너무나도 이상했다.

K 씨가 통로를 걸으면 여기저기서 헤엄치던 열대어들이 K 씨를 피하듯이 통로하고 반대쪽으로 일제히 몰리는 것이다.

K 씨가 다 지나가면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또 각자 헤엄을 친다.

개중에는 미친 듯이 수면 위로 펄쩍 뛰어오르는 열대어도 있었다.

그 날은 어쩌다 잘못 본 거라고 생각했지만 다음 날에도 똑같았다.

K 씨가 수조에 먹이를 넣어도 어떤 열대어도 먹으려 하지 않는다.

K 씨가 수조에서 떨어지면 겨우 먹기 시작한다.

점장은 오랫동안 열대어를 지켜보아 왔으나 이런 반응은 처음이었다.

그래도 열심히 일을 하는 K 씨를 보고 점장은 뭐라 말을 할 수 없었다.

K 씨가 알바를 한 지 반 년 후.

그 날 점장은 오후부터 가게에 나왔다.

"어? 어? 어?"

가게 안 광경에 점장은 놀랐다.

수조 안에 아무것도 없다.

모든 열대어가 사라져 있었다.

꿈이라도 꾸는가 싶어서 볼을 꼬집어 보거나 뺨을 때려 보았지만 역시 열대어는 없었다.

아침부터 일을 하고 있을 K 씨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K 씨에게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받지 않는다.

K 씨가 분명 뭔가 알고 있을 게 틀림없다고 생각한 점장은 가게 입구에 CLOSED 간판을 걸고 K 씨의 이력서에 적힌 주소로 향했다.

열대어 가게에서 스쿠터를 몰고 약 10분.

K 씨가 사는 아파트에 도착했다.

지은 지 10년은 지나 보인다. 색이 바랜 연노란색 외벽은 만져 보니 칠이 벗겨질 것 같았다.

K 씨의 방은 2층 모퉁이.

띵동. 띵동.

초인종을 눌렀지만 나오지 않는다.

철컥. 철컥.

문손잡이를 돌려봐도 열리지 않는다.

방에는 없다고 판단한 점장은 일단 집으로 돌아가서 또 밤에 찾아가기로 했다.

그 날 밤.

점장은 다시 K 씨의 아파트로 갔다.

아파트에 도착하니 왠지 주변이 소란스럽다.

띵동. 띵동.

"K 씨? 있나요?"

"저기요~!"

몇 명이 K 씨 방 앞에서 큰 소리로 부르며 인터폰을 몇 번이고 울리고 있었다.

점장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으려고 하다가 상황을 파악했다.

K 씨의 방 입구에서 물이 대량으로 넘쳐흐르고 있었다.

통로도 물에 푹 젖은 걸 보니 아마도 K 씨 바로 밑에 있는 방으로 물이 샌 것 같다.

K 씨의 방 앞에 있던 한 사람과 눈이 마주쳐 사정을 들어보니 역시 바로 밑 주민이 물이 새서 곤란해하고 있다고 한다.

아파트 관리인에겐 이미 연락했고 약 30분 후에 여기로 온다고 한다.

"물을 틀어놓고 나간 걸까?"

"정말로 폐인데요!"

"인사해도 전혀 대답도 없고 기분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어!"

짜증을 내며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주민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점장은 관리인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철컥.

관리인이 열쇠로 물을 열었다.

문을 연 순간 물이 기세좋게 흘러나왔다.

"우와..."

점장이 떠내려온 낯익은 생물을 보고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물과 같이 네온테트라의 사체가 발밑에 떠내려온다.

현관 왼쪽에 목욕탕이 있어서 물은 거기서 넘치고 있었다.

물을 잠갔지만 물은 전혀 빠지지 않았다.

아무래도 배수구가 막힌 것 같아 배수구 뚜껑을 열었다.

예상했던 광경이지만 주민도 관리인도 입을 딱 벌렸다.

열대어 사체가 대량으로 막혀 있었다.

"K 씨! 있습니까? K 씨!"

관리인이 큰 소리로 부르지만 역시 방에는 없다.

방은 1DK.

실내에는 텅 빈 수조가 2개 놓여져 있었다.

"아! 좀 저거..."

아랫방 주민이 벽장을 가리킨다.

벽장 틈새에서 뭔가 액체 같은 것이 흘러나오고 있다.

벽장을 연 순간, 안을 본 모두 할 말을 잃었다.

K 씨가 있었다.

목에는 로프가 감겨 있고 로프 끝에는 벽장 천장 구멍과 이어져 있었다.

자살이다.

벌려진 입 안에는 배수구랑 마찬가지로 열대어가 꽉 들어가 있었다.

액체는 K 씨가 실금한 흔적이었다.

관리인은 경찰을 부르고, 주민과 점장은 그저 멍하니 서 있었다.

"여기서부터는 내 추측인데 면접 때 K 씨가 열대어를 좋아한다고 했잖아? 그건 먹는 걸 좋아한다는 의미였던 거야. 열대어가 죽었을 때 가게 뒤에 묻었다고 하기에 궁금해서 확인해 보았어. 하지만 흙을 파내었다가 다시 묻은 흔적은 없었어. 자살했을 때도 입에 넣었을 정도니 분명 죽은 열대어는 먹어치웠겠지. 아니, 어쩌면 산 채로 먹은 건지도 모르고..."

점장은 우울한 얼굴로 말했다.

"아~또다."

"뭐가요?"

"K 씨가 왔어. 저기 봐."

점장이 가리킨 수조를 보니 열대어가 통로 반대쪽으로 몰려 있었다.

다른 수조 열대어는 흩어져서 헤엄치고 있는데 참으로 이상한 광경이다.

"죽어도 아직 열대어가 먹고 싶은 건가 봐. 저 수조에 있는 열대어, ○○라는 이름인데 K 씨가 자살했을 때 입 안에 들어 있던 거랑 똑같은 종류야."

아직도 K 씨에게 시달려야 한다고 점장은 머리를 벅벅 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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