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까지 36일 남은 오늘의 괴담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 일로 인해 곤경에 처할 거란 것도 알고 있었다.

나에게는 정말 안 좋은 버릇이 하나 있다. 아침과 밤 통학 때마다 헤드폰을 쓴다. 지하철 통학을 그나마 참을만하게 해주는 게 음악이니까. 나도 알고 있다, 헤드폰을 쓰고 다니면 그 외의 세상을 깡그리 무시한다는 것을, 그리고 상황을 조금 더 위험하게 한다는 것까지도. 특히나 자정 시간에 아무도 없는 거리를 혼자 걸어갈 때는 더하지.

사실, 이 버릇은 내가 베이징에 도착하고 난 후에 생겼다. 피킹 대학까지 통학하는 시간은 보통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정도? 러시아워냐 아니냐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났다. 통학은 일단 버스 4 정거장으로 시작한 뒤 13호선, 10호선과 4호선의 지하철로 갈아탄다. 초반에는 지하철 탈 때만 헤드폰을 꼈는데, 그것도 자리에 앉아서 열차의 전체적인 전경이 확보됐을 때나 했었다. 그렇게 하면 강의를 좀 더 듣고 학교에 도착하기 전 조금 더 공부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점점, 나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갖지 않게 되었다. 버스를 타면서부터 음악을 들었다. 지하철 사이사이로 들었다. 결국 나는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아침 대용으로 먹는 팬케이크 비슷한 것을 파는 노점상 앞에 갈 때까지 쭉 듣게 되었다.

위험에 대해 알고 있다. 대학에 처음 들어왔을 때, 우리 유학생 모두 다 세뇌하다시피 새기고 있었다. 절대 헤드폰을 끼고 돌아다니지 말 것, 특히나 밤 중에는 더욱. 사람들이 알아차릴 것이다. 너를 목표물로 삼을 것이다. 그리고 너는 그들이 접근하는 소리를 듣지 못하겠지.네가 얼마나 경계심이 강하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미 정신이 팔렸으니까. 그리고 위험에 처할 것이야.

내가 보기에 내 문제점은 나에게 아무런 나쁜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인 것 같았다. 알아, 알아. 그린데이 음악이 배경음악으로 깔리는 와중에 중관춘이나 후일룽관 사이에서 강도당하고 살해당할 위험도 있다는 거. 하지만 나에게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일은 언제나 다른 사람들에게나 일어나는 것이지.

나는 아니다.

그러니까, 어젯밤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에서 몇 블록 떨어진 텅 빈 거리에 내렸을 때, 나는 듣고 있던 퀸 배경음악에 대해 별생각 하지 않았다. 딱히 이렇다 할 생각조차 하고 있지 않았다.

흠, 그건 아니다. 한 가지 알아차리기는 했다. 내가 타고 있던 버스에는 4, 5명 정도 되는 수도승들이 뒷좌석에 앉아서 아주 근엄한 목소리로 대화를 하고 있었다. 이상하단 생각이 들었다. 베이징에서는 그 구린 노란색 로브 옷을 입고 꽤 깨끗한 지하철역 바닥을 쓸고 다니는 모습을 많이 보긴 했지만, 여기 창핑까지 멀리 나오는 경우는 처음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나는 어쨌거나 이 동네에서는 거의 신입이나 다름없었기에 내가 뭘 알겠어? 나는 한동안 조용히 그들을 관찰했다. 그리고 그중 하나가 나에게 친절한 미소를 보였다.

그들을 본 뒤 버스에서 내린 나는 수도승과 종교, 소림사과 홍콩 액션 영화들을 떠올렸다. 퀸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거리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있잖아, 만약 내 헤드폰이 고장 나지 않았더라면 그 소리를 절대 듣지 못했을 것이다.

고장 났지만 내가 아끼는 헤드폰이었기에 다른 제품을 사지 않았다. 꽤 큰 검은색 스컬캔디 헤드폰으로 내 귀를 제대로 덮어주었으니까. 맞다, 그렇게 걸어 다니면 타겟이 되기 더 쉽다는 사실을. 하지만 세상의 불협화음으로부터 내 귀를 막아주는 그 느낌이 너무 좋았다. 그리고 아이팟에 딸려오는 그 쥐똥만 한 이어폰은 진심 귀가 너무 아팠다... 아니 심각하게 궁금한데, 이걸 진짜 쓰는 사람이 있긴 한 거야?

이 헤드폰을 좋아했음에도 불구하고, 몇 주 전 오른쪽에서 소리가 자꾸 째지고 오락가락한다는 것을 알았다. 실망감에 쳐다보던 것이 생각이 난다.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내 불찰로 손상이 가다니. 그냥 다른 헤드폰 쓸까? 하지만 집에 갈 때까지도 나는 계속해서 그 고장난 헤드폰을 썼다.

그리고 길을 따라 걸으며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처음에는 한쪽으로 쏠린 헤드폰 소리 때문일 것으로 생각했다. 물론 내 천사 같은 퀸 소리도 다르게 들렸다. 한쪽이 안 나왔으니까. 무시하려고 했지만 그 소리는 끈질겼고, 결국 노래는 니켈백의 다른 노래로 넘어가버렸다 (아니, 니켈백이 왜 목록에 있어? 이거야말로 공포네).

결국 음악을 끄고 헤드폰을 벗은 뒤 주변을 재빨리 훑어보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확실했지만 확인한다고 나쁠 것은 없으니까, 안 그래?

나에게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나는 평범하다. 이런 일은 다른 사람들에게나 일어나는 일이야. 내 뒤에는 아무도 없어. 하지만 누군가가 있었다.

나는 막 신호등으로 갔고 그는 그 전 교차로에 서 있었다. 그와 나 사이에는 블록 하나 정도의 거리가 있었는데, 그 정도면 안심되는 거리였다. 그렇지… 않다는 것만 빼고. 그를 본 순간 이미 나를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는 꼿꼿하게 서 있었는데 키가 커 보였다. 그의 양팔은 나를 향해 뻗어져 있었다. 거리가 멀어서 그의 눈이 보이지 않았지만, 이글거리는 시선으로 나를 보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신체나 크기로 보아하니 남자 같았고 기다란 로브 따위를 입고 있었는데, 옷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아마 한 1분가량 그를 쳐다봤을까, 나는 이 상황을 파악하려 애썼다. 그리고 정말, 정말 얼른 닥치고 집에나 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몸을 돌리려는 찰나, 마침내 그가 몸을 움직였다.

정말 이상했다. 그는... 깡충 뛰었다. 진짜로, 깡충. 뻣뻣하게 뻗어져 나온 양팔은 그가 껑충대며 나에게 다가오자 산만하게 튀었고, 비정상적으로 뻣뻣하게 굳어져 있는 다리는 그대로 붙어있었다. 점프할 때마다 그의 몸이 진저리를 치는 것이 마치 가장 고통스럽게 움직이는 방법인 것 같았다. 그는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속도가 붙었고, 바닥에 착지하는 매 순간 거칠게 덜컥거리며 그의 몸을 흔들었다. 내가 그다음 장면을 보지 않았더라면 웃긴 장면일 수도 있었을 텐데.

그가 점점 가까워져 오자 얼굴이 보였다. 그가 입고 있는 의복은 내가 학교로 오기 전에 뭔 중국 영화에서나 봤던 옷과 비슷했다. 그는 마치 청 왕조 때나 볼 법한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긴 의복, 테가 둘린 동그란 모자. 하지만 그의 옷은 마치 진창에서 구르다 온 마냥 찢어지고 더러웠다. 그의 모자에는 구멍이 여럿 나 있었고 그 사이로 머리카락이 비죽 튀어나와 이미 부자연스러운 모습의 옷 앞뒤로 흔들렸다.

그가 가까워져 왔다.

피부는 창백했는데, 너무 창백해서... 잠깐. '창백'이 아니다. 파랬다. 마치 목이 졸리기라도 한 마냥 퍼랬다. 피부 위로 이상한 것이 자라나온 것도 보였다. 마치 그를 소모할 수 있을 것 같은 무언가가 스멀스멀 솟아나 있었다. 그의 뺨 한쪽의 피부가 찢겨 벗겨져 있었지만 피는 보이지 않았다.

그가 가까워져 왔다.

손톱은 몽땅 빠져 있었고 그 아래 피부는 검었다. 그의 입술은 잘게 찢겨 부풀어 오른 얼굴 아래로 실타래처럼 주렁주렁 달려있었다. 그의 검은 눈 위로 구더기가 기어 다니는 모습을 발견함과 동시에 기중으로 썩은 악취가 퍼졌다.

그가 가까워져 왔다.

내가 비명을 지를 수 있을 정도로 정신이 들 쯤 그는 이제 나와 거의 30cm 거리밖에 두고 있지 않았다. 격렬한 점프는 그의 살이 피부로부터 떨어져 나갈 것처럼 찢어져 덜렁거렸다. 땋은 머리가 말총처럼 흔들리고, 그의 피부 위에 앉은 구더기들이 요동을 쳤다. 그는 구덩이같이 입을 크게 벌리기 시작하더니 한 때는 치아였지만 지금은 거의 바닥에만 붙어 아주 조그마한 칼같이 생긴 이빨을 내보였다. 이미 스스로 물어뜯어 찢어 발겨진 입술을 더 찢어댔다.

나는 비명을 지르고 또 질렀다. 분명 이게 내 인생의 마지막이라 생각했다. 원한다고 해도 이제 와서 도망가기에는 이미 늦었다. 그 검은 두 눈을 바라보며 그 이빨이 내 얼굴을 물어뜯으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버스에서 봤던 수도승 하나가 아니었더라면 나는 죽었을지도 모른다. 나에게 미소를 지었던 그 한 명. 그 순간 가는 너무도 침착하고 부드럽게 사이에 끼어들어 마치 조금 전까지 내 앞에서 내 생명을 탐하던 그 흉측한 괴물이 정말로 있긴 했는지 궁금할 정도였다.

엑소시즘을 다루는 영화를 보면 신부가 악령을 쫓기 위해 엄청난 기도문을 읊지 않던가. 하지만 이 수도승은 조용했다. 그는 소리를 지르지도 않았고 그가 믿는 신이 뭐가 되었든 간에 그 이름을 부르거나 하지도 않았다. 그는 그저 자신의 로브 자락 안에서 작은 거울을 하나 꺼내어 들더니 괴물이 자신을 비춰볼 수 있게 내밀었다.

거울에 희번덕거리는 그것의 눈이 보였다. 교차로에서부터 지금까지 나만 보고 있던 그 괴물이 드디어 시선을 거두었다. 그리고 변화는 상당히 즉각적이었다. 그것의 턱이 마치 나사가 풀린 마냥 떡하고 벌어지더니 아래쪽 턱뼈가 무자비하게 찢겨 그의 얼굴에 남아있는 살덩어리 조금에 의지해 덜렁댔다.

그리고 그 소리, 젠장, 그 소리.

그걸 그렇게 부를 수나 있는지 모르겠다. 그것의 가슴팍에 남아있던 무언가로부터 방출되어 나왔지만 어째서인지 우리 주변 전체로부터 오는 것처럼 보였다. 그건 마치 공기가 엄청난 분노, 공포, 증오와 고통으로 떨리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흔들리는 그 소리가 느껴졌고 내 심장을 침투해 내 두 손을 떨리게 했다. 나는 손을 들어 양 귀를 틀어막고 다시 소리지르기 시작했다. 아, 제발, 뭐든 다 좋으니 저 소리만 좀 어떻게 해줬으면.

그리고 갑자기, 단 한순간에 그것이 멈췄다. 마치 방음을 위한 두꺼운 담요를 덮은 듯, 거리는 갑자기 깊은 침묵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리고 그 괴물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다.

수도승은 나를 바라보더니 아주 정확한 중국어 발음으로 천천히 말했다, “집에 가셔야지요. 이제 안전합니다.”

목구멍에 솜이 가득 찬 기분이었다. 그가 몸을 돌려 떠나려 하자 내 심장은 가슴팍에서 미친 듯이 떨려왔다. 내가 외치는 동안 내 몸 전체가 떨렸다.

“잠깐만요!”

수도승이 다시 나를 돌아보았다.

“방금 그게... 뭐였죠?” 나는 내 구세주의 깊은 갈색 눈을 들여다보며 내가 방금 본 그것이 무엇인지 설명해줄 만한 힌트를 찾았다.

차분하다 못해 늘어지는 목소리로, 그는 단어 하나만을 남겼다.

“강시.”

이제부터 헤드폰은 집에 두고 다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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