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까지 51일 남은 오늘의 괴담

나는 나 자신을 '쿨한' 할머니라고 생각하고 싶다. 가족 모임이 있으면 모든 손주가 기꺼이 찾아오고, 만나는 누구나 좋아하고 존경할 수 있는 그런 사람. 물론, 나로 살아간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만큼 내가 멋진 사람이라는 자부심을 생각하면 그 정도쯤이야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다. 나를 가장 따르는 아이는 내 손자로, 며느리가 주중에 근무할 때면 항상 내게 아이를 맡겼다. 손자 녀석은 에너자이저 건전지 광고에 나오는 토끼가 아닐까 의심될 정도로 힘이 넘쳤다. 대체 왜 어린아이는 에너지가 고갈되지 않는 거야? 정말 피곤하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손자를 지극히 사랑했다. 그저 내가 아이의 넘치는 에너지를 따라가지 못하는 게 아쉬울 따름이지.

내가 정정하던 때는 말하지 않아도 이미 훌쩍 지났음을 알 수 있다. 아니, 나를 찾아오는 변화 목록만 보더라도 내가 노인임을 알 수 있었다. 굳이 몇 가지를 뽑아 보자면 점점 세는 머리, 시력과 청력 감퇴, 심혈관계 질환과 고혈압 등이 있겠다. 나이가 든다는 게 받아들이기 힘들 수도 있지만, 손자를 보면서 그 슬픔을 잊곤 한다. 아직 어린 손자는 언어 구사가 능통하지 않았기 때문에, 녀석이 말하는 걸 들어보면 언제나 실소가 나오곤 했다.

오늘 아침에는 이런 말을 하더라. "할머니, 엄마가 그러는데 내가 콩콩 아라리래요!"

어떤 날은 정말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기도 했다! "할머니," 손자가 나를 불렀다, "엄마가 땅콩 애벌레래요!"

손자의 아무 말 대잔치를 들으면 그 아이를 귀여워하지 않을 수 없다. 도통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그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까 내가 손자 녀석에게 주고 싶은 디저트를 만드는 동안에도 의식이 흘러가는 대로 웅얼대는 걸 보았다. 이번에 개발한 땅콩버터 쿠키 맛이 상당할 것 같았다. 녀석도 그걸 보면 단숨에 해치우겠지! 손자는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쿠키를 다 먹었다. 처음에는 아무 말 없이 맛있다는 표정으로 쿠키만 먹었다. 하지만 만족스러웠던 표정이 곧 고통스러운 듯 바뀌더니 손자의 얼굴이 창백해지고 입술이 파랗게 질려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손자의 얼굴과 목이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부풀었지만, 나는 무슨 영문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몸이 굳어버렸다. 그때 손자가 뱉어냈던 아무 말 대잔치가 비로소 명확해졌다.

"할머니, 엄마가 내가 땅콩 알레르기래요!"

https://m.blog.naver.com/iamsuekim/221635307432




 

0개의 댓글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공지 [2023 대동제] 2023 대동제 축제 후기 이벤트!! profile 금오사이 2023.05.19 3574 0
공지 [종료된 이벤트] 🌸🌸🌸 2023 벚꽃 이벤트 당첨자 발표🌸🌸🌸 profile 금오사이 2023.04.08 3174 3
공지 2022 대동제 축제 후기 이벤트 당첨자 발표 profile 금오사이 2022.09.20 5638 0
공지 2022-2 개강 이벤트 종료 profile 커뮤니티운영팀 2022.09.20 4305 0
공지 금오위키 관련 공지 profile 금오사이 2022.09.19 3477 3
공지 "의좋은 형제 & 의상한 형제를 찾습니다!" 당첨자 발표 1 profile 커뮤니티운영팀 2021.05.28 5290 3
공지 금오사이 수강후기 당첨자 발표입니다! 9 profile 금오사이 2020.07.20 5524 5
공지 비방/욕설/음란 등 게시판 정책에 위반되는 글을 삭제 될 수 있습니다. profile 금오사이 2018.05.24 6204 3
8627 [질문] 공대한분식 몇시까지해요? 2 아갈머리 2019.10.31 609 0
8626 [정보] [LS그룹] LS드림사이언스클래스_14기 멘토 모집 LS드림사이언스클래스 2019.10.31 968 2
8625 학교 앞 gs25에 몰티져스 파나요?? 8 익명_08258192 2019.10.31 750 0
8624 국제학생증 만들 수 있나??? 3 익명_25028647 2019.10.31 711 0
8623 권지용전역후 패션 9 profile 리르 2019.10.31 852 0
8622 신입생이 면접 준비 금오사이에 물어봐야 하는 이유 13 익명_52565449 2019.10.31 785 0
8621 왜케 피곤하지 4 profile 재이 2019.10.31 660 1
8620 ㅆㅅㅌㅊ 킹북대 근황 7 익명_18146839 2019.10.31 1351 4
방학까지 51일 남은 오늘의 괴담 익명_54649668 2019.10.31 843 1
8618 [질문] 컴공과 면접 후기 알려주실 분... 14 날합격시켜 2019.10.31 1342 2
8617 [질문] 토목공학과 선배님들 계시나요?! 1 익명_30521136 2019.10.30 827 0
8616 신소재학부 선배님들 3 킹오공대 2019.10.30 957 0
8615 [읽을거리] [1W] 별이 되지 않아도 돼 2 도치 2019.10.30 725 4
8614 [정보] 여성기업일자리허브 '일자리' 3행시 공모전 모집! (~11/29) 1 인트윈 2019.10.30 597 1
8613 사랑방 ㅅㅃ.. 3 익명_71471287 2019.10.30 624 0
8612 [홍보] "'OO데이' 특수 노린 편의점 판독 행사, 괜찮은가'" 금오사이 학우들의 생각을 전해주세요! 3 profile 신문방송사KOBS 2019.10.30 585 2
8611 [정보] 서울시에서 영상편집 공모전하는데 창업에 관심있으시면 참가해보세요! <서울시 스타트업 60초 영상콘텐츠 공모전> 인트윈 2019.10.30 562 0
8610 학교특색프로그램 4 예비 금오컴소공 수험생???? 2019.10.30 636 0
8609 주 2시간 수업 4번째면 F인가요? 7 익명_14366191 2019.10.30 908 0
8608 혼자 짜파게리 두개 가능? 5 익명_31031819 2019.10.30 760 0
서버에 요청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