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혈액 샘플과 엑스레이 사진들은 어떤 연구에도 사용하기 힘들다는 얘기를 들었다.
나한테 별로 달라질 건 없었다. 확인을 한 뒤 협조에 대해서 감사를 받았다.
그래서 그를 침실에서 마주쳤을 때는 꽤 충격을 받았다.
복제. 진실로 완벽한 복제. 나와 정밀하게 닮아 있었다. 헝클어진 머리부터 눈가의 작은 상처까지.
경악을 입 밖에 내기도 전에 그가 내게 달려들었다. 나는 금세 바닥에 쓰러졌고, 그는 팔뚝으로 내 목을 짓눌렀다.
나는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필사적으로 휴대용 칼을 찾아서 손가락을 놀렸다.
정말로 내 인생이 눈앞에 흘러 지나갔다.
어렸을 때 낙제한 시험, 고등학교에서의 싸움들, 마약으로 체포되었던 대학 시절.
어머니의 눈물과 실망한 아버지의 한숨. 나는 바뀌겠다는 약속을 모두 깨버렸다.
인생은 두 번째 기회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몸부림치던 것을 그만두고 눈을 감았다.
나는 더 나아지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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